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선의 ‘오버’에 아래는 ‘죽을맛’
청와대 경비를 담당하는 202경비단 소속 경찰들이 과도한 업무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길 국무총리 공관 앞에 경찰들이 근무를 서고 있는 모습.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지난달 말 청와대 외곽 경비를 담당하는 서울지방경찰청 202경비단의 한 중대에서 예정에도 없던 전원교육이 갑자기 실시됐다. 그날 낮 청와대 앞을 지나던 차량에 대한 검문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검문·검색은 그들의 주요 업무 중 하나였지만 하필 그 차량에는 그들이 소속된 서울지방청의 최고 수장인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이 타고 있었던 탓이다. 경찰 주요 인사들 차량의 경우 그 넘버를 숙지하고 그에 따른 대응을 하는 게 일반적인데, 당시 경찰은 그런 절차를 밟지 않아 근무태만 지적이 나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24시간 당직근무를 마친 직원들도 퇴근하지 못하고 정신 교육을 받아야 했다. 202경비단은 이보다 앞서 지난달 초에도 소속 중대장인 양 아무개 경감이 의무경찰들에게 상습적인 폭언을 하고 부하 직원인 소대장에게 술값을 반복적으로 대납하게 하는 등 상습적인 비위 행위를 저질러 문제가 됐었다.
하지만 지난달 초 부대원 소원수리를 통해 양 경감의 비위 사실을 인지한 서울경찰청은 양 경감을 서울의 한 경찰서 계장으로 전보 발령 내는 선에서 징계를 서둘러 마무리했다. ‘솜방망이 징계’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던 것은 물론이다.
이 같은 비위 행위로 인한 인사 조치가 있었음에도 202경비단의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관행들이 개선 여지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수도 서울의 수장인 구은수 서울경찰청장 검문으로 인한 불시 전원교육은 이런 관행 중 작은 부분일 뿐이다. 복수의 경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202경비단은 지난해부터 ‘2시간 근무 4시간 휴식’인 근무 원칙이 무시되기 일쑤였다. 이런 고강도 업무 때문에 크고 작은 ‘사고’도 나는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인근에서 작은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단장과 과장 등 지휘부들의 지시로 정상적이라면 하루 8시간이어야 할 근무시간이 16~20시간까지 늘어났다. 한 경찰 관계자는 “지난 연말 청와대 경호실 소속 직원이 서울 궁정동 무궁화동산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이유로 그 지점이 202경비단의 새로운 근무지로 추가됐다. 또 지난달 말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전단지가 뿌려지자 그 지점도 근무지가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새롭게 근무지가 된 곳들엔 휴식 중인 근무자들이 투입될 수밖에 없었다. 예산이나 인력 증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이렇다 보니 기형적인 근무 시간이 나오게 된 것이다. 특히 이런 경향은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청와대로 향하는 민원인들의 발걸음이 늘면서 더욱 두드러졌다는 전언이다. 청와대 경비ㆍ경호를 맡는 서울경찰청 소속의 경찰 부대는 청와대 내부 경비 업무를 담당하는 101경비단, 청와대 경호실을 지원하는 22경찰경호대, 그리고 청와대 외곽 경비 업무를 맡고 있는 202경비단 3곳이 있다. 이 중 이번에 문제가 된 202경비단은 외부인이 청와대로 향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으로서의 중요성을 가지는 동시에 청와대 행 민원인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청와대를 찾는 민원인들이 늘고 이에 따라 파행적인 근무가 지속되면서 자연스레 소속 경찰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지만 윗선에선 ‘그럴 거면 경찰을 그만두라’는 질타만 돌아왔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경비ㆍ경호 업무의 특성상 상명하복 분위기가 다른 업무보다 더 강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근무 시간이 늘어나더라도 그에 맞는 수당을 주면 상관없는데 그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불만이 나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과도한 업무로 인한 소속 경찰들의 불만은 지난 1월 정기 인사 때 본격 표출되기 시작했다. 경비단 전체 인력의 절반에 해당하는 180명이 전출을 희망한 것이다. 이에 대해 앞서의 경찰 관계자는 “이런 경우는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지휘관이 엉망으로 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 단장 등 지휘부의 횡포가 심해서 인사 때 대거 바뀌었는데도 지금도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불만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과거 202경비단에 잠시 근무한 적이 있다는 한 경찰 인사는 “우리 때는 파행적인 근무는 없었다. 