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 ||
김 장관의 ‘당 복귀’ 카드가 거론되는 배경에는 ‘위기에 빠진’ 당 사정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헌재의 ‘위헌’ 판결 이후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도 급락이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으로 이어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는 당내의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 게다가 이해찬 총리 발언 파문으로 인한 당내분열과 10·30 재보선 패배 등 악재가 겹치면서 당내에서 “당을 정비할 ‘구원투수’가 필요하다”는 소리가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구원 0순위’로 김 장관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에서 5%도 안 되는 지지도를 얻고 있는 김 장관측의 내부적인 고민도 큰 짐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7월 “출장 다녀오겠습니다. 과천에 여의도 지점 하나 생겼다고 생각하겠으니 도와 달라”는 말을 남기고 과천으로 떠난 김 장관은 현재까지 정치권과는 일정한 거리들 두고 있다. 한 측근 관계자는 “지금은 장관직에 최선을 다 할 단계다. 정치적인 행보는 될수록 피하고 있다. (차기 주자로서) 일정 기간 정치를 떠나 있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오히려 당내 거대 계파를 거느린 ‘보스 김근태’의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가 파행된 지난 29일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도 전날의 이 총리 발언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쏟아낸 여당의 의원들을 향해 “여당 차기주자 행보를 보면 이 총리처럼 하는 사람이 없다”며 “지지층을 넓히기 위해 보수화됐고, 싸움을 안 벌인다”며 김 장관에 대해 불만을 노골적으로 털어놓기도 했다.
4개월여 남은 열린우리당의 당 의장 선출을 놓고 당내에서는 벌써부터 예상 후보군에 대한 갖가지 셈법이 나돌면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헌재 판결을 포함한 최근 열린우리당이 맞고 있는 각종 악재로 당의 ‘지도력 부재’에 대한 푸념이 높아지면서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는 모습. 당내에서는 공공연히 ‘두 실세(김근태, 정동영)’의 ‘컴백홈’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와 관련 당 소속 한 의원은 “지금 우리당의 가장 큰 문제는 지도력이 부재하다는 데 있다. 당권파였던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그룹 중 천 의원만이 남은 상황에서 새로운 지도력을 가진 지도자가 없다는 점이 문제”라며 “내년 당의장 선거에서는 실질적인 지도력을 갖는 당 의장이 나와야 당의 이런저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대리인을 내세우는 당의장 선거로는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의원의 진단.
당 사정에 정통한 열린우리당 한 관계자도 “실세 정치인이 직접 나와서 (대권) 전초전을 치른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그래야 당도 살고 차기주자도 살 수 있다. 김근태-정동영 두 장관 중 하나는 복귀를 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야당과의 관계나 당 내부 결속을 생각한다면 정 장관보다는 포용력이 있고 개혁적인 김 장관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측 핵심관계자는 ‘의장 출마’설에 대해 “여건만 갖춰진다면 (당 복귀-의장 출마를) 못 할 것도 없다”고 최근 GT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아직은) 구체적인 행보를 결정할 단계가 아니다.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고 알아 달라”며 고민의 일단을 드러냈다. “자칫 김 장관의 당 의장 출마설이 김 장관 개인의 ‘정치적 욕심’으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거나 말 할 수 없다”는 설명.
또 다른 측근 관계자도 “장관직을 던지고 나오는 형국이어서는 곤란하다. 지금은 차기구도가 거론될 상황이 아니라 현 정부의 개혁정책에 힘을 모아야 할 단계다. 혹시라도 당의 분열 내지는 정부 내 알력으로 비치거나 정치인의 욕심 채우기로 보인다면 그것은 정치인 개인뿐 아니라 정권차원으로도 도움이 안 된다”고 전했다.
김 장관의 ‘당 복귀’를 기대하는 당내 인사들은 김 장관의 당 복귀를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내용은 대략 두 가지 정도로 정리된다.
첫째 “장관직을 던지고 당으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라 당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식”이어야 하며 둘째 “당에 활력을 넣고 흥행을 위해서도 대리전이 아닌 실세정치인이 직접 나와서 경쟁하는 모양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의 측근 관계자는 “그것은 필수조건이다. 그 외에도 많은 부분이 갖춰져야 (당 복귀-의장 출마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 장관측이 이러한 고민에 빠진데는 “(김 장관이) 국민들로부터 잊혀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현실적인 위기의식’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시사저널>과 <문화일보>가 조사한 ‘차기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이러한 위기감의 배경을 읽을 수 있다(상자기사 참조).
대외적인 명분론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김 장관의 측근 관계자는 “미국 대선 이후 내년까지는 한미-북미관계가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등장할 것이다. 책임여당의 당 의장은 이에 대한 준비가 된 인물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김 장관과 같은 한반도 전문가가 나설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 장관의 당 복귀에 대해서는 GT계 내에서도 의견통일이 완전히 이뤄지지는 않은 상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장관의 측근 의원으로 알려진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직은 그런 논의를 시작할 단계가 아니다. 시간도 많이 남았고 가능성과 필요성을 모두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대선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 그리고 장관으로 입각한 지 몇 달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아무런 명분이 없이 당으로 복귀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복귀를 한다고 해도 장관으로서 일정한 성과를 거둔 이후에나 생각해 볼 문제다. 그리고 내년에 뽑힐 당 의장의 임기가 2년이지만 실제 차기 대권과는 별 관계가 없는 관리형 의장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당내외에서 거론되고 있는 김 장관의 ‘복귀조건’에 대해서도 “우리는(김 장관측) 처음부터 조급하지 않게 준비하면서 책임있는 정치를 하겠다고 생각해 왔다.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 자리에 연연하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며 “나는 개인적으로는 김 장관이 내년 당의장에 출마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보고 있다. 장관으로서 지금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당의장에는 당내에서 신망이 높은 개혁적인 정치인이 출마하면 된다고 본다. 그리고 실제로 준비되고 있는 카드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