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비록 주식매각이행청구소송 1심에서 졌지만, 재판 과정에서 박삼구·박찬구 회장과 금호아시아나그룹 채권단 사이의 합의 내용이 확인됐다”며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 항소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29일 밝혔다.
이어 “판결도 합의가 있긴 했지만 박찬구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합의한 것이라 회사 측에 매각을 강제할 수는 없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금호석유화학은 “항소 포기는 당연한 것”이라며 “무리한 소송을 제기했다는 걸 스스로 시인한 것으로, 아시아나항공 주식 처분은 주주와 회사를 위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4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주식매각이행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소송의 근거로 지난 2010년 2월 채권단과의 합의를 제기했다. 금호그룹은 ‘금호가 형제의 난’으로 지난 2010년 워크아웃 돌입 직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으로 분리됐다. 계열 분리 당시 박삼구 회장이 소유한 금호석유화학 주식과,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각각 완전히 매각하기로 양측이 채권단과 합의한 바 있는데도 금호석유화학 측이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삼구 회장은 2010년 3월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2011년 11월 박삼구 회장 가계가 보유한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완전히 매각한 바 있다.
하지만 금호석화 측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채권단과 진행한 합의 이행을 요구할 수 없는 데다, 당시 주식매각 합의는 기업의 재무건전성 확보차원에서 한 것이므로 현 시점에선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전현정)는 지난 15일 금호산업이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매각하기로 한 채권단과의 합의 약속을 이행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금호산업)와 피고(금호석유화학) 사이에 주식을 양도하는 합의가 성립됐다고 볼 수 없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채권단에 향후 주식시장 상황을 고려해 주식매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답한 점은 인정되지만, 이것만으로 피고가 주식 양도에 합의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사건 합의에서 주식 양도 대금이 중요한 부분인데, 양도 대금을 특정하는 기준을 정했다고 볼 수 없고 대금을 정하기 위한 노력이나 협조를 하지도 않았다”며 “원고는 양도대금이 시가와 같은 금액이라고 주장하나, 피고는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는 시가로 매각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 객관적 의사 합치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