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뒤에 가정폭력 있더라”
92년 경찰에 투신한 정덕만 형사(42·경사)는 수많은 강력사건을 다뤄온 베테랑. 지난 12월 초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에도 그는 관내에서 발생한 변사사건 관련, 유가족들과 힘겨운 씨름을 하는 중이었다. 확실한 증거에 의해 자살로 판명 났음에도 불구하고 타살 의혹을 제기하는 유가족들을 상대로 수사과정을 설명하며 이해시키느라 진땀을 빼는 모습을 보니 형사란 참 힘든 직업이란 것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 형사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의 입장을 이해한다며 싫은 기색 없이 묵묵히 조사결과에 대해 반복해서 설명해주고 있었다.
잦은 잠복근무, 야근으로 인해 ‘빵점 아빠’ ‘빵점 남편’으로 단단히 찍혔다는 정 형사는 오랜만에 당시 사건기록을 꺼내보면서 가정폭력의 심각성과 그 후유증을 실감케 한 사건이었다고 회고했다. 정 형사는 “살인을 저지른 것에 대해서는 후회하면서도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거두지 못하는 딸의 모습이 더없이 안타까웠다. 상습적인 가정폭력으로 인해 어쩌면 참극이 이미 예고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