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주 | ||
경쟁사인 비비안과 비너스의 모델로 나선 두 사람은 TV광고 속에서 ‘가슴선’을 드러내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어당기고 있다. 두 톱 여배우가 모델로 등장하면서 속옷광고 시장은 화장품 광고 못지 않게 여배우들의 인기도를 반영하는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속옷모델은 예전부터 톱스타들에게는 금기시돼 왔다. 톱스타일수록 이미지 관리를 위해 노출을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속옷광고에는 일정 수위의 노출이 불가피하기 때문. 여기에 속옷광고에 대한 이미지도 크게 작용했다. 이전의 속옷광고는 ‘제품소개’를 가장 우선시 했으므로 얼굴보다는 가슴 등의 신체 특정부위를 클로즈업해야 하는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했던 것. 따라서 속옷모델은 무명모델이나 부분모델 또는 외국인 모델들의 전용시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광고주들 입장에서야 제품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유명모델을 기용하고 싶었겠지만 말이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일종의 속옷광고 시장의 ‘룰’이 깨진 것은 지난 2000년. 비너스 광고에 김규리가 등장하면서부터였다. 데뷔 때부터 볼륨 있는 몸매로 주목을 받던 김규리는 과감히 속옷모델로 카메라 앞에 나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더구나 김규리는 당시 비비안과 1년 전속계약을 맺어 명실상부한 ‘빅스타 속옷모델 1호’로 불리고 있다.빅모델이 처음 등장한 속옷 광고가 눈에 띄었던 것은 당연했다. 이때부터 속옷모델에 대한 여배우들의 선호도도 차츰 높아지기 시작했고, 뒤를 이어 김민, 박지윤, 한채영 등이 가세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속옷광고 자체의 ‘변신’도 여배우들을 끌어오는데 한몫했다. 다양한 광고형태가 등장하면서 속옷 광고 역시 제품 소개에 무게를 두었던 쪽에서 차츰 벗어나고 있는 것. 이미지를 중시하는 광고가 만들어지면서 노출수위가 낮아진 점 또한 중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 고소영 | ||
두 회사의 모델캐스팅 시점은 6개월씩 엇갈려 있어 지난 2월부터 김남주가 비비안의 모델로 캐스팅됐고, 고소영은 비너스와 지난 8월부터 계약을 맺고 있다.이처럼 시기가 맞물려 있는 점은 두 회사의 광고 경쟁을 부추기는 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상대사의 광고내용이나 모델은 곧바로 자사광고의 컨셉트를 세울 때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 비비안의 광고를 제작한 대홍기획 한유석 부장은 “아무래도 경쟁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단계 나은 모델을 캐스팅하고, 보다 눈에 띄는 아이디어를 구해야 하는 점이 스트레스도 되지만 때로는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보통 모델 캐스팅 단계에서는 3∼4명 정도를 섭외리스트에 돌려두고 ‘작업’에 들어간다. 비너스의 경우 고소영 이외에 A급에서 B급 정도의 모델들을 함께 물망에 올려 두었다고 한다. 광고제작사인 리앤디디비의 정혜인씨는 “경쟁사 모델인 김남주씨에 대응할 수 있는 톱스타급이어야 했기 때문에 고소영씨를 캐스팅하는 단계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는 비비안 역시 마찬가지. 한유석 부장은 “김남주씨 외에 세 명 정도의 톱배우들도 고려했었다. 그러나 청순한 이미지보다는 도시적이고 활동적인 이미지가 어울린다고 판단해 김남주씨를 캐스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속옷광고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다고는 하나 모델들의 요구사항은 아무래도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실착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가장 민감하게 작용하는 부분. 이 때문에 가슴을 클로즈업하는 장면은 아직까지 부분모델이 대신하고 있다. 또한 계약서 조항은 세부조항까지 합쳐 20여 개에 이를 정도.
개런티는 김남주의 경우 3억5천만∼4억원, 고소영은 속옷 전반에 대해 계약을 체결해 4억∼5억원 선에 책정됐다고 한다. 두 회사 모두 자사광고에 대해 ‘성공적이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비비안은 김남주를 기용한 이후 연간 매출이 38% 정도 올랐다고 한다.
비너스 역시 구체적인 집계는 이달 말께나 나오지만 매장에서 소비자의 제품인지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반응이다. 광고선호도가 곧바로 매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나, 양측의 설명으로 본다면 일단은 호평을 받고 있는 것. 따라서 고소영 김남주를 이어 또다른 톱스타가 속옷모델계 바통을 이어받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