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는 “롯데 구단이 선수들에 대한 헌법상 사생활 비밀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에게 재발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하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앞서 롯데 구단은 지난해 한국프로야구 개막 시점 전후부터 선수단의 원정숙소 호텔 CCTV를 통해 소속 선수들의 동선과 출입시간, 동행자 등을 사찰한 사실이 지난해 11월 드러나면서 야구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낳았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에 따르면 인권침해 진정 사건의 조사대상은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학교 등으로 제한돼, 사인 간 침해로 볼 수 있는 구단과 선수 사이의 사건은 조사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인권위는 스포츠계 관행과 관련해 이번 롯데의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 정책적으로 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지난해 말 직권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롯데 구단은 지난해 시즌이 개막한 직후인 4월 초부터 6월 초까지 2개월간 원정경기에 선수들이 묵는 호텔 등의 협조를 받아 호텔 복도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새벽시간 선수들이 출입하는 상황을 직접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당시 최하진 구단 대표이사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운영매니저가 CCTV 확인 결과를 구단 측에 지속적으로 보고했지만, 해당 선수들에게는 사전 통보나 동의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구단 대표이사는 “선수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 구단에서 이런 조치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인권위는 경기나 훈련과 무관한 시간에 선수들의 휴식과 사생활이 보장되야 할 숙소에서 CCTV를 통해 감시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해 헌법상 사생활의 비밀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봤다.
인권위는 이번 롯데 CCTV 사찰 사건이 프로야구뿐 아니라 스포츠계 전반에서 선수의 인권보호보다는 선수에 대한 효율적 관리·통제를 우선시하는 관행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프로야구 현장에서 이런 관행이 개선될 수 있도록 KBO 총재에게 ‘스포츠 인권 가이드라인’ 권고의 취지에 맞는 재발방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2010년 스포츠 분야의 인권보호 및 증진을 위한 스포츠 인권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바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