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내연남이 ‘일’ 그르쳤다
지난 8월5일 새벽 1시경 충북 영동의 강아무개씨(37·여) 집에 각목을 든 남자가 침입했다. 이때 다행히 잠을 깬 강씨의 남편 김아무개씨(43)가 놀라 소리치는 바람에 남자는 김씨의 팔과 다리에 가벼운 상처만을 입힌 채 달아났다. 단순한 강도의 소행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씨는 이 남자가 어쩌면 강도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강도치고는 어쩐지 솜씨가 서툴렀고 금품을 훔치려하기보다는 자신을 해치는 것이 목적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김씨는 평소 아내 강씨의 태도가 이상했다는 점을 생각해 냈다. 언젠가 아침에 출근할 때 아내가 평소와 다르게 꿀물을 타줘 마신 적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수면제가 들어 있어 운전하면서 사고 날 뻔한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김씨는 경찰에게 아내의 주변을 수사해 달라고 부탁하기에 이르렀다.
수사에 나선 경찰 역시 강도라면 흉기를 들고 침입했을 텐데 작은 나무 몽둥이 하나를 들고 와 두어 번 휘두르고 도망간 것이 미심쩍었다. 경찰은 두 달에 걸친 통신수사와 탐문수사로 아내 강씨와 강씨의 내연남 김씨(39)가 짜고 범행을 저지른 사건임을 밝혀내고 지난 13일 이들을 폭력교사 및 폭행 혐의로 구속했다.
그러나 아내 강씨는 자신의 죄를 뉘우치기보다 “남편의 바람기를 잡으려고 그랬다”며 오히려 억울해했다. 강씨는 경찰에서 “평소 남편이 여자관계가 복잡하고 가정에 소홀하면서도 나를 무시했다”며 범행동기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아내 강씨가 남편을 해치려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수면제를 먹여 교통사고를 내 복수를 하려한 한 것은 물론이고 올 초에도 남편의 친구에게 남편의 뒷조사와 불륜현장을 잡아달라고 부탁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남편의 친구는 활동비 명목으로 강씨로부터 수백만원을 받았지만 강씨에게 별 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강씨는 남편의 친구가 돈만 가로채려한 것으로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찾았다.
그러다 아는 사람을 통해 지난 5월 내연남 김씨를 알게 됐다. 강씨는 노동일을 하고 있는 김씨에게 남편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현금과 카드를 훔쳐 나와 강도로 위장해 달라고 부탁했다. 강씨는 ‘일’을 부탁하며 몇 차례 김씨를 만나는 과정에서 김씨와 내연의 관계로 발전하게 됐다. 급기야 강씨는 김씨에게 “내 부탁만 들어주면 남편과 이혼하고 당신하고 같이 살겠다”고 말했다. 내연남 김씨는 총각인 데다 강씨에게 은근히 끌려 선뜻 이런 제안을 받아들였다.
경찰에 검거될 당시 내연남 김씨는 자신의 범행을 시인하면서도 강씨를 보호하려는 듯 강씨와의 연관성은 철저히 부인했다.
반면 강씨는 내연남 김씨를 모르는 사이라고 주장했다가 몇 번 만났을 뿐 내연관계는 아니라고 말하는 등 김씨와는 다른 입장을 취했다. 한 경찰은 “내연남 김씨가 강씨를 많이 좋아하고 있다. 하지만 강씨는 김씨를 이용만 하려했지 정말로 남편과 이혼하고 김씨와 결혼하려 했는지는 모르겠다”고 전했다.
한편 사건을 접한 이웃주민들은 “늘 남편의 여자문제로 부부싸움을 하더니 이런 일까지 생겼네”라며 안타까워했다. 한 이웃주민은 “강씨도 잘한 거 없다. 남편도 문제였지만 나중엔 강씨도 같이 맞바람을 피우고 다녔다”며 “남편이 바람피운다고 아내까지 그래서야 되겠나”라며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