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남편과 코치·아내 피로 물든 삼자대면
인천 부평구에서 조그만 전기재료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던 배 아무개 씨(41). 그는 전업주부인 아내 이 아무개 씨(39)와 평범하면서도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살아왔다. 여유 있는 생활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경제적으로 곤란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부부는 가끔씩 여행도 함께 가고 취미도 공유하면서 그렇게 ‘오순도순’ 살았다.
하지만 이러한 관계가 서서히 삐걱댈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이들 부부가 3년 전 한 테니스 동호회 모임에 가입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평소 스포츠를 좋아하던 두사람은 우연한 기회에 테니스를 접하게 됐고 그때부터 테니스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매주 토요일을 이용해 동호회 모임을 가지며 회원들 간에도 매우 친밀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특히 아내 이 씨가 동호회 모임에 갈수록 적극성을 보였다.
그러나 이들 부부 관계에 본격적인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테니스 동호회에 새로운 코치가 영입되면서부터였다. 올해 초 새로 영입된 테니스 코치 이 아무개 씨(42)는 프로까지는 아니지만 아마추어 정도는 충분히 가르칠 만한 탄탄한 실력에 수려한 외모를 갖고 있어 여성뿐만 아니라 회원 전체에 호감을 얻었다. 특히 이 코치는 이혼을 한 상태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코치와 배 씨의 아내 이 씨가 서서히 가까워지기 시작했던 것. 배 씨 역시 전혀 신경이 안 쓰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설마’하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그러다가 배 씨의 감정에 분노의 불을 지핀 것은 같은 동호회 회원들끼리 오가는 충격적인 이야기들을 들었기 때문. ‘이 코치와 이 씨가 서로 사귄다더라’ ‘사랑하는 사이라더라’ 등에서부터 심지어는 ‘잠자리까지 같이 했다더라’는 이야기가 배 씨의 귀에 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배 씨는 살해사건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이에 대해서 아내에게 어떤 눈치도 주지 않고 그저 아내의 행동을 관찰하고만 있었다고 한다. 6개월간이나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던 배 씨는 급기야 아내를 미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 당일인 지난 7월 1일 오전. 배 씨는 ‘오늘 일 때문에 동호회에 못가니 당신 혼자서 가라’는 말만 남기고 집 주변에 잠복, 아내의 동호회 참석을 몰래 따라가기 시작했다.
여느 때처럼 오전 10시에 시작된 테니스 모임은 2~3시간 이어졌고 오후 1시경 끝이 났다. 배 씨는 아내가 평소처럼 집으로 바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때부터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들이 눈앞에서 펼쳐지기 시작했다. 아내가 이 코치와 함께 차에 올라 전혀 다른 곳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계속 해서 뒤를 밟아본 결과 놀랍게도 그들이 향했던 곳은 바로 이 코치의 집이었다.
혼자 살고 있는 이 코치의 빈집으로 함께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격분한 배 씨는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 나가 아내의 손을 잡아채고 집으로 끌고 갔다. 배 씨가 아내에게 ‘왜 코치의 집에 갔느냐’ ‘둘이 잠이라도 잤느냐’라고 추궁했지만 아내는 끝까지 자신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또한 배 씨의 집에 간 것에 대해서는 ‘그냥 차나 한잔하자고 해서 따라갔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아내가 이혼남의 빈집에 따라 들어가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없었던 배 씨는 ‘3자 대면’을 요구했다. 이날 오후 2시쯤 인근의 한 식당에서 만난 세 사람은 배 씨의 주도하에 고기와 소주를 시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배 씨는 집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아내 몰래 식칼을 준비해 가방 속에 넣어온 상태였다. 이미 최악의 상황에서는 ‘살인’을 염두에 둔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
세 사람이 만난 자리에서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애썼던 배 씨였지만 아내와 코치의 단호한 결백 주장에 더욱 분노가 치솟기 시작했다. 술이 취한 배 씨는 순간적으로 가방 속의 식칼을 꺼내들었고 맞은편에 앉아있던 이 코치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식당 바닥은 순식간에 피로 물들었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고함과 비명 소리로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배 씨는 도주하려는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경찰이 오기를 기다렸고 수갑을 받았다.
하지만 아내 이 씨는 아직까지도 테니스 코치와의 불륜 사실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 씨 등의 주장대로 실제 불륜이 아닌 남편 배 씨의 지나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행동으로 멀쩡하던 한 사람을 순식간에 살인자로 만든 것은 분명하다. 배 씨의 처지가 너무 안타깝다”는 동정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남훈 프리랜서 freehoo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