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설 특집 기나긴 연휴 솔로들을 위한 영화(2)
지난 2010년 개봉한 <익스펜더블>은 사실 그리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실버스터 스탤론, 제이슨 스타뎀, 이연걸, 미키 루크, 돌프 룬드그렌, 테리 크루즈 등 왕년의 스타들이 총출동한 데다 아놀드 슈월제네거와 브루스 윌리스가 특별 출연으로 힘을 보탰다. 왕년의 ‘람보’와 ‘코만도’, 전설의 ‘황비홍’과 록키의 최강적이던 ‘이반 드라고’ 등이 한 편의 영화에서 만난 것. <트랜스포터> 시리즈의 제이닝 스타뎀은 촬영 현장에서 대선배들 커피 심부름이나 해야 할 정도의 캐스팅이었다. 그렇지만 출연진의 면면에 비해 영화는 다소 많이 재미가 없었다. 긴장감을 느낄 수 없는 스토리 라인은 볼거리 중심의 액션 영화임을 감안해 어느 정도 이해해 줄 수 있지만 왕년의 스타들이 선보인 액션 연기도 그저 그랬다. 이렇게 <익스펜더블>이 기대 이하의 영화가 된 데에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무적의 익스펜더블 팀의 리더인 ‘바니 로스’ 역할의 실버스타 스탤론이 이 영화의 감독까지 맡은 것. 그가 총과 메가폰을 함께 잡은 것이 이 영화의 치명적인 약점이 되고 말았다.
2012년 개봉한 <익스펜더블2>는 그나마 볼 만한 영화가 됐다. 1편의 특별 출연이던 아놀드 슈월제네거와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급으로 격상됐으며 기존 실버스터 스탤론, 제이슨 스타뎀, 돌프 룬드그렌, 테리 크루즈 라인에 장 끌로드 반담과 척 노리스 등이 가세했다. <델타 포스>로 유명한 미국의 대표적인 액션 스타 척 노리스에 반담 시리즈로 유명한 미국을 대표하는 격투 액션 스타 장 끌로드 반담이 출연해 라인업이 더욱 화려해진 것. 포스터만 화려할 뿐 그저 그런 영화였던 1편이 2편에선 그냥저냥 볼 만한 영화가 된 결정적인 계기는 드디어 실버스타 스탤론이 메가폰을 내려놓고 배우로서 총을 쏘는 데 집중한 것이다. 2편의 감독은 <툼레이더>의 사이먼 웨스트였다.
그리고 2014년 <익스펜더블3>가 나왔다. 이번엔 꽤 볼 만 한 영화가 됐다. 기존 실버스터 스탤론, 제이슨 스타뎀, 아놀드 슈월제네거, 이연걸, 돌프 룬드그렌, 테리 크루즈 라인에 웨슬리 스나입스, 멜 깁슨, 해리슨 포드, 안토니오 반데라스 등이 추가됐다. 웨슬리 스나입스, 멜 깁슨, 해리슨 포드, 안토니오 반데라스 등은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최고의 할리우드 액션 스타들이니 말 그대로 역대 최강의 출연진 라인업이 완성됐다. 만약 20여 년 전인 90년대 중반에 이런 출연진의 영화가 기획됐다면 출연료만으로도 제작비가 세계 최고 수준인 블록버스터가 됐을 것이다. 이젠 대부분 추억의 스타들이지만 이번 영화에선 그들의 노익장이 제대로 터졌다. 이번 영화에선 바니 로스(실버스타 스탤론 분)가 새롭게 조직한 젊은 대원들의 팀이 등장하는데 그들의 출연 분량이 꽤 된다. 그렇지만 감히 그들은 출연진 리스트에 이름도 올리지 못할 정도다. 그리고 이번에도 감독은 실버스타 스탤론이 아닌 패트릭 휴즈가 맡았다.
스토리는 비교적 단순하게 설정해 놨다. 익스펜더블 팀이 임무를 맡아 수행하는 과정에서 막강한 적을 만나고 위기에 놓이지만 결국 승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반전이나 배신 등의 돌발변수도 거의 없다. 이런 요소들이 제대로 쓰이면 영화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지만 잘못 쓰이면 영화를 황당하게 만든다. 영화 <익스펜더블3>는 이런 복잡한 요소는 쏙 빼고 액션 영화라는 본연의 특성에 집중했다.
