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앞에서 무너지더라”
94년 경찰에 투신한 서무성 형사(41·경사)는 ‘경찰 아내’를 두고 있는 복 많은 경찰관이다. 그는 아무리 복잡한 수사도 편안한 마음으로 순리대로 진행시키는 습관을 갖고 있다. 특히 사람의 심중을 꿰뚫어보는 예리한 직감과 피의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조사 스타일은 관내에서 정평이 나 있다.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 영원한 묻힐 뻔한 이 두 살인사건을 해결한 공으로 서 형사는 특진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피의자 권 씨는 가계부에 몇 백원까지 일일이 기록해놓을 정도로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로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고 한다. 범행 후에도 어찌나 태연하게 살아왔던지 주변에서도 아무런 낌새를 눈치 채지 못했다는 게 서 형사의 얘기다. 이런 권 씨의 입에서 자백을 이끌어내는 데는 불교에 기반을 둔 설득방식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증거를 대라며 입을 닫아버리는데 정말 막막했죠. 심증은 있었지만 ‘당신이 죽였잖냐’라고 다그칠 수도 없는 상황이었어요. ‘지금 털지 않으면 그 업이 내세에 당신은 물론 자손들에게까지 미칠 텐데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느냐’는 말에 굳게 닫혀 있던 권 씨의 마음이 움직이더군요. ‘이렇게 우리가 만난 것도 인연 아닌가. 비록 큰 죄를 지었지만 참회를 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가볍다. 앞으로 삶이 평안하기를 빌어주겠다’고 했더니 권 씨도 ‘다 털고 나니 후련하다. 정말 고맙다’며 눈물을 글썽이더군요.”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