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윤’] 사이에 두고 진실게임 중
그런데 취재 결과 밝혀진 검찰과 A 씨의 쫓고 쫓기는 관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검찰은 지난 4월 초 법조브로커 윤상림 씨(54·구속) 사건을 수사하던 중 윤 씨와 돈거래를 하고 강원랜드에도 수차례 동행했던 A 씨의 비리를 적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영장은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검찰은 “A 씨에 대한 혐의는 이번 사기 사건과 윤 씨 관련 사건 외에도 조폭 관련 등 여러 가지 내용이 더 있다”며 추가 수사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여러 혐의를 놓고 다각도로 그에 대한 수사를 펼쳐 나가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A 씨는 <일요신문>과의 단독인터뷰에서 “검찰은 지금 어떻게 하든 내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 혈안이 돼 있다. 윤 씨 수사에 협조해주면 내 죄는 묻지 않겠다는 거래를 제안하기도 했다”는 폭탄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우선 A 씨의 사기 혐의와 관련, 검찰은 “2004년 9월부터 12월까지 A 씨는 박 씨에게 ‘프로골퍼인 내 딸이 시합에서 1등을 했다. 1억 원을 빌려주면 딸의 상금으로 전에 빌렸던 돈까지 모두 갚겠다’며 돈을 빌린 후 갚지 않는 등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모두 1억 30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A 씨는 “영문을 모르는 일이다. 내가 도대체 남의 돈을 사기칠 이유가 뭐가 있나. 누군가 나를 모함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A 씨가 박 씨에게 돈을 빌리고 갚지 않은 것은 사실로 보인다”며 “일단 사건이 중앙지법으로 넘어갔으니 차후 재판결과를 보면 진실이 가려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검찰은 윤상림 씨 로비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조사가 어느 정도 끝났다. 이번 사기 혐의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미심쩍은 점이 많은 인물이다. 조사를 계속하면 뭔가 더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묘한 여운을 남겼다.
A씨는 윤 씨 사건 조사가 막바지에 이른 지난 4월 초 검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검찰은 A 씨에 대해 윤 씨의 로비 의혹 사건에 깊게 관여한 인물이라고 판단하고 그를 집중 조사했으나 뚜렷한 증거를 찾아내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재 A 씨에게 돈을 빌려 줬다가 돌려받지 못한 피해 여성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계속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A 씨가 이렇게 빌린 돈을 카지노에서 탕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씨 사건 수사 당시 A 씨는 윤 씨와 함께 카지노를 자주 즐겼던 것으로 드러났는데 그가 여기서 탕진한 돈은 천문학적인 금액일 것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또 A 씨는 호남 조폭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서울중앙지검의 한 관계자는 “윤 씨 사건으로 A 씨를 체포해 조사하기 전부터 그가 조폭들과 연관된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본인은 절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상당부분 파악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A 씨는 유명 조폭인 S파 전 두목 K 씨와도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를 잘 안다며 익명을 요구한 한 인사는 “A 씨는 K 씨와 오랜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다. 이런 사실은 이미 알만 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라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나는 K 씨를 잘 모른다. 어떻게 그런 말이 나왔는지는 몰라도 그 사람과 내가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라며 “항간에는 내가 깡패라는 소문도 나돈다고 들었는데 불쾌할 따름이다”고 완강하게 부인했다.
윤 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A 씨는 “검찰의 주장이 정말 어이가 없다”며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는 “나는 윤 씨와 친한 사이가 아니다. 그 사람하고 나는 그저 사업상 몇 번 만나고 카지노 몇 번 같이 간 것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두 사람의 관계가 그들이 주장하는 것 이상으로 가까운 관계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그 근거로 A 씨가 지난 2004년 영등포경찰서에서 또 다른 사기혐의로 조사받고 있을 당시 윤 씨가 면회를 왔던 사실을 꼽고 있다. 당시 A 씨는 윤 씨가 면회를 다녀간 이후 영장이 기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A 씨는 “당시 내가 결백했기 때문에 영장이 기각된 것이지 윤 씨가 면회를 다녀 간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익명의 인사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A 씨와 윤 씨는 상당히 가까운 사이였고 그 중간 연결고리에 K 씨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밝혔다. 윤 씨가 지난 2003년 초 군 관계자와 기업 고위 임원을 찾아가 협박하는 과정에서 K 씨와의 친분설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는 사실도 이미 밝혀졌다. 이런 여러 가지 정황과 친분 관계에 대해 검찰은 “A 씨와 윤 씨가 함께 K 씨와의 친분설을 적절히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A 씨는 이번에 사기혐의로 자신을 기소시킨 검찰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A 씨는 “내가 사기를 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검찰은 내가 사기 친 금액이 1억 3000만 원이라는데 나는 지금 10억 원이 넘는 돈을 가지고 있다. 그까짓 돈 갚아 버리고 말지 뭣 하러 사기꾼 소리 들어가면서 살겠나. 이건 누군가 나를 음해하려고 하는 것이다”라며 “검찰은 나를 체포하고 사기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윤 씨 수사에 협조하면 나의 죄는 묻지 않겠다고 거래를 제안하기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브로커 윤 씨를 사이에 놓고 검찰과 A 씨의 밀고 당기는 신경전이 이번 사기 혐의 기소로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