실버스타 스탤론을 비롯한 출연진의 액션 연기는 모자람이 없다. 말 그대로 노장은 살아 있다. 특히 웨슬리 스나입스는 전혀 늙지 않은 예전 모습 그대로다. 아놀도 슈워제네거의 액션 장면은 그리 많지 않지만 엄청난 덩치를 기반으로 여전히 코만도 시절처럼 일반인은 들지도 못한 거대한 기관총으로 적들을 물리친다. 역할의 특성상 액션 연기는 없을 것으로 보이던 해리슨 포드 역시 마지막 전투에선 직접 현장에 나간다. 비록 그의 액션은 헬기를 운전하는 게 전부지만 <스타워즈>에서 기막힌 비행 솜씨를 선보이던 ‘한 솔로’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 줄거리
사실 이번에도 스토리는 다소 뻔하다. 바니 로스가 이끄는 익스펜더블 팀이 임무를 맡고 성공리에 수행하는 과정이다. 다소 다른 부분은 잠시나마 익스펜더블 팀이 깨진다는 점이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익스펜더블 팀의 작전으로 시작된다. 과거 익스펜더블 팀원이던 ‘닥터’(웨슬리 스나입스)를 구출하는 것으로 시작해 곧바로 무기밀매업자 빅터 민을 체포하는 작전에 돌입한다. 그렇지만 작전 도중 죽은 줄 알고 있던 과거의 적 스톤뱅크스(멜 깁슨 분)을 만나게 된다. 빅터 민이 바로 스톤뱅크스였던 것. 익스펜더블을 창립 원년 멤버인 스톤뱅크스는 팀을 배신하고 악의 길에 접어들었고 바니의 손에 죽었다. 그렇지만 죽은 줄 알았던 그가 기적적으로 살아난 뒤 빅터 민이라는 이름으로 무기 밀매를 하고 있었던 것. 스톤뱅크스의 역습으로 작전은 실패하고 오랜 동료 시저(테리 크루즈 분)까지 큰 부상을 당한다.
더 이상 동료를 잃고 싶지 않은 바니는 결국 익스펜더블 팀의 해체를 발표한다. 그렇지만 스톤뱅크스와의 악연은 끝장을 내야겠다고 결심한 바니는 젊고, 빠르고, 색다른 기술을 지닌 새 멤버들을 영입한다. 그렇게 새로 꾸린 팀을 이끌고 스톤뱅크스를 기습한 바니는 결국 그를 생포하는 데 성공한다. 그렇지만 이것 역시 스톤뱅크스의 함정에 불과했다. 결국 바니와 새로운 젊은 팀원들은 모두 절체정명의 위기에 내몰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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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펜더블3> 역시 ‘2015년 설 특집 기나긴 연휴 솔로들을 위한 영화’로 준비한 영화다. 이번엔 솔로 남성을 위한 영화다. <익스펜더블>을 보고 크게 실망하며 <익스펜더블2>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이들이 많은 터인데, <익스펜더블3>은 1,2편에 비해 추천해도 될 만한 액션 영화다. 워낙 쟁쟁한 과거의 스타들이 대거 출연해 실버스타 스탤론을 제외하면 대부분 비중은 그리 크지 않지만 짧은 등장도 추억을 되살리기엔 부족함이 없다. 요즘 영화들처럼 복잡함 없이 그냥 단순 무식한 액션의 세계다. 과거의 할리우드 스타들이 자신들이 잘 나가던 시절의 영화 화법에 맞춰 자신들이 가장 잘 하는 액션 연기를 선보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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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킬링타임 무비다. 잠깐 화장실 다녀오느라 몇 장면 놓쳐도 큰 걱정이 없다. 어차피 익스펜더블 팀이 악당들을 물리치고 승리한다는 큰 스토리 흐름은 변화가 없을 터이니. 기나긴 설 연휴 남성 솔로들에겐 성공적으로 시간을 죽이는 데 매우 적절한 영화가 될 것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