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출근하면 ‘나 오늘 한가해요…’
그런 점을 증명이라도 하듯 성매매를 둘러싼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다. 얼마 전 서울 은평경찰서가 무더기로 적발한 ‘폰팅 주부매춘단’ 사건이 대표적이다. 은평경찰서 여성청소년계는 060 폰팅을 이용해 성매매 행각을 벌인 주부 20여 명을 적발, 14명을 검거하고 이 중 7명은 구속, 7명은 불구속 입건했으며 나머지 6명에 대해선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주부들은 생계를 위해서 성매매를 한 것이 아니었다. 주부들의 도덕적 해이와 함께 날로 음성화·일반화되고 있는 성매매의 실상을 보여주는 폰팅 주부매춘단 사건 속으로 들어가봤다.
이른 아침 주부 김 아무개 씨(46)는 언제나처럼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아침을 준비했다. 남편을 출근시키고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딸을 배웅하는 일과는 매일 반복되는 김 씨의 일상이었다. 김 씨가 남편과 자녀들을 배웅하고 설거지와 청소를 마친 시간은 오전 11시께. 서둘러 전화기를 꺼내든 김 씨는 익숙하게 060-XXX-XXXX 번호를 눌렀다. 곧 연결된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것은 한 낯선 남성의 목소리. 30분가량 통화가 이어진 후 김 씨는 남성과 만남을 약속했다. 상대남보다도 김 씨가 더 적극적이었다.
오후 3시경 이들은 김 씨가 살고 있는 일산 인근의 한 모텔에서 만나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약 2시간 후 김 씨는 남성에게 현금 10만 원을 받아 모텔에서 나왔다. 이 남성은 김 씨에게 개인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김 씨는 응하지 않았다.
김 씨가 다시 집으로 돌아온 시간은 오후 6시경. 저녁을 차려놓고 다정하게 남편을 맞이한 김 씨는 자녀들이 모두 귀가하는 것을 보고 나서야 잠이 들었다. 이후 다음날 아침 눈을 뜬 김 씨는 여느 때처럼 똑같이 남편과 자식들을 배웅했고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지난 2007년 12월부터 시작된 이 같은 김 씨의 성매매 행각은 김 씨가 경찰에 검거되던 지난 2월 6일까지 1년여간 반복됐다. 그간 김 씨를 거쳐 간 남성은 어림잡아 120여 명. 경찰에 걸린 것은 김 씨뿐만이 아니었다. 김 씨를 포함해 무려 20명의 여성들이 똑같은 혐의로 적발된 것. 놀랍게도 이들은 모두 멀쩡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30~40대의 가정주부들이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은평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주부 대부분은 060 폰팅 전단지나 잡지에 실린 광고를 보고 호기심에 전화를 걸었다가 성매매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남성들이 시간당 보통 1만 5000원의 이용료를 내고 이용하는 일명 ‘휴게텔’ ‘전화방’으로 직접 연결되는 060 무료전화를 이용해 상대남을 물색했고 모텔 등지에서 이들을 만나 성매매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주부들은 한 번에 10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의 화대를 받아왔으며 일인당 한 달 평균 10여 명씩의 남성들을 상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 주부들은 검거 직후 “생활고 때문에 성매매에 나섰다”며 선처를 호소했다고 한다. 하지만 조사 결과 이들의 성매매는 생활고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대부분 일산 고양 파주 등지에서 수억 원대의 집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주부들은 상당수가 여가 생활을 즐기기 위해 성매매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례로 1년간 폰팅으로 성매매를 벌여 한 달 평균 100만 원가량을 벌어온 한 여성은 이 돈을 모두 헬스장, 피부미용실 혹은 술을 마시는 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적발된 주부들 중에는 친자매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경찰은 물론 당사자들도 화들짝 놀랐다는 후문도 들린다. 경찰 측의 한 관계자는 “수사를 진행하다가 주민번호를 확인해보니 피의자 중 두 사람이 친자매였다”며 “서로 함께 성매매에 나선 것은 아니고 우연히 같은 폰팅을 이용해 성매매를 하다 동시에 검거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주부들 중에는 공무원이나 교사 남편을 둔 여성도 있었다.
기소된 피의자 외에 이번 사건과 관련 추적을 받고 있는 나머지 6명의 용의자들 중 일부는 “집에 알려지면 죽어버리겠다”고 되레 경찰을 협박하며 한사코 경찰서 출두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찰은 “감수성이 예민한 중·고등학생 자녀들을 둔 주부가 많아 조사를 강행하기가 조심스럽다”며 수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이번 사건의 매개체 역할을 한 전화방 등에 대해서는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찰은 “당사자들끼리 협의해 만난 것이라 강제성이 없고 전화방이 성매매 여성을 직접 소개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현행법상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며 “(성매매의) 창구가 되고 있는 전화방이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고 계속 영업을 하고 있는 이상 폰팅을 통한 성매매는 근절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김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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