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살인·처절한 복수…점점 ‘공포사회’
▲ 지난 7월, 서래마을 프랑스인의 집 냉동고에서 꽁꽁 얼어있는 영아 사체 두 구가 발견돼 전국민을 경악시켰다. 범인은 결국 영아들의 엄마로 알려져 더욱 끔찍했던 사건. | ||
올 한 해 매스컴을 뜨겁게 달궜던 잔혹 엽기사건들은 과연 어떤 것들이 있으며 사건의 장본인들은 과연 그후 어떻게 변했을까. <일요신문>은 신문 사회면을 장식했던 수많은 사건들 중 경찰의 혀를 내두르게 했던 사건 다섯 건을 선정, 사건 전모와 함께 그 뒷얘기를 따라가봤다.
1.아직도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극 서래마을 영아유기 사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7월 23일, 납량특집극을 방불케 하는 희대의 엽기사건이 일어나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렸다. 서울 반포 서래마을 한 프랑스인의 집 냉동고에서 꽁꽁 얼어 있는 영아 사체 두 구가 발견된 것. 등장인물이 모두 외국인으로 구성된 이 해괴한 사건은 갖가지 시나리오와 루머를 낳을 만큼 온통 미스터리 투성이였다.
문제의 집에 살던 이는 쿠르조 씨와 베로니크 씨 부부. 당사자들이 여름휴가차 출국한 상태여서 경찰 수사는 난항을 거듭했다. 사건 초기 경찰은 주민의 제보에 따라 이 집의 필리핀인 가정부와 집 앞에서 서성거리던 14세가량의 백인소녀, 그리고 집이 비어 있는 동안 이 집에 출입한 집주인 쿠르조 씨의 친구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수사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특히 집주인이자 신고자인 쿠르조 씨마저 프랑스로 출국해 경찰의 애를 태웠다.
‘누가 언제 왜’라는 의문을 남기며 미궁에 빠질 뻔했던 이 사건은 숨진 영아들의 DNA가 이집 부부의 것과 일치한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일대 전환점을 맞는다. 2003년 부인 베로니크 씨가 자궁적출수술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된 경찰이 사당동의 한 병원에서 조직세포 샘플을 확보, 숨진 영아들의 DNA와 일치한다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 또 칫솔과 귀이개 등에서 채취한 DNA 검사 결과 영아들의 친부가 쿠르조 씨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경찰은 베로니크 씨의 신병 확보를 위해 프랑스 측과 공조를 통해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방안까지 검토했지만 양국 간 범죄인 인도조약이 비준되지 않아 강제 소환은 불가능했다. 수사는 또 다시 난관에 부딪히는 듯했다.
특히 용의자로 지목된 이들 부부는 범행일체를 부인하고 나섰다. 8월 22일 쿠르조 씨는 프랑스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들은 영아들의 부모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음모설’까지 흘렸다. 또 한국 경찰의 수사 결과와 국과수의 DNA검사를 믿을 수 없다며 한국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 미스터리한 사건에 대한 프랑스 내 여론이 점점 뜨거워지자 프랑스 측은 한국 검찰에 형사사법공조를 요청해왔다. 검찰은 9월 11일 쿠르조 씨 부부에 대한 DNA 분석 결과 등을 포함한 관련 자료와 수사기록을 출석요구서와 함께 프랑스 측에 전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결백을 주장하던 쿠르조 씨 부부는 9월 26일 자국 경찰의 DNA테스트에 응했으며 이틀 후 프랑스 측에 넘겨진 영아들의 DNA 샘플과 비교한 결과 이들 부부가 영아들의 친부모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결국 지난 10월 프랑스 사법당국에 구속된 베로니크 씨는 “중절시기를 놓쳐 임신 중 살해할 계획을 세웠으며 아기들이 태어나자마자 목졸라 살해, 유기했다”고 실토했다. 조사 과정에서 그녀가 오래 전 또 한 명의 영아를 살해해 유기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프랑스 사법당국은 베로니크 씨를 상대로 남편의 가담 여부 등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이다.
이 사건을 수사했던 방배경찰서 천현길 팀장(강력2팀)은 “베로니크의 경우 최고 무기징역까지 갈 수도 있지만 산후 우울증 등 정신상태를 감안해 감형이 될 수도 있다”며 “구체적인 처벌 수위 및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에 대해서는 내년 초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방배경찰서 수사팀은 ‘철저한 과학수사로 진실을 밝히겠다’는 집념으로 이 해괴한 사건을 해결, 한국 경찰의 수사력을 세계에 알렸다. 천 팀장에 따르면 내년 1월 중 프랑스의 수사진이 한국을 방문해 현장을 답사하는 한편 냉동고 등 관련 증거품들을 직접 확인, 수거해 갈 예정이다.
