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절남녀 만남 사이트 오픈하자마자 ‘북새통’
사진은 지방의 한 성인나이트클럽의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오른쪽은 최근 개설된 기혼자 만남 사이트 홈페이지 캡처. 일요신문 DB
때마침 ‘불금’(불타는 금요일)에 전해진 간통죄 폐지 소식은 유흥가를 잠시 들썩이게 했다고 한다. 평소와는 다른 술렁이는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졌다는 전언이다. 특히 손님들의 대화 주제가 ‘불륜’으로 통일되는 기이한 현상도 벌어졌다고 한다.
서울 강남에서 룸살롱을 운영하는 이 아무개 씨는 “여기 오는 사람들 중에서 바람 한 번 안 피워본 남자가 있겠나. 간통죄가 폐지됐다니 너도나도 자신의 불륜 경험담을 꺼내놓고 안주로 삼더라. 확실히 남성 손님들은 두 팔 들고 환영하는 느낌이었는데 돈만 있으면 바람 실컷 피워도 되겠느니, 여자를 살 수 있는 시대니, 뭐 그런 얘기들이 오갔다”며 “그렇다고 손님이 갑자기 급증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잠깐 지나가는 바람이라 생각하고 있다. 다만 몇몇 나이트클럽에서는 기혼자들을 위한 이벤트성 파티를 계획하고 있다는 얘긴 들었다”고 말했다.
들뜬 손님들과 달리 막상 화류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간통죄 폐지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바에서 근무하는 박 아무개 씨(여·28)는 “손님들은 간통죄 폐지가 그렇게 좋은가 보더라. 끊임없이 얘기를 하는데 우리들은 별다른 느낌이 없다. 이쪽에서 일해도 간통죄로 고소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앞으로 간통죄로 고소하겠다며 머리 풀어 헤치고 가게로 뛰어오는 아줌마들을 볼 일은 없을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한편 불륜남녀들의 집합소인 성인커뮤니티사이트에서는 흥분보다는 간통죄 폐지가 자신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에 바빴다. 한쪽에서는 기혼자 만남 사이트가 생기고 하루 2000여 명의 가입자가 몰려드는 등 소동이 일었지만 이들은 조용히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법 공부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그동안 간통죄 무서워서 불륜 피하진 않았으니 별로 신경 쓰이진 않는다. 다만 이제 형사고발은 못하게 됐지만 민사소송이 진행되면 오히려 위자료가 세질 수도 있다. 간통으로 쪽박 찰 가능성이 높아진 것 같아 오히려 싫다.”
“간통죄로 고소당하려면 성교의 증거가 있어야 했다. 그만큼 증거 잡기가 어려웠는데 민사소송은 휴대전화 기록이나 모텔에 들어가는 사진만으로도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몸을 더 사려야겠다.”
변호사들은 고액의 형사사건 수임료가 줄게 됐다며 다른 수익창구를 모색 중이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골목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법조계 역시 간통죄 폐지를 두고 손익 계산에 열중하고 있다. 특히 변호사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아무래도 수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가족의 엄경천 이혼전문 변호사는 “솔직히 이혼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변호사들은 간통죄 폐지가 달갑지 않다. 간통죄가 있을 땐 고액의 형사합의금 일부분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불가능해졌다”며 “다른 수익창구를 찾아 일부 신참 변호사들은 수임료 50만~110만 원을 받고 재심 청구에 매달리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실제 그의 말처럼 일부 변호사들은 각종 광고나 온라인 카페까지 개설해 수임료를 공개적으로 제시해 두고 의뢰인 모집에 나서고 있다. 6일 현재까지 전국에서 19건의 재심 청구가 접수됐는데 한동안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2008년 10월 30일 이후 간통죄로 유죄 판결을 받거나 재판 중인 사람은 3000여 명에 달한다.
흥신소도 법조계 못지않게 신경을 곤두세운 상태다. 결정적인 불륜 증거를 잡는 흥신소 고유의 역할은 그대로겠지만 업계에서는 크게 두 방향으로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간통죄 폐지로 불륜 사건이 증가해 결과적으로 흥신소 의뢰도 늘 것으로 보인다며 대대적인 광고를 내놓고 있지만 몸을 사리는 쪽도 있다.
