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국무총리의 국회 4급 보좌관인 임현주씨(여·40)가 지방의회 의원을 겸직하는 과정에서 국가공무원법 등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임 보좌관은 현재 이 총리의 국회의원 지역구인 서울 관악구의 구의원을 겸직하고 있다. 그런데 그가 국가공무원법과 국회공무원 복무규정 등을 위반한 상태에서 구의원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
국가공무원법 제64조 영리업무 및 겸직금지 조항에 따르면, ‘공무원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소속기관 장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또 국회공무원 복무규정 제23조 겸직허가 조항에도 ‘영리업무에 해당되지 않는 다른 직무를 겸직하고자 할 때에는 소속기관 장의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소속기관장의 사전허가는) 담당직무수행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 한한다’고 적시돼 있다.
하지만 임 보좌관은 소속기관장인 국회 사무총장의 사전허가 없이 구 의원직을 겸직하고 있는 상태.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임 보좌관은 지난 80년대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수감된 경력이 있다. 그리고 1987년에 사면 복권된 전형적인 386세대다. 이후 그는 90년 1월1일부터 95년 6월30일까지 이해찬 의원 보좌진으로 근무했다. 또 2000년 5월30일부터 올해 5월6일까지 이 의원 보좌관을 지냈고, 지난 8월10일에 재임용 돼 현재 국회 의원회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런 그는 지난 95년 6·27지방선거 당시 서울 관악구 신림본동에서 출마, 구의원에 처음 당선됐다. 이후 그는 98년 6·4 지방선거와 2002년 6·13 선거에서도 잇따라 당선돼 현재도 구의원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95년 지방선거 이후 10여 년 동안 구의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봤을 때 그가 구의원과 국회의원 보좌관을 겸직한 기간은 지난 2000년 5월30일부터 올해 5월30일까지였다. 그리고 지난 8월10일부터 현재까지도 겸직하고 있다.
그런데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임 보좌관은 그동안 단 한 차례도 겸직에 대한 사전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임 보좌관도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사전허가를 받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왜 사전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영리를 목적으로 한 업무하지도 않았는데, 왜 취재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을 표출했다.
겸직 기간 그는 국회에서 급여를 받는 동시에 구의원으로도 각종 수당을 받고 있다. 4급 보좌관의 세금 공제 이전 연봉은 5천9백50만원. 하지만 구의원은 별도의 급여를 받지 않는 대신 각종 수당을 지급받는다. 관악구의회 사무국 관계자에 따르면, 구의원 수당은 의정활동비가 월 90만원, 보조 활동비가 20만원 등 매달 정기적으로 1백10만원을 지급 받는다. 여기에 회기(연간 80일) 수당으로 하루에 7만원씩을 별도로 지급받고 있다. 이 회기 수당은 회의에 참석할 경우에만 지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의원별로 참석 횟수에 따라 수령액도 차이가 있다. 이렇게 추산해봤을 때 임 보좌관의 경우 보좌관 급여와 구의원 수당을 합쳐 월 6백만원 이상을 수령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에선 이 총리의 최측근 가운데 한 명으로 임 보좌관을 지목한다. 그는 자신과 이 총리의 지역구에서 관악시민문화센터 사무국장을 맡았으며, 관악구 공공근로사업추진위원회 위원인 동시에 새교육공동체 관악주민모임 총간사도 겸임했다.
특히 비영리민간단체인 ‘위기가정긴급지원(SOS)기금회’의 회장으로도 맹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1년 1월 출범한 SOS기금회는 가난한 지역주민들에게 24시간 이내에 현금으로 도움의 손길을 주겠다는 목적으로 마련된 민간기금. 현재 열린우리당 관악을 지구당 당원 등 3백여 명의 회원들이 이 기금을 조성하고 있다는 전언.
이 기금회는 지난해 11월 로또공익재단과 열린우리당 작은사랑봉사회가 후원하는 ‘로또와 함께 사랑나누기, 사랑의 김치냉장고를 할머니 할아버지께’ 행사를 지역구에서 개최했다.
이 행사는 로또 공익재단이 관악구의 80개 경로당에 김치냉장고를 기증하고, 열린우리당 작은사랑봉사회가 각 경로당에 김치 5kg씩을 별도로 후원하는 자리였다.
이해찬 의원이 로또 공익재단에 이 행사를 제안했고, 이를 공익재단이 받아들여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지역에선 이 행사를 놓고 “이해찬 의원이 총선을 앞두고 사전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비가 일기도 했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선 별정직 공무원인 국회의원 보좌관이 공무원에 준하는 지방의회 의원을 겸직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국회의원 의정활동을 보좌해야 할 사람이 지방의회 활동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어느 한 쪽 업무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 열린우리당 재선의원의 한 보좌관은 “보좌관이나 지방의회 의원이나 둘 다 공직자인데 만약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면 보좌관직을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임 보좌관은 “내가 보좌관과 구의원을 겸직했다고 해서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한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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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기사 ( 2024.12.07 17: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