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 지도부 입성’ 비주류 몸 달았다
당대표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김현미 의원은 평화민주당과 새정치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등에서 당직을 거치며 당직자들과 소통이 능숙한 인사로 꼽히고 있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와 친분이 두텁지만 친노·비노에 치우치지 않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손학규계에 가까운 양승조 사무총장도 ‘친문재인’적 성향을 지니고 있는 인사로 분류되고 김근태(GT)계인 유은혜 당대변인과 정세균계의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강경파로 문 대표와 정치성향 차이가 크지 않다. 문 대표는 호남표를 달래기 위해 박지원계의 김영록 의원을 수석대변인으로, 전북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이춘석 의원을 전략홍보본부장에 임명하고, 박지원 의원과 만나 ‘당의 화합’을 요청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문 대표의 행보를 비주류의 분열을 막기 위한 노력으로 보고 있다. 친노-비노의 갈등은 지난해 9월 박영선 전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이 사퇴하고 문희상 비대위회가 출범하면서 비노계 인사들 사이에서 “친노계에 치중된 비대위”라는 비판이 일었다. 정대철 정동영 천정배 고문 등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구당구국모임’이 활동한데 이어 지난해 12월 진보진영 시민사회 인사들을 포함 정동영 전 상임고문이 합류하면서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새로운 정치 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국민모임’이 출범해 신당 창당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문 대표 당선 이후 비주류 의원들 사이에서는 “친노계가 당권을 독식하면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불만이 증폭되며 현역 의원들의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예상과 달리 문 대표가 ‘계파청산’의 약속을 지키며 탕평 지도부를 형성하자 비주류 이탈 목소리는 줄어든 분위기다. 대신 물밑에서는 오는 5월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로 눈길이 쏠리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지도부 입성에 실패한 비주류의 움직임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문 대표 당선 전부터 원내대표 경선에 대한 이야기가 오르내렸던 것도 이 때문이다. 경선을 위해서는 설 전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해야 한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는 주로 수도권 3선 의원들이다. 한 지도부 의원실 관계자는 “(원내대표 경선에선) 주로 돌아가면서 표를 주는 편이다. 우윤근 원내대표가 호남 인사이니 이번에는 수도권 출신이 할 때가 됐다”며 “수도권 3선 중에 나온다는 얘기가 많다. 벌써부터 준비 중이라는 의원들이 네다섯 된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경선에 대한 관심과 함께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의원들은 이종걸(4선, 경기 안양만안) 박기춘(남양주을) 설훈(부천 원미을) 조정식(이상 3선, 시흥을) 의원 등이다.
먼저 이종걸 의원이 비주류 표의 결집 가능성이 가장 높은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 때도 우윤근 원내대표와 2차 경선까지 치르며 접전을 벌인 바 있다. 이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지금 열심히 뛰는 중이다. 지난번 경선 이후로 이 의원은 신뢰를 쌓는 데 주력해왔다. 형평성에 휘말리지 않고 무게감 있는 의원이 돼야한다는 의미에서 도전하고 있다”며 “설날 전후로 박지원 정세균 의원 등을 만나 대화를 나눌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지원 의원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 박기춘 의원은 정파성이 강하지 않기에 지도부 입성 후에도 문 대표와의 호흡이 무난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 대관업무 관계자는 “박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을 오래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내부 인사들도 원내대표 경선을 위해 바꿨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박 의원은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나중에 얘기하겠다. 지금 (원내대표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김근태계의 설훈 의원도 원내대표 도전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최고위원 선거 때처럼 친노계 유력 주자들이 경선에 나서지 않는다면 범친노계에 속하는 설 의원이 강경파들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많다. 설훈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설 의원이 원내대표 도전하실 예정인 것이 맞다. 아직 준비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준비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맥락에서 박영선 전 원내대표와 치열한 경선을 벌였던 노영민 의원은 불출마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문 의원의 최측근인 노 의원은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문 대표에 대한 지원 여부에 대해 “2선으로 물러나 있는 것이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차기 원내대표 후보자가 문 대표에게 각을 세울 만한 비주류 인사인 경우 친노들이 보이지 않게 움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상진 뉴코리아정책연구소장은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경선에 대해 이렇게 예측했다.
“문재인 대표의 경우 당을 끌어안아 분열을 막아야하기 때문에 원내대표 경선에 대해서도 관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파성이 약한 박기춘 의원이나 범친노계인 설훈 의원이 유력하다면 친노가 특별히 움직이지 않겠지만 이종걸 의원 등 문 대표를 향해 목소리를 낼 의원들이 후보로 등장한다면 문 대표의 의지와 상관없이 물밑에서 다시 친노 세결집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