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총선 겨냥 ‘고차방정식’ 가동
3월 9일 국회에서 열린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내정자 인사청문회.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지난 2월 23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최고위원회의석상 발언 함의가 이번에 풀렸다. 김 대표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에 이어 이완구 국무총리 지명, 두 유 장관 임명 등 현역 의원 6명이 입각할 가능성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지역구 의원을 그만 데려가시라”고 했다. 김 대표는 또 “장관이라는 자리는 한 정치인의 경력 관리로 생각해서는 절대 안 된다. 개혁에 성공하지 못하면 (당으로) 돌아올 생각을 하지 말기 바란다”며 6명 국무위원에게 경고장을 날렸다.
‘청문회 트라우마’를 앓고 있는 것은 박 대통령과 청와대뿐 아니다. 당도 마찬가지다. 평시에는 넘어갈 수 있는 일이라도 ‘전시’면 달라진다. 신임 국무위원 셋과 현역 국무위원 셋 모두 내년 4월 13일 20대 총선거에 출마하려면 공직선거법상 선거 90일 전인 1월 14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그러면 그때 당은 국회에서 청문회를 준비해야 한다. 야당이 도덕성과 자질 문제를 거론하며 이번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청문회처럼 미루고 미룰 경우엔 2월 임시국회로 넘어간다. 4월 총선 불과 두 달 전에 ‘인사 참사’가 발발하면 여권의 총선전은 불을 보듯 뻔하다. 김 대표는 이미 지난 2월 23일, 이번 시한부 장관 논란의 표적이 새누리당이 될 것을 알았던 셈이다. 여권 관계자의 말이다.
“6인 국무위원이 임기를 이어가다 내년 1월 사퇴하면 새누리당은 12개의 표적을 들고 서 있어야 한다. 사퇴한 의원들에 대해선 시한부였거나 경력 관리용이었음을 인정하라는, 지명된 후보에 대해선 땜질용 후보라는 지적을 돌파해야 한다. 결국 사람은 청와대가 쓰고 총은 여당이 맞아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선 호기다. 이번 정부의 고질적 병폐인 인사 난맥상은 전국민도 공감하는 현 정부의 아마추어리즘 중 하나다. 송곳 검증을 벼른다더니 청문회 당일 청문보고서를 채택한 것에는 새정치연합의 이런 판단이 녹아있다는 분석이다. 전시를 위해 ‘트로이의 목마’를 정부에 풀어놓겠다는 것이다. 만약 박근혜 정부가 당시 개각에서 훌륭한 후보를 지명하지 못한다면 내각 공백은 뻔하다. 이 또한 새정치연합으로선 승기를 잡을 기회로 작용한다. 현역 차출에는 이런 함의가 녹아 있었다.
이번 청문회에선 “여당의 적은 여당 내부에 있다”는 말도 나왔다. 유기준 해수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청문회에서 자당 이종배 의원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한시적 장관으로 조직을 잘 이끌 수 있을지 염려된다.”
유일호 국토부 장관도 자당 의원으로부터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 답은 달랐다. 유기준 후보자는 “지금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인사권자인 대통령 권한에 속하는 것”이라 했다. 유일호 후보자는 “총선 출마 여부는 고민 중이다. 출마나 불출마 여부보다 (장관직을)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왜 같은 당 의원들이 이런 아픈 질문을 던졌을까. 이를 두고 재선의 새누리당 고위 당직자는 “지역구 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들려는 속셈이 있다”고 했다. 비례대표들의 지역구 진출 구멍을 넓히는 방편이며, 만약 불출마라도 운운한다면 자기 사람 심기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란다.
내각의 3분의 1이 현역 의원 출신, 특히 김희정 장관을 뺀 5명이 모두 친박계임을 감안하면 이런 ‘의원내각형 정부’는 큰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결국 친박계에서도 앞자리에 있었던 의원들을 뽑아 썼는데 이들의 성적에 따라 친박계 성적표가 적나라하게 나올 수 있다. 20대 총선에 출마하려는 친박계가 전전긍긍하는 이유다. 새누리당 내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친박 의원내각을 우려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