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어아가씨 드라마의 장서희 | ||
드라마 시사회나 종영파티 때에도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모자를 푹 눌러쓰거나 선글라스를 끼고 나타났다가 금세 사라진다고 한다. 98년에는 MBC 작가상을 받기로 돼 있었으나 끝내 나타나지 않아 더욱 궁금증을 유발했다. 베일에 싸인 임성한 작가, 그는 누구인가.
역시 예상했던 대로였다. 임성한 작가하고는 접촉이 이뤄지지 않았다.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고 곧바로 팩스로 연결돼 ‘삐리릭, 삐리릭∼’하는 소리만 들렸다. <인어아가씨>의 제작진들과도 이메일과 팩스로만 대본을 주고 연락을 한다는 항간의 얘기가 맞는 것 같았다.
MBC의 이재갑 드라마 국장은 임성한 작가가 인터뷰를 전혀 안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본인은 글을 쓰는 사람이지 연예인이 아니라는 거다. 인터뷰할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에 더 집중해서 글을 쓰고 싶다는 말을 하더라. 그 정도로 일에 치열한 작가다.” 지난 8월13일 <인어아가씨> 방송분에서 그는 자신이 왜 그토록 인터뷰를 안 하는지 극중 주인공 은아리영(장서희 분•사진)을 통해서 밝힌 바 있다.
“작가는 자신의 체험을 글로 써서 그것을 널리 알려 대가를 얻는다는 점에서 항상 부끄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들을 피한다. 나서서 설치는 작가는 그런 뜻에서 보자면 가짜의 경지에 들어선 것이다.”
1997년 MBC <베스트극장> 극본 공모를 통해 데뷔한 그는 MBC <보고 또 보고>와 <온달왕자> 단 두 편의 드라마로 인기작가가 됐다. 이름만 보면 남자가 아닐까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여자 작가이고 아직 미혼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개의 방송작가들이 보조작가를 두고 일하는 데 반해 그는 혼자 대본을 쓰며 작업실 없이 집에서 집필을 한다고 한다.
그와 유일하게 연락을 취하고 있는 <인어아가씨>의 한 제작진은 “나도 지금껏 세 번밖에 못 봤다”면서 “대본이 한 번도 밀린 적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작가”라고 평했다. 외모에 대해선 키는 그리 크지 않고 헤어스타일은 긴 머리에 친근감을 주는 평범한 스타일의 얼굴이란다.
성격은 연기자나 제작진들하고 아직까지는 크게 부딪히는 일이 없는 걸 보면 무던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외모는 <인어아가씨>의 은아리영과 완전히 다르지만 성격은 아주 흡사하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좀처럼 자신을 노출하지 않는 점과 작가로서 자존심이 강하다는 점, 연기자가 대사를 빼먹는 걸 보면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점, 출연자들 캐스팅 과정부터 개입하고 연기자에게 헤어스타일까지 요구하는 ‘파워’를 가졌다는 점도 은아리영과 닮은 점이라고 한다.
실제로 그는 <인어아가씨>를 집필하기 전에 장서희를 주인공으로 찍어 놓고 ‘머리를 길러라’ ‘드럼과 살사댄스를 배우라’는 등의 주문을 하기도 했다. 또 재미있는 것은 자신의 경험을 드라마 속에 녹여냈다는 점. 극중 은아리영이 일간지 문화부 기자로 나오는 은예영(우희진 분)의 거듭되는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자 휴대폰 음성메시지에 협박성 발언을 남겨놓는 것은 그가 <보고 또 보고>를 집필했을 때 겪었던 일이다.
드라마 속에 등장했던 콩주스도 실제 일상생활에서 식사대용으로 먹는 음료라고.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임성한 작가, 그의 명성에 걸맞게 방송국에서 받는 대우도 회당 수백만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엔 타 방송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도 받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두문불출하며 집필에만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