2.과연 그는 참회를 할까 ‘제2의 유영철’ 정남규
4월 24일, 서울 봉천동과 고척동 일대 등에서 무려 13명을 살해하고 20명에게 중상을 입힌 희대의 살인마 정남규가 검거됐다. 지난 2004년부터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은 일명 ‘서남부연쇄살인’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연쇄살인범 유영철과 마찬가지로 정 씨 역시 수많은 뒷얘기들을 남겼다. 특히 정 씨가 범행을 위해 수첩에 건강에 좋은 음식과 운동방법 등을 일일이 기록해가며 ‘몸만들기’에 주력한 사실과 범죄 영화 등을 즐겨보며 구체적인 범행 시나리오를 작성해왔다는 사실은 세간에 섬뜩한 화제가 됐다. 또한 그가 일주일에 세 번씩 집 주변 학교 운동장에서 10㎞씩 달리며 체력을 가꿔왔다는 사실도 확인되어 경찰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살인무기’로 트레이닝된 정 씨의 범행에는 검거 직전까지 브레이크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정 씨가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검거 뒤에도 그의 가슴에서 사그러들지 않는 세상을 향한 ‘맹목적인 적의’였다. 유영철이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해 사죄의 마음을 표현한 것과는 달리 정남규는 법정에서 ‘여전히 살인충동을 느낀다’고 진술, 변호인의 변호마저 무색하게 만들기도 했다. 법원은 정 씨에 대해 1심에 이어 지난 11월 21일 항소심에서도 사형을 선고했다.
▲ 지난 4월 전국민을 공포로 떨게했던 ‘희대의 살인마’ 정남규가 검거됐다. 사진은 봉천동 세 자매 피습사건 현장 검증 모습. | ||
3.‘복수는 나의 것’ 빗나간 불륜 응징극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를 상대로 한 강력사건이 최근 급증했기 때문일까. 몇몇 일선 형사들은 “불륜의 ‘대가’로 이혼을 요구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배우자의 불륜을 법대로 처리하기보다 폭력이 앞서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 9월 7일 광주에서는 한 중년 사내가 바람을 피운 아내와 상대 내연남을 엽기적으로 ‘응징’한 사건이 벌어져 주위를 놀라게 했다.
희대의 복수극이 벌어진 무대는 광주의 한 개인 사무실. 우연히 부인의 8년 전 불륜 사실을 알게 된 A 씨(44)는 이날 후배들을 동원해 부인과 부인의 내연남 B 씨(32)를 사무실로 끌고 왔다. 내연남 B 씨는 A 씨의 부인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지배인으로 일하며 자신과도 호형호제하던 사이.
집요한 추궁 끝에 “3개월간 사귀었다”고 B 씨가 실토했지만 A 씨의 화는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B 씨가 용서를 구하면 구할수록 A 씨의 두 눈에는 핏발이 섰다. 급기야 A 씨는 “잘못했으면 네 가지 벌 중 하나를 고르라”고 B 씨에게 명령했다. 성기, 엄지발가락, 엄지손가락, 새끼손가락 중 하나를 스스로 자르라는 끔찍한 주문이었다.
사무실 안에는 A 씨의 후배들이 병풍처럼 서 있어 B 씨는 도망 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결국 B 씨는 ‘새끼손가락’을 택했다.
A 씨의 응징은 불륜 당사자인 두 사람 모두에게 행해졌다. 그는 부인의 손에 흉기를 쥐어준 채 B 씨의 왼쪽 새끼손가락 위에 대도록 하고 B 씨에게는 벽돌로 그 위를 내리치도록 명령했다.
극도의 공포스런 분위기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부인이 아무리 사정해도 막무가내였다. 그럴수록 A 씨의 분노는 더욱 커질 뿐이었다. 겁에 질린 B 씨가 세게 내리치지 못해 손가락이 절반만 잘리자 A 씨는 나머지 부분을 자신이 직접 잘라내는 잔혹함을 보였다. 사랑하던 부인의 불륜에 대한 남편의 복수극은 이토록 집요하고 처참했다.