근무 시간 외에 타격대 근무를 위해 차에서 승차 대기하는 정도의 근무가 있었을 뿐이다”며 “하지만 차에 대기하면서 만약에 있을지 모를 수색ㆍ타격 근무에 편성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새로 만들어진 근무지의 근무에 투입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202경비단의 파행 근무가 논란이 되자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최근 202경비단의 파행 근무 실태 조사에 나섰다. 과도한 근무나 휴식 미 제공, 수면권 침해, 상시적 욕설 여부 등 경비단의 전반적인 근무 상황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 일각에서는 근무 파행 문제가 비단 202경비단뿐만의 문제가 아닌 전체 경비 업무에 관한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찰에서 경비 업무를 담당하는 A 씨는 “3일에 한 번 24시간 당직 근무를 선다. 24시간 근무를 서는 중에 4시간은 자게 돼 있다. 그런데 예전에는 그 시간까지 수당으로 쳐서 줬는데, 지금은 4시간을 ‘휴게’라고 빼고 계산을 해 준다. 수면 시간 중에도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나가야 하는데 불합리하다. 현 정권이 공무원 연금 삭감하려고 하니까 강신명 경찰청장이 거기에 코드 맞춰서 ‘우리는 이렇게 예산 절감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꼼수를 쓰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202경비단의 한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근무 기강을 강조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제기된 문제들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기자는 202경비단 관할 기관인 서울지방경찰청에 경비단의 파행 근무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남겼으나 아무런 답변도 없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
청와대 경비 어떻게 이뤄지나 영내 101경비단은 ‘꿀보직’ 청와대는 국가 1급 경호시설인 만큼 군과 경찰이 내·외곽을 나누어 경비를 맡고 있다. 군대는 33헌병대와 55경비대가 수행을 하고 있다. 경찰은 101경비단과 202경비단이 청와대 내·외의 경비를 맡고 있다. 이 중에서 101경비단은 경찰조직이지만 대통령실 경호처에서 작전지휘권을 가지고 있다. 1949년 창설된 경무대 경찰서에 그 기원을 두고 있으며 대통령 경호실보다 역사가 더 오래되었다. 101의 뜻은 국가원수 경호는 100%를 넘어 1% 더 완벽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101경비단은 순경 이상의 직업경찰이 임무를 수행하는 데 반해 202경비단은 경찰청에서 모집한 의무경찰이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영내 경비를 주로 맡고 있는 101경비단은 순경 공채보다 진급도 빠르기 때문에 들어가기가 상당히 어렵지만 처우는 확실히 보장된다. 101경비단의 특장점 중 하나는 특진제도에 있다. 단 전입 후 빠르면 4년 만에 경사를, 6년 반 만에 경위를 달 수 있다. 그리고 희망자에 한해서 미혼자에게는 숙소를, 기혼자에게는 관사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당직-비번-행사-교육의 4교대로 이뤄지는데 당직은 24시간 동안 2시간 근무, 4시간 휴식이 보장되고 행사를 담당할 때는 방문객 안내와 작업자 감독을 주로 한다. 101경비단은 대통령 경호처에 파견된 경찰이기 때문에 그 처우도 경호처에 준하는 ‘좋은’ 대우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202경비단의 경우 직업경찰이 아니라 의무경찰로 구성된 일종의 ‘기동단’이기 때문에 그 처우와 만족도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다. 대우는 일반 의무경찰들과 같지만 근무강도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센 편이다. 이들은 청와대를 기준으로 효자동-삼청동 쪽으로 이어지는 대민접촉선상의 청와대 경비라인을 담당하는 부대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명박 정부 때 촛불시위로 초강도 근무를 경험한 바 있는 202경비단은 그 뒤 지난해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또 다시 경비업무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청와대 주변 시위 경비도 맡다 보니 크고 작은 대민 사고도 발생한다. 지난해 말에는 202경비단 경비단장과 소속 경찰 3인이 청와대를 방문한 시민들을 불법연행한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이 제기되기도 했다. [호] |
“청와대 외곽 ‘202경비단’ 양 아무개 경감”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본 인터넷신문은 지난 3월 10일자 「청와대 외곽 ‘202경비단’ 파행운영 추적」이라는 제목으로 양 아무개 경감이 부하직원인 소대장에게 술값을 반복적으로 대납하게 하는 등 상습적으로 비위 행위를 저질렀으며, 과거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경호실 차장 양 아무개 씨의 친동생으로 낙하산 인사라는 의심도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양 아무개 경감이 부하소대장들에게 술값을 대납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양 아무개 차장의 친동생인 것은 사실이지만 정당한 절차로 임명된 인사였음이 확인되어 이를 바로잡습니다. 또한 양 아무개 경감이 의무경찰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을 했다는 보도에 대해 양 아무개 경감은, 서울청 감찰조사 결과 부대 운영 과정에서 몇 차례 욕설한 사실이 인정되어 이에 따른 반성의 계기로 ‘불문경고’를 받았으나, 상습적인 폭언은 아니었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