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진단서 위조 보험금 5억 ‘꿀꺽’
일산경찰서는 2월 3일 중국의 한 병원에서 사망증명서를 위조해 허위사망신고해 5억 2000만 원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로 박 아무개 씨(49)와 박 씨의 누나(51) 등 2명을 구속하고 박 씨의 부인 이 아무개 씨(45)와 보험설계사 고 아무개 씨(48)를 불구속 입건했다.
박 씨는 지난 2001년과 2002년 총 3개의 보험에 가입했으나 보험금을 더 이상 내지 못해 2003년 6월 실효됐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던 박 씨는 2003년 7월 29일 국내로 들어왔고 미납된 보험금을 내 보험을 살려놓고 이틀 후 다시 중국으로 출국했다.
중국에서의 사업 실패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박 씨는 부인과 누나, 보험설계사 등과 보험금을 수령하기로 모의했다. 박 씨는 전문 브로커에게 1200만 원을 주고 중국의 한 병원에서 사망진단서를 끊었고, 그의 누나는 “동생이 2003년 8월 27일 중국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경남 밀양시청에 허위로 사망신고를 했다. 그리고 얼마 후 박 씨의 가족들은 보험사로부터 총 5억 2000만 원의 보험금을 받아 챙겼다.
사망진단서까지 동원된 이들 가족의 영화 같은 보험사기극은 성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들의 사기극은 공범이자 믿었던 가족들에게 ‘팽’당한 박 씨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인해 전모가 드러나고 말았다.
중국에서 숨어지내던 박 씨가 도피기간 중 보험금을 받은 가족들로부터 도움을 받기로 되어 있었으나 초기에 2000만 원을 받은 것 외에는 아무런 금전적인 도움을 받지 못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가족들은 애초 약속과 달리 박 씨와 연락을 끊었고 금전적인 어려움에 시달리던 박 씨는 중국에서 6년 여 동안 막노동을 하면서 비참한 생계를 이어나갔다.
오랫동안 경제적인 어려움을 견디다 못한 박 씨는 결국 지난해 11월 중국 칭다오 영사관을 찾아갔고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며 자신의 신원확인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중국 영사관으로부터 박 씨의 지문을 받은 경찰은 박 씨의 가족들이 박 씨의 허위 사망을 근거로 이미 거액의 보험금을 수령한 사실을 밝혀내고 3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가족들이 동원된 자작극임을 밝혀냈다.
경찰은 “사망한 것으로 되어 있는 탓에 한국으로 돌아오지도 못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해오던 박 씨가 기억상실증 환자 행세를 하며 신원회복을 하려다 들통난 어이없는 사건”이라고 전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