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인 제주농업기술센터 소장
매화는 가난(貧)을 상징한다. 가난하지만 결코 초라하지 않는 기품 있는 지조와 절개를 동시에 상징한다. 사람의 영혼을 가장 맑게 해 주는 꽃이라고 말해 오기도 했다.
청렴결백한 청백리의 정신을 비유하는 꽃이기도 하다. 조선조 중기의 문신 상촌(象村) 신흠(申欽)이 지은 시에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梅一生寒不賣香)는 구절이 있다.
아무리 불우한 환경 속에서 좌절을 맛보며 춥고 배고픈 시절을 보낸다 하여도 지조를 무너뜨리지 않고 군자의 덕과 선비의 올곧은 기품을 잃지 않는다는 뜻이다.
매화는 그리하여 매화를 한사(寒士)라고 비유해 말하기도 했다. 소나무, 대나무와 함께 세한삼우(歲寒三友)라 하여 역경 속에서도 지조와 절개를 지키는 선비의 정신을 대변하는 말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렇듯 매화의 이미지는 고결한 정신의 맑은 기품이다. 안빈낙도(安貧樂道)를 상징하는 청렴의 꽃이기도 하다. 어쩌면 오탁악세(五濁惡世)를 정화시켜 주는 덕의 향기를 지닌 꽃이라 해야 매화 예찬론이 제대로 될 것 같다.
이런 매화가 지폐, 그것도 부정부패의 수단으로 뉴스에 오르는 오만 원 권 뒷장에 새겨져 있는 게 새삼스럽다. 오만 원 권 화폐 발행 증가율은 전체 화폐 증가율의 배 이상 높은데, 한국은행으로 불과 28% 만이 되돌아온다고 한다.
이는 많은 오만원권이 시중에서 사용되지 못하고 개인 금고로 들어간다는 증거이며 떳떳하지 못한 돈일 개연성이 높다. 어쨌거나 오만 원 권 지폐를 뒤집어 보면 마음을 비운 늙은 가지가 곧게 뻗어 나가는 모습을 한 매화나무 한그루가 우뚝 서 있다.
일평생 매화만을 그렸다는 어몽룡의 ‘매화도’이다. 오만 원 권은 그 어떤 돈보다 올바르게 선비마냥 쓰여 져야 하는 지폐였던 것이다.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매화꽃을 보면서, 우리 공직자 가슴 속에 청렴의 매화 한 그루 심어 놓고 살아가야 겠다는 생각과 우리 주머니 속의 매화나무도 제대로 써야겠다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