결국 A 씨에게는 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사건이 알려지자 경찰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응징이라면 겁나서 불륜은 씨가 마를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회자되기도 했다. 전남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부인이 보는 앞에서 상대남의 신체를 절단케 한 이 사건은 그 어느 방법보다 잔혹한 복수극이었다”며 “응징이 이뤄졌어도 무너진 부부간 신뢰를 무엇으로 극복할 수 있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B 씨는 사건 직후 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접합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가락이야 다시 사용할 수 있겠지만 8년 전 불륜의 대가로 겪은 죽음의 공포는 결코 잊지 못할 듯하다.
4.사이코 스토커가 된 엘리트 변심한 애인에 엽기적 복수
“이제는 이별 통보도 목숨 걸고 해야하는 시대”라는 한 경찰관의 말처럼 연인 간에 엇갈린 사랑이 빚어낸 비극은 올해도 어김없이 계속됐다. 수서경찰서는 8월 24일 사귀던 애인이 헤어질 것을 요구하자 애인의 나체 사진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고 살해 계획까지 세운 고 아무개 씨(30)를 검거, 살인예비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애인의 결별 선언에 엽기적인 방식의 복수극을 꿈꿨던 고 씨는 놀랍게도 명문대를 졸업하고 내로라하는 대기업에 근무하던 엘리트였다.
경찰에 따르면 고 씨가 애인 C 씨와 사귄 것은 지난해 가을부터. 그러나 지난 5월 C 씨로부터 갑자기 이별을 통보받은 고 씨는 배신감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끈질긴 설득에도 옛 애인이 마음을 돌리지 않자 생각 끝에 그는 복수를 결심하게 된다.
고 씨는 예전에 몰래 촬영해 둔 C 씨의 나체사진은 물론 다른 사람의 음란 사진과 동영상 파일을 C 씨의 것처럼 인터넷에 올렸다. 더 나아가 C 씨의 실명과 휴대폰 번호, 직장 전화번호 등까지 파일 공유사이트에 올리는 한편 자신의 자해 장면을 담은 사진파일을 C 씨의 이메일로 보내 공포심을 조장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 씨가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받은 이유도 C 씨와의 성관계 장면 등을 촬영해 컴퓨터에 저장해두었던 것을 들켰기 때문”이라며 빗나간 애정행각에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두 사람의 인생은 완전히 망가졌다. 한때 대기업 엘리트 사원이었던 고 씨는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피해자 C 씨 역시 정신적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후문. ‘악연’의 사슬은 끊어졌지만 악몽의 기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경찰 관계자들의 말이다.
5.돈이 뭐기에… 친척간 반인륜적 빚독촉
‘돈 앞에서는 부모형제도 없다’는 세태를 반영하듯 금전 문제로 인해 친척간에 반인륜적인 엽기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5월 12일 새벽 당직을 서고 있던 서대문경찰서 형사들에게 다급한 신고가 접수됐다. 모녀가 잠들어 있는 집에 남녀 3명이 침입, 두 모녀를 심하게 폭행하고 엽기적인 행각을 벌였다는 것. 경찰은 현장에 들어서는 순간 말문을 잃고 말았다. 범인들은 모녀를 심하게 폭행한 것도 모자라 얼굴에 소변을 보고 고춧가루와 소금을 뿌려놓는 등 충격적인 행각을 벌였던 것이다. 변태나 사이코의 소행으로밖에 볼 수 없는 끔찍한 현장을 보고 형사들이 떠올린 것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길래 이토록 엽기적인 짓을 저지른 것일까’라는 생각뿐이었다.
수사 결과 형사들을 더욱 경악케 한 것은 사건의 피의자들이 피해자와 친척간이라는 사실이었다. 약 1년 전 피해자의 딸 D 씨가 피의자 중 한 명인 이종사촌 오빠에게 5000만 원을 빌린 것이 화근이 됐다. 그러나 D 씨는 빚을 갚지 못했고 ‘장기를 팔아서라도 갚아라’는 식의 협박을 수 차례 당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피의자들은 ‘어려운 형편에 빚을 내서 돈을 빌려줬으나 D 씨는 빚을 갚을 의사를 보이기는커녕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었다’며 나름대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건 당일에도 피의자들은 D 씨를 찾기 위해 전화를 했으나 D 씨의 어머니는 계속 딸의 행방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한다. 하지만 잘못 내려진 수화기 사이로 D 씨의 목소리가 들리자 순간 ‘광분’한 이들은 D 씨의 집에 침입,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 이성을 잃은 이들의 분노는 D 씨뿐 아니라 D 씨의 어머니 즉 이모에게도 엽기적인 방법으로 표출됐다.
피의자로 경찰서에 붙들려온 조카들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만 했어도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가족에게 뭐라 할 말이 없다”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수향 기자 i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