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그래도 살인은 안돼”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고 하죠. 김 씨가 눈물로 털어놓은 얘기를 듣고 나니 김 씨가 그간 서 씨에게 받았던 인간적인 모멸감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요. 장애를 거들먹거리는 것도 서러운 터에 부인에게까지 치욕스러운 말을 내뱉었다고 하니…. 하지만 살인은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중범죄임에 틀림없습니다. 김대식은 죽이려고 작정하고 찾아간 것은 아니라고 말하더군요. 하지만 범행에 사용된 회칼이 서 씨네 주방에 있던 거라고 보기도 어렵고 다리가 불편한 김 씨가 사건 당일 CCTV를 피해 굳이 계단을 이용했던 걸 보면 약간의 의도도 있지 않았나 싶어요.”
91년 경찰에 투신한 이춘기 형사(43·경사)는 15년 이상을 줄곧 강력반에만 몸담아온 베테랑 수사관이다. 당시 강남 일대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이 사건에 대해 이 형사는 ‘채권채무관계와 인간적인 모멸감이 불러온 참극’이라고 설명했다.
“언젠가 제가 복역 중인 김대식을 찾아간 적이 있었어요. 잘 지내고 있다고 하더군요. ‘중석이한테 미안하다. 그렇게까지 하는 건 아니었는데…’라며 죄책감을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김 씨도 나름 연예계 바닥에서 기반을 잡았던 인물이었는데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생이 뒤바뀐 걸 보니 마음이 착잡하더군요.”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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