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2% 차 신승…‘시한폭탄’ 남아있다
문재인 의원이 8일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서 박지원·이인영 의원을 누르고 당대표로 선출됐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평소 박지원 의원 측과 가깝게 지내던 한 비노진영 관계자는 새정치연합의 2·8 전당대회 2일전, <일요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담담히 문재인 의원 측의 승리를 점쳤다.
“문재인 의원의 승리가 거의 확실하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애초부터 야당 전당대회는 철저하게 국민적 무관심 속에서 진행됐다. 그런데 기가 막히게도 그나마 국민의 눈을 끌게 된 계기가 여론조사 보기 중 ‘지지후보 없음’ 합산 여부 논란에 따른 후보들 간 막장 싸움이었다. 무엇보다 야당의 계파 갈등이 그대로 표출됐고, 거기에 어찌됐건 결과적으로 전당준비위원회는 문재인 의원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 문 의원이 대표직에 올라도 비노진영의 마음을 달래기가 여간 쉽지 않을 것이다. 만약 문 의원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면, 일은 더욱 커진다.”
실제 문재인 대표는 2·8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최종결과는 문재인 대표가 45.30%의 지지를 받아 41.78%의 지지를 받은 2위 박지원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3.52%포인트 차의 초박빙 승부였다. 특히 권리당원과 일반당원 투표에선 박 후보가 문 대표를 앞섰다. 평소 ‘스페셜 원’으로 점쳐졌던 문 대표였지만, 실제 결과는 ‘원 오브 뎀’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전당대회 앞서 여론조사 보기와 관련한 논란이 제기됐을 당시, 박지원 후보 측에선 3% 내외의 손해를 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때문에 비노진영의 집단 탈당 가능성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의 관계자는 “결국 전당대회 과정에서의 갈등은 문재인 대표와 친노진영 스스로 한계를 보여준 셈”이라며 “문 대표 스스로도 주변의 배경이 되는 친노진영 인사들의 입김과 무관한 뭔가를 하기엔 어려운 점이 많다.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진영 간 갈등이 극대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호남을 중심으로 대거 탈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가 말하는 ‘한계’는 결국 진영논리를 의미한다. 무엇보다 앞서 전당대회 룰을 두고 벌어진 당내 갈등에서 보듯, 결정적 순간엔 진영의 논리가 민낯을 드러내고 민심의 논리에 앞선다는 얘기다. 특히 이는 공교롭게도 여권의 지도부 선출과 비교하면 더욱 대척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일 있었던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여당 의원들은 현 체제의 최대계파인 친박진영 인사가 아닌 ‘유승민 원내대표-원유철 정책위의장’ 비박 지도부를 선택했다. 이미 이에 앞서 지난해 전당대회에서도 당심의 선택은 친박 서청원 최고위원이 아닌 비박 김무성 대표였다. 현재의 진영 논리보다는 민심을 앞에 둔 셈이다.
우여곡절 끝에 당권을 쥐게 된 문재인 신임 대표 입장에선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특히 유심히 살펴볼 점은 문재인 대표의 대권가도다. 전당대회를 통해 심각한 내상을 입은 진영 간 갈등을 어떻게 잘 추스르는지, 또한 그 가운데에서 대권주자로서 얼마나 역량을 보여줄지가 관건이다.
일단 겉으로 보이는 문재인 대표의 대권주자 경쟁력은 나쁘지 않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기관의 대권 적합도 조사에서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1월 28~29일 ‘리얼미터’가 진행한 조사에서 문재인 대표는 24.8%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반기문 UN 사무총장(21.4%)에 앞섰다.
다만 이번 여론조사의 배경에는 연말정산 파문으로 인한 반정부 정서, 대통령 지지율 급락, 조사 표본 문제(최근 여론조사 표본에 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포함되면서 같은 충청권인 반기문 사무총장의 지지율이 잠식됐다는 분석) 등 외부적 부분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대권주자로서 문재인 대표를 두고 사실상 ‘리더’로서 첫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했다.
“당장 같은 당의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는 민선을 두 번이나 겪은 재선 광역단체장이다. 수장으로서 시·도정을 직접 이끈 경험과 나름의 긍정적 평가도 받은 셈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는 아직 보여준 게 없다. 지금까진 소위 말하는 참모형 지도자에 가까웠다. 이제 분열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 있는 당 조직을 재정비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은 리더형 지도자로서 본격 시험대에 선 셈이다.”
그러면서 그는 문재인 대표에게 꼭 두 가지를 주문하기도 했다.
“첫째로 호남 민심 달래기가 급선무다. 만약 탈당이 현실화된다면, 호남이 1순위다. 그간 친노진영에서 비롯된 ‘호남홀대’ 정서를 어떻게 감싸주느냐가 관건이다. 이는 향후 공천 과정에서도 염두에 두어야 할 문제다. 둘째로 본인 스스로 대권을 염두에 둔다면, 과감하게 스킨십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당내 비노진영 세력을 넘어 탈당 후 신당 참여를 선언한 정동영 전 상임고문과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진영까지 포함된다. 이젠 진영논리를 넘어 본인을 위해 이기적일 필요도 있다. 만에 하나 집단 탈당이 현실화된다면 본인의 대권도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문재인 대표는 당선 직후 가진 수락연설을 통해 “우리당은 이제 분열을 버리고 변화의 힘으로 진군을 시작한다”며 “이번 전당대회 때 보였던 분열의 모습을 다신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외부의 염려에 대해 일축했다. 또한 그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민주주의와 서민경제를 파탄 낸 박근혜 정부와 전면전을 할 것”이라며 “반드시 대안 정당으로서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로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당 분열의 위기와 총선승리 그리고 정권교체라는 대내외적 과제를 오롯이 성취하겠다는 포부다. 쉽지 않은 길에 나선 문재인 대표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