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표 특별 훈련 이번엔 20승이다
#LG 선수단과의 훈련은 ‘신의 한 수’
LG 트윈스가 애리조나에서 1차 전지훈련을 마치고 오키나와로 이동하기 전까지, 류현진은 자신의 스케줄을 LG 선수단 스케줄에 철저히 맞췄다. 선수단이 4일 훈련하고 하루 휴식을 취하면 그 날은 류현진도 휴식일이었다.
지난 1월 23일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 랜치 스타디움에서 열린 LG의 스프링캠프에서 LA다저스 류현진이 LG 선수들과 함께 몸을 풀고 있다. 연합뉴스
아침 9시부터 시작되는 단체 몸풀기 운동을 위해 류현진은 8시30분에 훈련장에 도착, 훈련을 준비했다. 그가 ‘친구같은 형’으로 모시는 봉중근 옆에 찰싹 붙어서 스트레칭을 하는 걸로 하루를 시작했다. 스트레칭과 캐치볼, 불펜피칭을 마치면 류현진은 수비와 타격훈련을 하는 LG 선수들을 위해 조용히 자리를 비켜난다. 그때는 클럽하우스 내에 마련된 웨이트 트레이닝장에서 1시간가량 체력훈련을 하며 몸만들기에 들어간다. 모든 훈련을 마치면 점심시간. 류현진은 LG 선수단을 위해 준비된 식당에서 봉중근과 함께 뷔페 한정식을 즐기며 맛있는 식사를 나눈다. 다저스 훈련복을 입지 않았다면 류현진을 LG 트윈스 선수라고 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분위기이다. 선수들이 식사를 마치고 오후 훈련을 준비할 즈음, 류현진은 샤워를 마치고 사복으로 갈아입고 나온다. 퇴근을 위해서다.
류현진이 LG 선수단과 함께 훈련을 하게 된 배경에는 LG가 다저스 마이너리그 캠프에 전지훈련장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캠프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마이너리그 캠프는 류현진이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는 곳이고, 혼자 훈련하는 것보다 단체로 훈련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다저스와 LG 구단 측에 양해를 구하고 한 달가량 LG 선수들과 동고동락했다.
효과는 120%였다. LG 김용일 트레이너 코치는 류현진을 위해 개인 프로그램을 짜주고, 불펜 피칭할 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류현진의 불펜 피칭 시, 포수 마스크를 하고 공을 받았던 LG 서인석 전력분석원은 “굿, 나이스!” “아주 좋아!” “공 좋다!” 등을 외치며 류현진을 독려했다.
한국식 훈련 분위기를 그리워했던 류현진으로선 애리조나에서 LG 선수단 덕분에 어느 때보다 열심히, 성실히, 그리고 기분 좋게 개인훈련을 진행하면서 최고의 몸 상태를 만들었다.
#한국식 훈련 분위기를 그리워했던 류현진
류현진의 훈련 합류는 LG 선수들한테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좌투수들에게 류현진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양상문 감독의 요청에 의해 류현진은 LG 선수단 앞에서 특강도 했다. 자신이 메이저리그에서 지난 2년 동안 선발 투수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생긴 경험과 노하우를 솔직하게 들려줬다는 후문이다.
류현진은 ‘친구같은 형’ 봉중근과 애리조나에서 함께 훈련했다.
“지난해에도 스프링캠프 앞두고 뒤늦게 LG 선수단에 합류, 훈련을 했지만 이번에는 처음부터 함께 시작해서인지 훈련 성과에 대해 아주 만족한다. LA에서 혼자 운동했더라면 이 정도의 몸은 못 만들었을 것이다. 한 달 정도 미리 와서 훈련했는데 몸의 변화를 체감할 정도로 훈련이 잘된 것 같다. 김용일 트레이너 코치님이 어깨, 팔꿈치 등을 잘 살펴주셨다. 다른 선수들 봐주시느라 여유가 없으셨을 텐데, 꼭 나를 챙기셨다. 덕분에 몸 상태가 좋아져서 감사할 따름이다.”
류현진이 귀찮을 정도로 쫓아다닌다며 기분 좋은 웃음을 보인 봉중근은 류현진의 훈련 태도를 보고 새삼 놀랐다고 말한다.
“개인 훈련을 하다 보면 몸이 안 좋거나 힘들 때, 한두 번은 단체훈련을 빠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진이는 모든 훈련을 빠짐없이 소화했다. 한국식 팀 문화를 알고 있는 현진이로선 절대 튀지 않으려고 많은 부분을 배려하고 조심스러워했다. 우리야 정식 캠프지만, 현진이는 자율 훈련 아닌가. 나 같았으면 며칠 빠지거나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훈련 몇 개는 걸렀을 것 같다. 현진이는 모든 훈련을 다 소화했다. 러닝이라든지, 캐치볼 등은 선수들보다 더 많이 달리고 더 멀리 던졌다. 그런 현진이를 보면서 무척 신기했다. 이전의 현진이 모습이 아니었으니까.”
류현진은 봉중근에게 자신이 지난 시즌 효과를 봤던 고속 슬라이더를 가르쳐줬다. 2015 시즌을 준비하면서 새 구종 연마에 몰두했던 봉중근으로선 류현진으로부터 배운 고속 슬라이더가 좌타자 상대로 쏠쏠한 재미를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한가득이었다.
