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변태성욕 단정 안돼”
“그때만 해도 동성애에 대한 담론이 공개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때였어요. 물론 그때도 동성애자들은 엄연히 존재했지만 다들 쉬쉬할 뿐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는 사람이 거의 없었죠. 동성애자는 정신장애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기 때문이에요. 박봉수 씨도 그랬듯 상당수의 게이들이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나이가 차면 이성과 결혼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동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성과의 결혼생활은 행복할 수 없어요. 아이를 낳고 사는 등 겉보기에는 평범한 부부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부부간의 내부 갈등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정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외된 동성애자들은 ‘애인’과 위태롭고 불안한 동거생활을 하게 되는데 이 와중에 여러 가지 사건사고들이 발생하는 것이죠. 박 씨 사건을 분석하는 데는 동성애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했습니다.”
김원배 연구관은 이 사건에 대해 얘기하면서 더 이상 동성애를 정상과 비정상의 잣대로 구분지어 이상성욕의 한 유형으로 단정지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동성애를 비정상으로 볼 경우 동성애자들은 사회의 소수이며 약자의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고 동성애자 집단 내에서의 범죄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게 김 연구관의 설명이다.
“동성애자 범죄는 사실 너무 많습니다. 제가 처리한 사건 중에도 대학교수나 공무원 동성애자가 개입된 경우도 있었어요. 동성애자들은 조사과정에서 자신의 신분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범죄를 당해도 피해 사실을 숨기는 경향이 많아요. 특히 동성애 집단 내에서도 아웃팅(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동성애자임이 폭로되는 것)을 약점으로 잡고 제2, 제3의 범죄가 반복되곤 하죠.”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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