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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청원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7월 25일 당사에서 기자회 견을 갖고 "일부 방송이 민주당의 시녀였다"고 주장했다. 작은 사진은 MBC <뉴스데스크>.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서 대표는 ‘일부 방송’이라고 표현했지만, 정치권과 언론계에서는 그것이 MBC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확신하는 눈치다. 한나라당과 MBC는 지난 5월 초 이후 3개월 가까이 ‘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력한 대선후보를 가진 원내 1당과 주요 방송사의 알력이 이처럼 장기화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더군다나 대선을 불과 5개월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한나라당과 MBC의 갈등은 양측에 모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갈등의 향후 전개양상에 대해 정치권과 언론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나라당과 MBC의 갈등은 올 5월 초 MBC의 주말 심야 시사프로그램인
한나라당은 즉각 편파방송대책위(위원장 현경대 의원)를 구성, MBC에 항의방문을 하는 한편 MBC의 모든 프로그램에 한나라당 당원들의 출연거부를 선언,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회창 대통령 후보도 MBC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이후 한나라당은 MBC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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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나라당은 국민경선을 다룬[MBC스페셜]이 편파적이었 다고 반발했다 | ||
또 한나라당의 MBC 출연거부에 대해서는 “의연하게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한나라당이 사사건건 MBC를 물고 늘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중대한 행위로 간주하고 묵과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한나라당은 거의 3개월째 MBC 출연거부 약속(?)을 지키고 있다. 7월 초 서해교전이 일어났을 때 MBC는 생방송 <100분토론>에서 서해교전 문제를 다루겠다며 한나라당에 의원 1명을 출연시켜줄 것을 요청했으나, 한나라당은 격론 끝에 내보내지 않았다.
토론회 출연 여부를 놓고 최고위원 회의에서도 논쟁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서는 “서해교전 토론회의 경우 우리당에 유리한 사안인 만큼 토론회에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으나 당 지도부는 “출연불가 방침을 바꿀 수 없다”며 끝내 거부했다. 특히 이 후보측이 MBC와의 화해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한나라당과 MBC의 갈등은 지난 2000년 총선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총선과 관련된 MBC의 보도에 대해 한나라당은 ‘편파보도’라고 주장하면서 한때 MBC의 한나라당 출입기자들에 대해 출입거부 방침을 정하기도 했다.
서해교전에 대한 MBC의 보도 또한 한나라당과 MBC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켰다, MBC는 서해교전의 원인 중 하나로 남한의 꽃게잡이 어선의 어로한계선 침범 가능성을 보도했다. 서해교전의 원인을 북한의 의도적인 도발이라고 몰아붙였던 한나라당으로서는 MBC가 서해교전을 우발적인 사건일 가능성을 보도한 데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외곽기구에서 작성했다는 ‘이회창 불가론 분석’ 문건이 공개되자 한나라당은 MBC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했다. 한나라당은 문건에서 “친일파 역사청산과 관련된 특집방송 추진-대선정국 하반기에 TV 등을 통해 특별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문제제기, 이회창 부친 친일의혹 재등장할 것”이라는 문구를 문제삼았다.
한 핵심당직자는 “청와대와 민주당이 방송을 장악, 이회창 죽이기에 나설 것이라는 우리당의 분석이 확인됐다”면서 “문건에서 말하는 방송은 MBC를 지칭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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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해교전의 원인 논란이 한나라당과 MBC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켰다. [사진공동취재단] | ||
이원창 의원은 “이회창 불가론 분석 문건이 청와대에서 작성됐으며, 그 배경에는 연말 대선에 방송을 이용하겠다는 음모가 있다”고 주장했고, 남경필 의원은 “청와대의 방송장악 시나리오에 따라 김 장관이 문광부장관에 임명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사태가 이쯤 되자 그동안 한나라당과 MBC의 갈등을 지켜만 봤던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비난하고 나서, 정치쟁점으로 비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이낙연 대변인은 28일 한나라당의 MBC 출연거부를 비난하는 논평을 냈다. 이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제멋대로 이유를 붙여 특정방송에 대한 출연을 여러 달째 거부하면서 이 방송을 모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MBC 출연 거부는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며 ▲거대정당의 교묘한 방송 장악 음모이고 ▲대통령 후보 TV토론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특히 “이회창 후보가 MBC 출연거부를 통해 자신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후보간 TV토론을 회피 또는 축소하려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는 선거문화의 개선을 훼방하는 행위”라고 공격했다.
정치권과 언론계에서도 한나라당의 MBC 공세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줄을 잇고 있다. 원내 1당의 특정 언론사에 대한 ‘왕따’가 너무 심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편파방송이라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정치세력의 언론탄압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대선전략팀의 한 관계자는 “우리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솔직하게 시인했다.
25일 서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방송이 민주당의 시녀였다”고 말한 직후, 남경필 대변인은 기자실로 내려와 “일부 방송을 거론한 것에 오해가 없도록 해달라”고 진화에 나섰다. 서 대표가 MBC를 지칭해 ‘일부 방송’이라는 말을 한 것은 아니라는 해명이었다. 그만큼 한나라당도 MBC를 공격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적당한 시점에, 적당한 계기를 찾아 MBC와 화해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선전략팀의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보면, 특히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는 MBC와의 갈등은 유리할 게 없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에 따르면 이 후보와 당 지도부는 MBC와 불편한 관계를 정리할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박수동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