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주) 지분 분할 대상에 포함, 시점은 항소심 변론종결일…재산분할금 마련 방법과 재상고 여부 등 주목

재산분할 비율은 최태원 회장이 3분의 2, 노소영 관장 3분의 1로 정했다. 재판부는 노 관장에게 인정된 재산분할 몫 가운데 주식으로 충당되지 않는 부분은 최 회장이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은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노소영 관장 측의 재산 형성 기여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SK(주)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켰다.
최태원 회장은 2017년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 1심은 2022년 12월 위자료 1억 원과 재산분할금 665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고 SK(주) 주식을 특유재산으로 봐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 항소심은 판단을 뒤집었다. 서울고법은 2024년 5월 SK(주)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하고 노소영 관장의 기여도를 35%로 평가해 위자료 20억 원과 재산분할금 1조 3808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을 노소영 관장의 재산 형성 기여로 고려할 수 없다며 재산분할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이혼과 위자료 20억 원 지급 부분은 확정됐다.
#주식 평가 시점은 2024년 4월…이후 상승분은 비율에 반영
이번 재판의 관심은 재산분할 대상 주식의 평가 시점이었다. 재판부는 SK(주) 주식 가액을 파기환송심 변론종결일인 2026년 6월 26일이 아닌 항소심 변론종결일인 2024년 4월 16일을 기준으로 산정했다. 항소심 기준일 당시 SK(주) 주가는 14만 9500원이었다. 파기환송심 기준일에는 81만 5000원을 기록했다. 두 시점의 주가는 5.45배 차이가 난다.
재판부가 파기환송심 기준일을 적용했다면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SK(주) 주식의 평가액도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항소심 변론종결 이후 발생한 주가 상승분을 재산가액에 직접 반영하지 않았다. 파기환송심이 진행되는 동안 불어난 기업가치를 모두 부부 공동재산의 증가로 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혼인관계가 사실상 파탄 난 이후 최태원 회장의 경영활동과 SK그룹의 사업 성과가 주가 상승에 미친 영향을 고려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다만 재판부는 주가 상승을 재산분할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부부 공동재산을 공평하게 나누기 위해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사정을 재산분할 비율 산정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은 노소영 관장 측 기여에서 제외됐다. 항소심은 해당 비자금과 노 관장의 기여가 SK그룹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불법적으로 조성된 자금을 재산 형성 기여로 고려할 수 없다고 봤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설령 노태우 전 대통령이 SK 측에 300억 원을 전달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노소영 관장 측의 기여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노 관장의 가사와 자녀 양육, 재산 유지·증식에 대한 기여는 비자금과 별도로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두 사람은 1988년 결혼했지만 양측이 주장하는 별거 시점은 엇갈린다. 최태원 회장 측은 2006년부터 혼인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였고 2009년 말부터 별거했다고 주장해왔다. 노소영 관장 측은 2009년부터 각방을 사용하고 2011년부터 별거했다는 입장이다.
정지웅 법률사무소 정 변호사는 “혼인 파탄 이후라는 사정만으로 기여도가 자동으로 소멸되거나 0으로 고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혼인 파탄 뒤 늘거나 줄어든 재산이 부부의 공동 노력과 무관하고 한쪽의 독자적인 활동 때문에 변한 것이라면, 그 증감분은 재산분할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산분할금 마련 과정이 SK그룹 지배구조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재판부는 노소영 관장 몫 가운데 주식으로 충당되지 않는 부분을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했다. 현금 지급 규모와 자금 조달 방식에 따라 최태원 회장의 재정 부담과 SK그룹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수 있다.
최태원 회장은 SK(주) 지분 17.76%를 보유하고 있다. SK(주)는 SK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다. 최 회장이 다른 자산이나 차입을 통해 현금을 마련하면 SK(주) 지분율은 유지하게 된다. 반면 SK(주) 지분을 매각해 재산분할금을 마련할 경우 지배구조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경우 지분율은 유지할 수 있지만 주가 하락 시 추가 담보 제공이나 이자 상환 등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최태원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SK실트론 지분 29.4%의 향방도 관심사다. 해당 지분을 유동화할 수 있다면 SK(주) 지분을 직접 활용하지 않고 재산분할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에서 본 최 회장의 SK실트론 가치는 최대 1조 5000억 원이다. SK그룹은 SK(주)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를 두산그룹에 매각하는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재산분할 소송이 SK그룹 지배구조에 미칠 영향에 주목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도 AI(인공지능) 반도체 호황으로 SK하이닉스와 SK 관련 주식 가치가 상승한 상황에서 재산분할 판결이 최태원 회장의 그룹 지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측의 재상고 여부도 주목된다.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하는 당사자는 대법원에 다시 상고할 수 있다. 재산분할금이 항소심보다 줄었고 SK(주) 주식은 분할 대상으로 유지돼 양측 모두 불복해 재상고할 명분은 있다.
재상고가 이뤄지면 대법원은 파기환송심이 앞선 환송 취지에 맞게 재산분할 범위와 기여도를 산정했는지를 살필 전망이다. 재상고심은 사실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심리하기보다 법률 적용과 판단 과정의 적정성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와 관련, 차상진 법률사무소 비컴 변호사는 “파기환송심 판결문의 논리에 따라 재상고심에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며 “규모가 큰 재판은 사회적 파급력도 큰 만큼 작은 변수도 법리 해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측이 소송 장기화에 따른 부담을 고려해 재상고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두 사람의 법적 다툼이 2017년부터 이어져 온 데다 대법원과 파기환송심을 거치면서 주요 쟁점에 대한 판단이 상당 부분 제시됐기 때문이다.
박민규 이혼소송 전문 법무법인 안팍 대표변호사는 “더 이상 다툴 쟁점이 없다고 판단하면 소모적인 논쟁을 피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재판을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