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나기 전 ‘짐승’들이 두 번 덮쳤다
|
||
| ▲ 사진=SBS 뉴스 캡처 | ||
지난 2일 낮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M 양(16)은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던 A 군의 전화를 받는다. 이들은 인터넷 채팅을 통해 처음 알게 됐고 같은 지역에 살아 여러 번 만나며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A와 B 군 등은 친한 동네 선후배 사이로 자신들끼리 놀기 심심하던 차에 A 군이 평소 알고 지내던 M 양을 불렀다고 한다.
A 군은 M 양에게 “괜찮은 친구가 있는데 남자친구로 소개시켜줄 테니 우리가 있는 노래방으로 와라”고 말했다. M 양은 A 군의 말에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그들이 놀고 있는 노래방으로 갔다고 한다. M 양이 노래방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M 양은 이들이 권하는 술을 함께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두 시간 정도를 보냈다.
이들과 어울려 놀던 M 양은 “저녁때 약속이 있어서 친구를 만나러 가야한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M 양과 헤어진 후에 이들은 또다시 빈둥거리며 시간을 때웠다. 하지만 이날 M 양을 처음 만난 B 군이 A 군에게 M 양의 휴대폰 번호를 알아내 전화를 걸어 “술이나 한잔 더 하자”며 다시 만날 것을 제안했다.
친구와 만나고 있던 M 양은 B 군의 제안을 받아들여 혼자서 다시 이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B 군을 제외하고는 모두 평소에 어울려 놀던 오빠들이었기에 아무런 의심 없이 행동했던 것이다. M 양을 다시 만난 B 군 등 세 명은 밤 11시경 A 군이 혼자 자취하고 있는 부천시 소사구 소사동 다세대주택 지하방으로 술과 안주거리를 사들고 들어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M 양은 A 군의 지하방으로 가는 계단이 죽음으로 향하는 입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함께 지하 단칸방에서 술을 마시던 아는 오빠들이 ‘짐승’으로 돌변한 순간은 밤 12시가 지나서였다. 술기운에 대담해진 그들은 술에 취한 M 양에게 다가가 ‘몹쓸짓’을 하기 시작했으며 M 양이 반항하자 폭력을 동원해 집단 성폭행을 했다.
이들 세 명은 성폭행을 한 뒤 홀로 M 양을 남겨두고 다른 친구들을 만나러 나갔다. 평소 알고 지내던 또래 동네 친구 여섯 명을 만난 자리에서 B 군은 “A의 집에 지금 여고생이 혼자 있다”며 오전 1시 반경 이들을 데리고 M 양이 혼자 있는 지하 단칸방을 다시 찾아 갔다. 그리고 C 군 등이 M 양을 성폭행하도록 주선까지 했다. M 양을 유린한 후 이들은 다시 집에서 나와 술을 마시러 갔다.
|
||
경찰 조사에 따르면 A 군의 집에서 불이 난 원인은 ‘촛불’ 때문이라고 한다. A 군의 지하 단칸방은 전기세를 내지 못해 두 달 전부터 전기가 끊긴 상태라 밤에는 촛불을 켜놓고 생활하고 있었다. 이들은 1차 집단 성폭행을 했을 때는 방을 비추던 촛불을 끄고 나갔지만 두 번째 때는 끄지 않고 그냥 밖으로 나갔다고 한다. 당시 방에는 촛불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소주병에, 다른 하나는 컴퓨터 책상 받침대에 꽂혀 있었다. 경찰은 이 중 컴퓨터 책상 위 받침대에 꽂혀 있던 촛불이 이들이 떠난 지 3~4시간 후 엎어지면서 벽면을 타고 불이 붙어 화재가 발생해 M 양이 질식해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근 주민은 지하단칸방에서 연기가 피어오르자 화재 신고를 했고 출동한 소방관들이 숨진 M 양을 발견하고 경찰에 알렸다.
당시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처음에는 단순한 화재사고로 인식했다고 한다. 하지만 동네 주민들로부터 “여학생이 아닌 남학생 1명이 지하방에 살고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해 의심을 품었다. 이에 경찰은 화재 발생현장의 우편물에서 A 군의 인적사항을 파악할 수 있었다. 경찰은 친구 집에서 자고 있던 A 군 등 8명을 차례로 검거해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단순 화재사고로 치부됐다면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화재로 질식사한 M 양의 억울한 죽음이 그대로 묻힐 뻔했던 순간이었다.
부천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모두 8명이 성폭행에 가담했는데 1명은 형사 미성년자였다”며 “촛불을 끄지 않아 화재가 발생해 여학생이 숨진 만큼 특수강간에 과실치사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형사 미성년자(만 14세 미만)여서 법원 소년부로 송치된 1명을 포함해 이들이 보호관찰을 받게 될지 여부는 법원에서 판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A 군 등 8명은 성폭행한 부분에 대해선 자백을 했으나 화재발생 부분에 대해선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M 양의 정확한 사인을 규명키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부천=이윤구 기자 trus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