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선비 챙기고 재산 빼내고
지난 1월9일 정신지체 장애인들에게 몽골 여성과 결혼을 시켜주겠다고 속여 수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조아무개씨(32)는 구속된 이후에도 반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홍천경찰서 관계자는 말한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조씨에게 피해를 입은 장애인들은 한두 명이 아니었고 이들 모두 구구절절한 사연의 주인공이었다.
친구로부터 정신지체 3급 장애인인 박아무개씨(38)가 장가를 못가고 있다는 정보를 알아낸 조씨는 지난해 5월부터 “1천2백50만원을 주면 몽골 여성과 결혼시켜 주겠다”며 박씨를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박씨의 집에서 등기부등본을 본 조씨. 그 길로 달려가 개별공시지가를 확인해보니 3천만원이나 됐다. 1천2백50만원 보다 두 배나 큰 이익을 남기는 셈이었다. 조씨는 “우선 등기를 자신에게 양도하고 알선비는 나중에 천천히 갚으라”며 정신지체자인 박씨를 꼬였다. 박씨를 데리고 다니며 인감증명서 등을 떼러 다닌 조씨는 이 과정에서 6천만여원 상당의 부동산까지 자신의 동거녀 명의로 이전해 버렸다.
그러나 피해자인 박씨의 가족들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조씨가 판단력이 흐린 박씨에게 “가족들에게는 절대 이야기하지 말라”고 단단히 일러두었기 때문.
두 달 뒤인 지난해 7월, 진실은 엉뚱한 곳에서 밝혀졌다. 조씨는 박씨로부터 가로챈 땅을 매물로 내놓았고 이 때 관여한 부동산중개업소 업자가 바로 박씨 형수의 남동생이었던 것.
조씨는 2004년 말에도 미등록 정신지체 장애자 박아무개씨(37)에게서 2천만원을 받고는 “몽골에서 술을 먹고 실수한 것 때문에 여자가 싫어한다. 2백만원만 더 주면 데리고 오겠다”고 속여 돈을 더 받아내기도 했다. 돈이 아까워 9시만 되면 텔레비전까지 끄고 잠자리에 들었던 박씨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부동산과 막노동을 해서 번 돈을 한 번에 날리고 말았다.
조씨의 또 다른 피해자는 2급 정신지체 장애자로 부모님의 보호 없이는 생활할 수 없는 노총각. 조씨의 소개로 몽골 여자와 결혼했으나 이 여자는 한 달 만에 집을 나가버렸다. 조씨는 이 몽골 여성에게 “결혼을 하면 8백50만원을 주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하나 프리랜서 hana01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