#불펜피칭, 경기 때의 제구와 스피드 나와
지난 12일, 류현진은 개인 훈련을 시작한 이후 세 번째 불펜피칭을 가졌다. 40개의 투구 중 30개를 체인지업으로 채운 뒤 나머지 10개는 커터와 슬라이더를 섞어 던졌다. 스피드는 물론 제구까지 되는 변화구를 받아주던 LG 서인석 전력분석원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불펜피칭을 마친 그에게 류현진의 구질에 대해 질문을 했다.
류현진이 불펜 피칭을 하고 있다.
전력분석원으로서 류현진의 올 시즌 성적을 어떻게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무조건 15승 이상은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15승은 물론 준비를 잘한 만큼 부상 없이 간다면 20승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 현진이 공을 받아보면 추임새를 안 하고 싶어도 절로 입이 열린다. 류현진을 두고 왜 그토록 칭찬이 자자하나 싶었다. 이번에 계속 공을 받아보면서 그 이유를 실감했다. 정말 대단한 투수이고, 저런 투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류현진은 지난 시즌 어깨와 엉덩이 근육 부상으로 세 차례나 엔트리에서 빠졌다. 당시 언론에서는 새로운 구종을 던지느라 안 쓰던 근육을 썼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류현진도 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개인 훈련을 하며 어깨 근육과 팔꿈치 강화를 위해 김용일 코치와 함께 특별 훈련을 소화했고, 불펜피칭을 통해 어느 정도 자신감을 회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부상 전력이 발목 잡는 일 없게 만들어야
류현진은 “빠른 슬라이더를 던졌다고 해서 어깨 근육에 부상이 왔다고는 볼 수 없다”면서 “그러나 부상 원인이 될 만한 여러 가지 이유들을 만들지 않기 위해 훈련에 몰두했다. 전력 피칭을 하지 않았지만, 80% 이상으로 공을 던져도 어깨가 뭉치지 않는다는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많은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은 류현진의 올 시즌에 대해 어느 때보다 기대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송재우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은 “만약 류현진이 올 시즌에도 14승 이상을 거둔다면 진정한 메이저리거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면서 “지난 시즌 부상 전력이 있기 때문에 올해는 아프지 않고, 건강한 몸으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으면서 꾸준한 성적을 보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2월 21일 류현진의 세 번째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가 시작되었다. LG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며 제대로 몸을 만든 그는 캠프가 열리기 전 기자에게 우스갯소리로 “이번에는 달리기 꼴찌 했다고 욕먹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호탕한 웃음을 선보였다.
몸과 마음이 편해서일까. 어느 해보다 캠프를 맞이한 류현진의 표정이 한결 밝고 환하다. 류현진의 몸 상태를 전해 들은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LA에서 연습 경기 중)은 기자에게 이런 조언을 전했다. “너무 잘하려 하지 말고, 12승 이상 정도만 올린다고 생각하고, 꾸준히 몸 관리 하면서 시즌을 마치길 바란다”면서 “아무리 훈련을 해도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선수들과 한국 선수들의 체력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욕심 내지 말고,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에만 중점을 뒀으면 좋겠다”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미국 애리조나=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새로운 통역 김태형 씨는 누구 임창용 돕던 그에 호감 느껴 올 시즌 류현진은 기존의 통역을 도왔던 LA 다저스 마케팅 직원 마틴 김 대신 새로운 통역을 구했다. 2013년 임창용의 시카고 컵스 시절, 임창용의 ‘입’이 돼 주었던 김태형(애덤 김) 씨다. 그동안 마음에 드는 통역을 구하지 못해 여기저기 수소문해오던 류현진이 김태형 씨와 손을 잡은 건 1년 전 애리조나 캠프에서 임창용과 함께 몇 차례 만남 후 호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시카고 컵스 시절의 김태형 씨(왼쪽)와 임창용.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류현진과 함께 생활하며 훈련장에서는 통역으로, 집에서는 요리와 마사지까지 해내는 그는 4개월 된 딸을 둔 유부남이다. 가족들은 시카고에 거주하고, 김 씨만 LA와 원정 경기에 동반하는데, 임창용 때와는 비교조차 안 되는 류현진의 인기에 살짝 걱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워낙 유명한 선수라 내가 옆에서 잘 도와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성격이 털털하고 예민한 부분이 없어 잘 맞춰 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본격적으로 시즌이 개막돼야 이 일의 장단점에 대해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직까지는 충분히 재미있고, 기대가 되는 부분도 있다.” 김 씨는 임창용이 시카고 컵스와 계약을 맺고 마이너리그 전 단계를 두루 거치며 빅리그 마운드를 밟을 때까지 항상 옆을 지켰던 파트너였다. “한 시즌 동안 야구선수의 마이너리그부터 빅리그까지 두루 경험한 일은 내게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아 있다. 마이너리그의 시골 마을을 돌아다니며 임창용 선수와 보낸 시간들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런 경험들이 류현진 선수와 함께 일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김 씨는 통역 업무를 맡고 있는 자신에게 관심이 쏠리는 데 대해 부담이 생긴다고 말했다. 선수의 그림자로 조용히 맡은 바 일을 하고 싶지만, 벌써부터 류현진의 통역이라는 사실 때문에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부분이 적잖이 신경이 쓰인다는 것. 한편 그동안 김태형 씨의 이름은 ‘김태영’으로 잘못 알려졌다. 한 군데서 ‘김태영’으로 쓰기 시작하자, 모든 언론에서 그대로 받아썼기 때문이다. 그동안 류현진의 통역을 맡으며 선수 못지않은 인기를 끌었던 마틴 김은 본연의 일인 마케팅 업무로 돌아갔다.[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