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사냥감인 양 훼손시켜
81년 경찰에 투신한 안영호 반장(52·경위)은 20년 넘게 강력팀에서 베테랑 수사관으로 활약하다 현재는 강북경찰서 청문감사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종암경찰서 강력반 근무 당시 이 사건을 담당했던 안 반장은 현재도 당시 수사상황에 대해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강력반을 떠난 지금도 강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후배들에게 수사스킬을 알려주기도 하는 안 반장은 여전히 강력반 업무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사건의 실마리는 아주 작은 단서에서 풀리는 법이죠. 현장에서 습득한 형사 특유의 직감이 중요한 이유가 이 때문이에요. 일반인들은 감지할 수 없는 범행의 냄새를 맡아야 하니까요. 성 씨는 모녀가 모욕적인 언행을 해서 살해하게 됐다고 변명했지만 우리가 볼 때 성 씨의 범행은 다분히 계획적이었어요. 범행 전 수술용 메스와 교체용 칼날 5개, 타자기까지 구입해둔 것만 봐도 그래요. 사실상 성 씨는 모녀와 이렇다 할 원한도 없었다고 해요.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서였죠. 모녀가 교류하는 일가친척도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던 성 씨는 모녀만 없애면 여관을 차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 같아요. 참, 살인 전과도 없었던 성 씨가 어떻게 그렇게 사체를 훼손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과거 시골에 살 때 살아있는 토끼를 많이 잡아먹었다’고 하더라구요.”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