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형사] 고행섭 팀장

“잘못된 관행 고쳐야 수사 빨라져”

	▲ 부산 남부경찰서 강력 1팀의 조상윤 형사, 고행섭 팀장, 조병득 형사(왼쪽부터).

“무려 25년을 조폭 담당 형사로 근무했으니 온갖 험한 사건은 다 거쳤다고 할 수 있지요. 그래서인지 이제는 보고를 받는 순간 사건의 틀이 머릿속에 그려질 정돕니다. 어떤 사건에 대한 수사를 시작할 때 오랜 강력반 생활에서 얻은 수사 노하우와 새로운 범죄유형에 적용할 수 있는 창조적인 수사기법을 접목시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79년 경찰에 투신한 고행섭 팀장(56·경감)은 28년차의 자타공인 베테랑 수사관이다. 고 팀장이 근무하는 남부경찰서는 부산 시내에서도 강력사건이 유독 많이 접수되는 곳으로 꼽힌다. 하지만 고 팀장은 잦은 야근과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한다.

“조금 힘들다 싶을 때 일부러 노래를 부르며 마음을 다스립니다. 내가 지치면 누가 절 믿고 따라오겠습니까. 연달아 터지는 사건들에 지친 팀원들을 다독여가며 사건 해결의 맥을 짚어주는 것이 팀장의 역할입니다. 그간 아내와 그 흔한 여행 한 번 제대로 간 적이 없지만 한 번도 이 생활을 후회해본 적은 없어요. 요즘 얘기로 ‘경찰은 내 운명’이죠.”

그러나 고 팀장은 열의와 긍지만으로는 한계에 부딪치게 되는 게 현실이라면서 현장에서 겪게 되는 수사제도상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볼 때 열악한 조건에서도 나를 형사로 살게 한 것은 긍지와 자부심이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경찰의 수사력은 무척 우수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문제들이 많은 게 사실이죠. 사건 해결률을 더욱 높이려면 우선 과학수사가 체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하고 일선 형사들이 선진 수사기법을 배울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수사관행 때문에 수사가 늦어지는 제도적인 문제들도 반드시 개선이 필요합니다.”

이수향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