지금까지 의뢰인들이 수백만 원의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도 흥신소를 찾았던 까닭은 향후 형사합의금으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챙길 수 있어 ‘효율’이 좋았던 덕분이다. 하지만 간통죄가 폐지로 의뢰인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들게 됐으니 섣불리 비싼 흥신소를 찾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때문에 이들은 종전 불법적인 행위까지 일삼으며 위험하게 ‘결정적’ 증거 찾기에 나서던 관행을 버리고 소액을 받아 정황 증거만 찾는 쪽으로 영업 방식을 바꾸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체면상 간통죄 폐지를 대놓고 반기진 못하나 남몰래 격하게 환영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공직자들이다. 행정고시 출신의 공무원 구 아무개 씨(28)는 “평소 점잖았던 분들도 이제 우리도 진정한 자유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일반 회사원들이야 간통죄 무서워서 바람 안 피운 거 아니지 않느냐고 하지만 공직자들은 진짜 그랬다. 간통죄로 처벌 받으면 바로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해고를 당했기에 법적인 조치보다 그게 더 무서웠다. 우스갯소리지만 간통죄로 쫓겨났던 사람들 다시 다 불러들여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고 말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 역시 “극소수의 고위 공직자를 제외하곤 이젠 아랫도리 간수 못해 쫓겨나는 사람들은 없을 듯하다. 간통을 저질러도 민사사건으로 처리되면 회사에서도 기껏해야 감봉이나 정직 처분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친한 공직자들 몇몇은 이제 불륜으로 걸리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가장 신난 부류가 공직자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배우자 뒤캐기 주의사항 비번 걸린 휴대폰 몰래 보면 탈나요! 배우자의 불륜이 의심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증거 확보에 나설 것이다. 이혼 여부를 떠나 일단 확실한 사실관계를 알아야 어떤 대응이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배우자의 외도에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마구잡이로 증거 확보에 나섰다가는 오히려 본인이 범죄자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녹음과 동영상 촬영도 조심해야 한다. 배우자와 불륜 상대자의 대화를 불법으로 녹음할 시 통신비밀보호법에 근거해 처벌받을 수 있으며 성행위 장면이나 나체 촬영도 엄연한 범법 행위(성폭력특례법 위반)다. 간통 현장을 급습하기 위해 다른 사람 자택에 들이닥치는 것 또한 주거침입으로 고소를 당할 수 있으니 불미스러운 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료법률센터나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박] |
<일요신문>에 접수된 별별 불륜사연 공개 꽃뱀 때문에 이혼하고 지방발령…나 어떡해~ 간통죄 폐지 소식이 전해지던 날 기자에게 한 통의 메일이 날아왔다. 발신자는 김 아무개 씨로 어딘가 낯이 익은 이름이었다. 내용을 확인해보니 올해 초 “남편의 불륜으로 이혼을 하게 됐는데 도덕적인 흠이 있는 전 남편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방송까지 하고 있으니 막아 달라”며 한 차례 메일을 보냈던 여성이었다. 그는 이혼 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자신과 달리 전 남편이 예전과 다를 바 없이 텔레비전에 출연하는 모습을 보곤 다시금 메일을 보낸 것이었다. “겉으로는 실력 좋은 음악인이었지만 진짜 모습은 비도덕적이고 폭력적인 사람이었다. 함께 일하던 유부녀와 바닷가에 놀러가 키스하는 사진을 받아본 순간 무척 충격을 받았다. 나중엔 두 사람이 성행위 감상을 담은 문자 내용까지 보게 됐다. 그럼에도 전 남편은 뻔뻔하게 이혼을 요구했고 내게 폭력까지 휘둘렀다. 가정법원 판결문까지 있으니 그 사람도 발뺌하진 못할 것이다. 그런 사람이 대학에서 학생들도 가르치고 있다니 이게 말이 되나.” 처음 기자에게 연락을 취했을 때도, 그 뒤에도 김 씨가 원하는 것은 단 한 가지였다. 사생활이 지저분하고 비도덕전인 사람이 버젓이 방송에 나오고 강단에 서는 일은 없게끔 도와 달라는 것. 