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리스-클라라 법정공방 최종병기 뭔가

‘CCTV vs 녹취록’ 막가는 진실게임

[일요신문] “정식재판을 시작하기도 전에 언론재판에서 사형을 받았고 여론재판에서 사형 확정을 받았습니다.”

<디스패치>를 통해 카카오톡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클라라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상태다. 클라라가 출연한 영화 <워킹걸> 포스터.

클라라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실제 연예 매체 <디스패치>를 통해 클라라와 일광폴라리스그룹 이규태 회장 사이에 오간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이 공개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이 글의 마지막에서 클라라는 “여러분께 저의 편을 들어달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라며 “다만 제가 대한민국 법에 보장되어 있는 정당하게 재판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당연한 권리로 이제 수사기관의 수사가 마무리되면 이번 사건은 재판을 통해 시시비비가 가려질 전망이다. 관건은 과연 양측이 어떤 카드를 갖고 있느냐다.  

기본적으로 폴라리스 측의 카드는 상당 부분 공개됐다. 핵심 증거 가운데 하나인 클라라와 이규태 회장 사이에 오간 카카오톡 내용이 <디스패치>를 통해 거의 대부분 공개된 것. 처음에는 일부 내용만 공개됐다. 그렇지만 클라라 측이 “폴라리스 측의 주장을 극대화시키고, 클라라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일부만 선별되어 편집됐다”고 주장했다. 소위 말하는 ‘악마의 편집’이라는 것. 이후 클라라 측은 지난 7월 30일 이후 양측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모두 공개했다. 클라라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신우 측은 “사적인 대화는 그 이전에도 많았는데 5월과 6월에 메시지를 공개하지 못한 것은 당시 소지했던 휴대폰이 물에 빠져 복원이 안 되고 또 카톡 서버에도 그것이 남아있지 않아서라고 밝혔다. 

이규태 일광폴라리스그룹 회장

이에 <디스패치>는 지난 5월 26일부터 9월 24일까지의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을 순서대로 공개했다. <디스패치> 측은 제3자가 개입되는 일부 대화만 제외하고 모든 내용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클라라 측이 휴대폰 고장으로 공개하지 못했다는 5월부터 7월 29일까지의 대화 내용도 모두 포함됐다. 

클라라와 폴라리스는 현재 두 건의 소송으로 얽혀 있다. 먼저 폴라리스 측이 클라라를 협박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클라라 측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계약 해지를 해주지 않으면 경찰에 고소하겠다고 협박했다는 게 폴라리스 측의 주장이다. 반면 클라라 측은 계약관계부존재확인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안은 계약 해지 과정에서 불거진 일로 이 회장이 성적 수치심을 유발케 하는 행위나 발언을 했는지 여부와 클라라 측이 이를 갖고 폴라리스 측을 협박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양측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가 중요한 까닭은 클라라 측이 이 회장이 카카오톡을 통해 성적 수치심을 느낄 만한 문자를 보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문으로 공개된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는 클라라와 이 회장이 계약을 의논하기 시작해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 해지 문제로 논쟁을 벌이는 일련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미 문제의 양측 대화 내용은 대부분 매스컴을 통해 공개됐다. 

폴라리스 측에선 클라라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계약 해지를 해주지 않으면 경찰에 고소하겠다며 폴라리스로 보낸 내용증명이 협박의 증거로 활용될 카드다. 또한 폴라리스가 갖고 있는 또 다른 카드는 클라라가 이 회장을 찾아와 사과하는 장면을 녹화해 놓은 CCTV 영상이다. 이런 영상의 존재는 클라라 측 역시 인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클라라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폴라리스 변호사가 ‘먼저 사과하면 해지해 준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믿었습니다. 사과하고 조용히 끝내고 싶었다”라며 “이규태 회장님은 역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이를 CCTV로 녹화하여 오히려 소송의 증거로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의 일에 대해 클라라는 서로 녹취를 하지 말자더니 CCTV로 녹화를 했다며 이를 더 경악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클라라와 이규태 회장, 둘 중 한 명은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치킨게임이 시작됐다. 사진은 채널A 방송화면.

그렇다면 클라라 측이 쥐고 있는 카드는 뭘까. 기본적으로 양측 모두에게 결정적 카드인 카카오톡 대화 내용은 대부분 공개됐다. <디스패치>를 통해 공개되지 않은 결정적인 대화 내용을 클라라 측이 쥐고 있다면 재판에선 상황이 급반전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재 클라라 측은 휴대폰 고장으로 7월 30일 이전의 대화 내용은 아예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클라라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다행히 저에게 제 말을 증명할 녹취록들이 있다”고 밝혔다. 어떤 내용의 녹취록인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지만 자신의 말을 증명할 수 있다는 클라라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재판 과정에서 클라라 측에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재판까지 가지 않고 양측이 합의로 상황을 마무리 짓는 방법도 있다. 그렇지만 현재 상황은 합의가 쉽지 않은 치킨게임 양상이다. ‘성’이라는 민감한 사안이 얽혀 있기 때문에 재판에서 패하는 쪽은 최악의 상황에 내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클라라는 허위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주장하며 협박한 여자 연예인이 될 수 있으며 이 회장은 성공한 사업가에서 소속 여자 연예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 성범죄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말 그대로 치킨게임인 셈이다. 

신민섭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