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물음표…파주·제주 실패 오버랩
인천시가 오일머니를 유치해 검단을 살리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석연치 않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큰 사진은 검단 퓨처시티 부지 전경. 아래 사진은 왼쪽부터 검단 사거리와 택지개발사업 보상 관련 현수막. 최준필 기자
검단신도시는 지난 2008년부터 추진된 수도권 2기 신도시다. 검단은 1995년 김포에서 인천으로 편입된 지역. 지분은 인천도시공사(도공)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5:5로 보유하고 있다. 원래 2015년 12월까지 조성이 완료돼야 하나, 최근 겨우 토지보상만 끝났다. 막대한 규모에 비해 미비한 사업성과 2009년 세계금융위기 여파 탓이다. 검단2신도시 사업은 지주, 주민 반발로 2009년 백지화됐고, 검단1신도시 사업만 3단계로 나눠 추진키로 했다.
올해부터 겨우겨우 1단계 사업이 시작되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검단신도시에 투입된 금액과 향후 예상 비용에 대한 설은 분분하다. 시민단체들은 이미 3조 1000억 원의 공사채가 토지보상금으로 투입됐고, 향후 기반시설 조성 등에만 4조 원 넘게 들어갈 것이라 내다봤다. 이미 동 이름을 딴 마전, 당하, 원당, 불로 택지지구에 들어선 아파트는 미분양 사태를 겪은 바 있기에 신도시 조성 사업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던 것.
그러다 최근 ‘오일머니 4조 원을 투자 받겠다’는 인천시의 계획으로 검단의 상황은 반전됐다. 인천시에 따르면 유정복 시장은 지난 3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칼리파 알 다부스 퓨처시티 최고경영자를 만나 두바이투자청이 36억 달러(약 4조 원) 규모의 퓨처시티를 검단에 건설한다는 데 합의했다. 양측은 향후 투자의향서를 교환하고, 두바이투자청이 인천을 답방해 퓨처시티 정식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퓨처시티 사업은 아랍에미리트의 해외 신도시 진출 모델이다. 두바이투자청의 자회사인 퓨처시티글로벌인베스트먼트가 총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14년 설립됐다. 두바이와 인도에서 도합 4000여 개의 기업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정복 인천시장(왼쪽 두번째)과 두바이투자청 관계자들의 대화 모습. 사진제공=인천시
인천시는 산·학·연이 연계된 정주도시라는 퓨처시티의 기본 콘셉트가 검단신도시 최초 구상과 잘 맞으리라 보고 있다. 동북아 최초라는 상징성과 함께 대중 교역의 요충지이자 반경 30㎞ 이내에 1500만 인구가 몰려있는 집적 효과 등을 내세워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벌써부터 두바이투자청의 실제 투자와 더불어 성공 여부에 대해 의문 부호를 달기 시작했다. 우선 두바이투자청이 투자의 조건으로 기반시설 확충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퓨처시티 측은 국제학교 건립과 검단의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 규제 완화를 투자조건으로 내세웠다. 정창훈 인하대 교수(행정학)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두바이 측이 인천시에 기반시설을 지어달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 최소 공사비를 3조 원으로 예상한다”며 “퓨처시티는 절대 ‘로또’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어쩌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도 있는 노릇이다.
과거 실패 사례도 있다. 두바이 소재 부동산 개발회사 테콤인베스트먼트는 2008년 제주, 2014년 경기도 파주에 이번 퓨처시티 계획과 유사한 스마트시티 조성을 타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파주의 경우 6·4 지방선거로 당선된 이재홍 시장이 재검토 끝에 테콤 측에 실현 가능한 계획안을 요구했지만, 테콤 측은 사실상 이를 거부했다.
두바이 정부 리스크도 변수다. 운용자산이 약 175조 원에 이르는 두바이투자청과 달리, 두바이 자치정부는 1000억 달러(110조 원) 규모의 빚을 안고 있다. 자치정부는 국영두바이월드의 채무에 대해 지난 2009년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을 선언한 바 있다.
