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진짜 많이 들었습니다”
97년 경찰에 투신한 김학봉 형사(35·경사)는 패기와 열정으로 똘똘 뭉친 젊은 수사관. 주위에선 사건이 터지면 무조건 현장으로 제일 먼저 달려가는 형사로 꼽힌다.
“모든 수사는 ‘현장’에서 시작되고 ‘현장’에서 끝난다는 말을 믿습니다. 언젠가 선배 형사가 그러더군요. ‘억울하게 죽은 이의 넋을 풀어주는 게 강력반 형사의 몫이다’라고요. 그게 정답이에요. ‘찍’ 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자기 방 안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여고생을 생각하면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죠.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웠을까요.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습니다.”
김 형사는 당시 수사과정에서 겪었던 곤혹스러운 일도 털어놨다.
“A 양의 주변 인물들과 수사선상에 오른 이들을 상대로 DNA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입에 담지 못할 욕과 항의를 많이 들었습니다. ‘내가 왜 해야 하느냐’며 펄쩍 뛰는 것은 예사였죠. 하지만 증거가 정액밖에 없는데 어떡합니까. 용의자를 압축하기 위해서는 할 수 없었죠.”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