얼마나 답답하면 아무런 친분도 없는 기자에게 자신의 치부까지 드러낼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위로의 말만 전할 뿐 도움을 줄 순 없었다. 사실 김 씨와 같은 호소성 메일을 처음 받은 건 아니었다. 불륜과 관련한 기사를 작성하고 나면 가끔 독자로부터 자신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담은 메일이나 전화를 받곤 했다. 평범한 가정주부부터 대기업 직원, 사업가, 교수, 간호사 등 직업도 다양했으며 연락을 취한 목적도 각양각색이었다. 단순히 자신의 억울한 마음을 하소연하고자 연락을 취한 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중에는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를 사회에서 매장시켜달라는 섬뜩한 부탁을 남기기도 했다. “10년 동안 뒷바라지해서 의사 만들어놨더니 젊은 간호사랑 바람이 났다. 병원에서도 이미 소문이 퍼져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좋은 의사가 되겠냐. 증거자료를 다 줄 테니 기사를 써 달라. 위자료도 필요 없으니 병원에서 내쫓아 거지로 만들고 싶다.” 오랜 연애 끝에 결혼까지 성공해 달콤한 신혼생활을 꿈꾸던 이 아무개 씨는 남편에게 깜짝 도시락 선물을 위해 병원에 들렀다 이상한 말을 듣게 됐다. ‘남편이 젊고 멋있으니 관리 잘하라’는 어딘가 가시 박힌 말이었다. 순간 느낌이 좋지 않았던 이 씨는 주변 사람들을 동원해 남편의 뒤를 쫓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불륜 사실을 알게 됐다. 상대는 남편과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미혼의 간호사. 이 씨는 당장 남편을 찾아가 따졌지만 진심어린 사과 대신 “미안하다. 이혼해주겠다”는 답만 듣고 집으로 되돌아와야 했다. 분을 이기지 못한 이 씨는 기자에게 “죄를 지어서라도 그 남자를 밟아야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말만 남긴 채 연락을 끊었다. 그 후 이 씨와는 직접적으로 연락이 닿지 않았으나 주변사람들을 통해 두 사람이 끝내 이혼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다만 이 씨의 남편은 병원에 파다하게 퍼진 소문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의사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한편 자신의 불륜사실을 털어놓으며 기자에게 ‘꽃뱀을 처벌해 달라’며 기사 작성을 청탁하는 사례도 있다. 배우자나 연인에게 배신을 당한 ‘피해자’가 아닌, 불륜의 당사자들이 문제를 들추려고 언론에 연락을 하는 경우는 대부분 막장 드라마조차 명함을 내밀 수 없는 황당한 내용인 게 특징이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30대 남성의 사연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유부남인 것을 알면서도 그녀가 먼저 접근했다. 그녀도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내게 이혼을 종용하며 자신과 결혼하자고 요구했다. 결국 그녀와 깊은 관계로 발전했고 이혼도 했다. 그런데 회사에 불륜으로 이혼했다는 소문이 나자 갑자기 지방 발령이 났다. 나중에야 그녀가 나뿐만 아니라 사내 여러 직원들과 불륜관계였음을 알게 됐다. 그런데 남자들만 징계를 받을 뿐 그녀는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그녀’가 만인의 여성이었음이 밝혀지자 회사는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부적절한 관계에 있던 유부남 직원들이 우르르 그녀를 찾아가 해명을 요구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진 것. 하지만 이 모든 소동에도 그녀는 회사로부터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는데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알고 보니 그녀는 낙하산으로 입사한 직원이었다. 회사의 고위임원과 관계가 있어 입사 직전 면접관과 식사까지 할 정도였다. 너무 화가 나서 회사 게시판에 그녀의 실체 및 모든 사실을 글로 써서 올렸으나 바로 삭제됐다. 결국 그녀의 장난에 놀아난 남자들만 바보가 됐다.” 온갖 ‘막장’ 요소가 동원된 이 불륜 사건은 권선징악을 보여주는 드라마와 다르게 결론이 맺어졌다. 문제의 여직원은 계속해서 회사에 잘 다니고 있고 그녀와 불륜이었던 남성들만 손가락질당하고 가정파탄이 났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