인천시의 퓨처시티 추진 과정도 논란거리다. 박근혜 대통령 순방에 맞춰 유 시장이 중동 출장에 나서 추진 시기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인천시장 비서실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두바이투자청 측과 물밑으로 투자 여부를 논의했다”며 “이 과정에서 청와대 측과 연락을 취한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관계기관인 인천 서구청, 인천시 투자유치단, 도공 등이 퓨처시티 건을 몰랐다는 것도 의문이다. 복수의 관계자들이 “시 대변인실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고 시에 사실을 되물었다”고 밝혔다. 퓨처시티 건은 인천시장 비서실 주도 하에 비밀리에 추진된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 비서실 관계자는 “시 투자유치단은 올해 1월에 발족됐고, 퓨처시티 논의는 지난해 추진됐다. 중동 특성상 재촉을 하면 협의가 어그러져 논의 도중 다른 부서에 일을 넘기기 부담스러웠다”며 보안상의 이유를 내세웠다. 하지만 수조 원에 달하는 지역 개발 사업을 두고 지방정부 차원에서 다각적인 검토를 생략했다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이러한 이유로 두바이투자청의 실제 투자 가능성에도 많은 의문을 낳게 한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양해각서에 상당히 자세한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확언했지만, 박준복 인천참여자치예산연대 소장은 앞서의 경험을 비춰보며 “인천시의 많은 투자 유치 약속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성사된 게 없다”고 지적했다.
양해각서는 법적 구속력 있는 계약서가 아니다. 더군다나 13일 현재까지 양해각서 체결조차 계획일 뿐, 확정되지도 않았다. 인천시는 지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약 2주 후(18일경) 두바이투자청이 인천을 답방해 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13일 <일요신문>과 통화한 시 관계자는 “예정일 뿐, 두바이투자청으로부터 아직 정확한 일정을 확답 받지 못한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계획을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중이니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한 발 물러섰다.
검단 현지 분위기는 기대 반, 의심 반이다. 복수의 부동산 관계자들은 “급매물은 확실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인천시 발표 직후 문의가 늘었으나 요즘은 잠잠하다”고 전했다. 일부 주민들은 “예정지에 이미 택지지구 세 곳이 들어서 종합적 개발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입지에 의구심을 품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이채훈 인턴기자
인천시, LH와 ‘검단 빅딜’ 무산 버리려했지만 실패…‘애물단지’ 퓨처시티 조성이 추진 중인 검단신도시와 관련해 또 다른 논란도 존재한다. 인천시가 지난 연말까지 LH에 ‘검단’과 ‘영종하늘도시’ 간 빅딜을 제안했다는 사실이다. 인천시가 영종하늘도시의 지분을 떠안는 대신, 검단의 지분을 LH 측에 넘기려했다는 것이다. 해당 빅딜은 인천시의 인천도시공사(도공)가 지난 2014년 9월 중앙정부에 제출한 부채감축계획안에 포함된 방안이다. 하지만 최근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이 검단 빅딜은 무산됐다. <일요신문> 확인 결과, 도공 측은 “빅딜은 지난 연말 LH 측에서 거부함으로서 무산됐다”며 “LH 측에선 한강신도시 미분양 해소가 더 급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애초 검단은 인천시가 사실상 버리려했지만, 그마저도 실패한 땅인 셈이다. 인천시는 검단신도시사업의 출구전략 마련을 위해 지난해 빅딜 시도와 퓨처시티 투자유치를 동시에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인천도시공사 측은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지만, 앞서 인천시 관계자는 퓨처시티는 이미 지난해부터 추진했다고 답한 바 있다. 인천시와 인천도시공사의 입장이 엇갈린다. 검단신도시 관련 부채는 도공 채무의 45%를 차지하는 ‘블랙홀’이다.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은 지난 10일 인천도시공사가 파산을 택하는 게 낫다는 제안까지 내놓았다. 빅딜의 최초 제안자로 알려진 정상훈 인하대 교수는 “도공 부채 8조여 원 중 검단에만 3조여 원이 묶여있다”며 “인천시는 검단에서 개발 이익을 낼 수도 없고, 사업을 포기해 땅을 팔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채훈 인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