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치는‘보험왕’들 왜?

실적에 눈 멀어 ‘돌려막기’

생명보험사들은 매년 연말 화려한 시상식을 열어 가장 뛰어난 실적을 거둔 보험설계사에게 ‘보험왕’ 타이틀과 거액의 상금을 수여한다. 일반적으로 보험왕에 오른 보험설계사들은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대의 수당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 때로는 편법이 동원되거나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수년 동안 보험왕 출신 보험설계사들의 사기 사건이 적잖이 발생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을 듯하다.

지난해 4월엔 보험업계 진출 2년 만에 보험왕을 거머쥐며 ‘신화’로 불렸던 한 보험설계사가 선지급제도(보험설계사가 보험계약에 성공하면 그 액수의 일정비율을 미리 수당으로 지급하는 것)를 악용해 35억 원가량을 빼돌린 사건이 발생했다. 6월에는 보험왕 출신 보험설계사가 24명의 고객에게 50억 원의 손실을 끼치기도 했다. 이 설계사는 고객에게 매달 1000만 원을 내야 하는 보험 가입을 권유한 뒤 고객의 보험료 마련을 도와준다며 거액의 돈을 투자 명목으로 받았다가 손실을 입혔다. 최근엔 한 보험왕 출신 설계사가 5년여 동안 고객의 돈 20억 원을 횡령해오다 발각되자 해외로 도피한 사건도 있었다.

이 같은 사건에 대해 한 보험설계사는 “업계에서 스타급 보험설계사들이 가지는 부담감은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이기지 못해 부정한 방법을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도 “일반 설계사들에 비해 보험왕 출신들이 영업활동에 이점이 있다. 그러나 회사의 기대가 높아지고 실적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무리하다 보면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동진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