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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한나라당 백색테러 규탄대회’를 가졌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특히 지난 7일 천정배 원내대표가 국가보안법 연내처리 유보 방침을 발표한 이후 당 지도부가 당내외의 강한 비판에 내몰리면서 국보법 폐지를 일관되게 주장해 온 국정연 소속 의원들의 주가는 상한가를 치고 있다. 당내에서는 ‘국정연이 열린우리당의 실질적인 지도부’라는 평가마저 나올 정도다.
게다가 국정연의 ‘실질적인 대표’인 김근태 장관이 최근 ‘국민연금 발언’을 통해 강한 리더십을 보인 것을 전후해 신입회원들의 가입도 줄을 잇고 있다. 최근 한 달여 사이에만 5명의 현역의원이 회원 등록을 마쳤다. 앞으로 회원수가 더 늘어날 것이란 게 당 관계자들의 전망. 국보법, 이철우 의원 파문속에 여권 내 최대 수혜자로 떠오른 국정연의 요즘 모습을 들여다봤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가 지난 7일 국가보안법 연내처리 유보 방침을 발표한 데 대해 열린우리당 내 재야파는 일제히 “한나라당을 파트너로 인정하겠다는 것은 환상”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가장 목소리를 높였던 것은 재야파 의원 모임인 ‘국정연’이었다.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장영달 의원은 지난 8일 “국보법 연내 처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양보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당 지도부를 맹성토했다.
재야파의 목소리가 힘을 얻는 반면 지도부의 입지가 좁아지자 천 대표는 지난 8일 의원총회에서 “정치생명을 걸고 국가보안법 조기 폐지와 형법 보완을 위해서 매진하겠다”고 밝히며 상황 돌파를 시도했지만 이미 국정연을 포함한 재야파 의원들의 상당수는 지도부에 등을 돌린 상태였다.
게다가 지난 8일 불거진 이철우 의원 파문에 대한 당 지도부의 우유부단한 대응은 당 지도부에 대한 재야파 의원들의 불만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이 의원 파문이 나온 다음날인 지난 9일 이부영 의장이 “이번 사건으로 화가 난 의원들은 (국보법 연내폐지 유보가) 정치적으로 원인무효가 됐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집권여당마저 팍팍하게 대응할 수 없다”며 유보결정 철회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국정연 소속 의원들이 성토를 하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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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연 소속 또 다른 의원도 “이 의장을 포함한 당 지도부가 혹시라도 야당과 타협을 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당은 사분오열될 것이다. 강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임을 지도부는 모르는 것 같다. 총력을 다해 싸워야 할 때 협상 운운하는 것은 지도부의 능력 부재를 스스로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며 지도부에 각을 세웠다.
최근 재야파 의원들이 이런저런 문제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이 의원은 “재야파(국민정치연구회)는 오랫동안 극우보수 세력, 한나라당 등과 싸워본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가를 잘 알고 있다. 당 지도부는 가슴으로 싸우는 법을 배워야 한다. 지금 우리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최근 국정연에는 신입회원들의 가입도 줄을 잇고 있다. 10월 이후 가입한 현역의원만 5명. 이 안에는 최근 ‘노동당 가입 파문’의 주인공인 이철우 의원도 포함되어 있다. 현재 43명의 현역의원이 지도위원 자격으로 활동하고 있는 국정연은 명실공히 당내 최대 계파로 인정되고 있다.
게다가 몇몇 의원들은 ‘국보법 폐지 정국’ 속에서 가입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7대 국회 개원 당시부터 당권파인 천·신·정 그룹으로 분류되어 온 한 의원은 “고민하고 있다. 국보법 문제를 포함한 개혁입법에 대해 당권파가 보여준 우유부단한 모습에 매우 실망했다. 야당과 싸워야 하는데 싸우는 법을 모르는 것 같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여당다운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국정연과 같이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한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의원들이 다수 있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국정연은 당내에서 회원들의 ‘충성도’가 높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재야파가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지난 8일 오전의 ‘번개팅’에도 무려 20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번개’치고는 많은 숫자였다. 이와 관련, 국정연 소속 한 의원은 “번개를 쳤는데 모인 의원이 20명이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의원들이 모두 나왔다면 그 수는 30여 명을 넘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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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태 장관이 주도하는 ‘국정연’이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다. 당내에서는 “국정연이 우리당의 실질적인 지도부”라는 평가마저 나올 정도다. | ||
모임에는 낯선(?) 얼굴들도 다수 참석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가입했거나 그동안 활동이 뜸했던 의원들이 다수 눈에 띄었던 것. 김성곤 신학용 홍미영 이상민 의원 등이 주인공이었다. 한 의원은 “참석한 의원 중 3~4명은 좀 의외였다. 우리도 놀랐고 보좌관들도 놀랐다. 최근에 모임에 가입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적극적으로 참석해줄 것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그 분들 때문에 더욱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국정연 소속 의원들의 이와 같은 일사불란함은 지난달 김 장관의 ‘국민연금 발언’ 당시에도 상당한 위력을 보였다. 이와 관련, 국정연 소속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국정연이 사실상 김 장관의 조직인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것 아닌가. 비록 이해찬 총리를 배출했고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장영달 임채정 의원 등 지도부에 속하는 중진 의원들이 다수 있지만 비교적 내부 정리가 잘 되어 있다. 장 의원의 경우 당의장에 강한 집착을 보이면서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국정연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 모임이 자기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 국민정치연구회는 내년 초로 예정된 당의장 선거를 앞두고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장영달 의원과 임채정 의원의 행보가 가장 큰 관심거리. 최근 이들 중진 의원들은 국정연을 중심으로 당내에서 보폭을 넓히며 다가온 당의장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많은 당 관계자들은 “국정연이 어떤 후보를 내는가에 따라 당의장 선거의 판도가 바뀔 것”이라며 국정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