말바꾼 ‘자’ 감싸는 ‘부’ 말없는 ‘모’
▲ 경찰에서 조사받고 있는 아들 김아무개씨. SBS-TV 촬영 | ||
더욱이 ‘주범’격인 어머니 박아무개씨(49)가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스스로 목숨을 끊어 아들 김씨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김씨의 완강한 부인 속에서 과연 경찰이 그의 혐의를 입증해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애초 아들 김씨는 자살한 어머니 박아무개씨(49)의 장례식이 끝나고 난 뒤인 지난 3일 참고인 조사에서 자신의 범행을 모두 자백했었다. 경찰은 아들 김씨가 권위적인 아버지가 빚독촉에 시달리는 어머니를 심하게 대하는 데 동정심을 느껴 아버지 살해 청부에 가담했다고 밝혔다. 또한 아들 김씨가 착수금 명목으로 청부업자 김아무개씨에게 세 차례에 걸쳐 2백40만원을 자신의 통장에서 계좌이체했으며 살인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어머니와 함께 청부업자에게 아버지의 출퇴근 경로, 주차정보 등도 제공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들 김씨는 경찰에 구속된 지 이틀 후인 지난 7일 아버지와 면회한 뒤부터 태도를 바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김씨는 “처음에는 가담의사를 밝혔으나 나중에 어머니를 만류하려 했다. 아버지를 살해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이후 김씨의 아버지도 “내 아들이 그럴 리 없다. 경찰이 강압수사를 한 것이다”며 동부지법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김씨의 아버지 외에도 김씨의 친척들과 김씨가 다니고 있는 병역특례업체에서도 탄원서를 제출해 “김씨가 아버지와 자신의 진로를 상의할 만큼 좋은 사이였다” “김씨는 평소 원만한 성격의 소유자로 회사에서도 성실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또한 어머니 박씨가 자살하기 직전 남편에게 보낸 유서 형태의 이메일만 봐도 아들 김씨가 범행에 적극 가담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는 게 김씨 가족의 주장이다. 어머니 박씨는 이 이메일에 “(아들의) 계좌이체가 큰 잘못 중 하나”라면서 “그것 때문에 아들까지 힘들 줄은 몰랐다. (아들은) 한 번만 도와주면 된다는 말에 그랬다”는 글을 남겼다.
아들 김씨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박아무개 변호사도 “당초의 진술은 김씨가 어머니 장례식을 치르는 등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여러 차례 반복되는 경찰의 질문에 답한 것일 뿐”이라며 “공모를 하거나 적극 가담한 수준은 아니다. 경찰이 혐의를 둔 존속살해 예비·음모가 아니라 단지 방치일 뿐이며, 나중에는 어머니를 만류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측은 지난 10일 법원에 아들 김씨에 대한 구속 적부심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혐의 내용이 무겁고 도주 우려가 있으며 당초 경찰에서 범행을 시인했다가 부인한 점 등으로 보아 증거인멸의 우려도 없지 않다”며 이를 기각했다.
아들 김씨측은 향후 법정에서 흑백을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찰측은 아들 김씨와 청부업자 간의 전화통화·이메일 내역을 확보하고 있어 김씨의 유죄를 입증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