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정치권 무죄로 뒤집힐 가능성 낮게 봐…나경원 박주민 등 여야 재보선 후보군 몸 풀 채비

재판부는 공소장에 적시된 10개 여론조사 중 절반인 5개(비공표 3개·공표 2개)에 대해 유죄로 인정했다. 양형 이유에 대해 “부정하게 수수한 정치자금이 2100만 원으로 적지 않고, 공직선거법상 금지된 ‘후보자 의뢰 여론조사의 공표·보도’를 실현하려는 목적이 결부돼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서울시장 등을 역임하며 정치자금법 입법 취지와 내용을 잘 알았음에도 범행을 주도했고, 재판에서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여러 이유와 주장을 내세워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공직 자격 상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질타했다.
오 시장은 선고 직후 “판결에 납득할 수 없다. 천하의 거짓말쟁이 명태균 씨의 진술과 간접증거만으로 선고가 내려졌다”며 “항소심에서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선고 당일 즉각 항소장을 제출했다.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서는 이번 판결이 상급심에서 뒤집힐 가능성을 낮게 본다. 법조인 출신 민주당 관계자는 “오 시장은 계속 명태균 씨 진술과 간접증거밖에 없다고 하는데, 판결문을 보면 여러 직접증거들이 제시돼 있다. 또한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명태균 씨와 강혜경 씨, 김태열 씨 등의 증언이 일치한다. 오 시장 측에서는 판결을 완전히 뒤집어 무죄를 받아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항소심에서 형량이 줄어들 수도 있다. 오 시장이 시장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벌금 90만 원 이하로 낮춰야 한다. 절반도 아닌 10분의 1 이하로 내려가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만약 오 시장이 대법원에서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즉시 시장직을 상실하게 되고,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가 열리게 된다.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르면 오는 2027년 2월 28일 이전에 시장직 상실형이 확정될 경우, 4월 재보선 대상에 서울시장이 포함된다. 반면 2027년 3월 1일부터 8월 31일 사이 확정되면 재보선은 10월 치러진다.
오 시장 사건은 김건희 특검법에 따라 이른바 ‘6·3·3 규정’이 적용된다. 1심은 공소 제기일부터 6개월, 2심과 3심은 각각 전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을 적용하면 내년 1월 말에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다. 오 시장이 시장직을 잃게 되면 2027년 4월 7일 서울시장 재보선이 열리게 되는 셈이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정원오 당시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대역전극을 연출하며 전무후무한 서울시장 5선 고지에 올랐다. 동시에 보수진영 차기 대권주자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서울시장 취임 한 달도 안 돼 정치인생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서울시장 당선이 오히려 독이 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 한 관계자는 “오 시장이 현직 서울시장이 아니었다면 이번 1심 판결이 이 정도로 주목 받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에 대법원 확정 판결로 시장직을 상실하면 무상급식 주민투표 부결로 인한 사퇴에 이어 두 번째로 시장직을 중도하차하게 된다. 그 인상이 굳어지면 사실상 정치인생은 끝나게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시장직의 조속한 사퇴 촉구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지방선거 때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도전했던 김영배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오 시장은 공직자로서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조용히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항소심 재판부가 판결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오 시장 엄호에 나섰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판결은 엄밀한 증거와 사실을 바탕으로 이뤄져야지, 정황과 예단을 바탕으로 이뤄져선 안 된다”며 “항소심에서 보다 면밀한 검증과 판단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검사 출신 김재원 최고위원은 KBS2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2심이나 대법원에 가서 법률적으로 다투면 기존 대법원 판례나 법과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당연히 무죄 판결이 내려질 것”이라면서 “오 시장은 서울시장으로서 5선 위업을 달성한 시장이기 때문에, 정치지도자로서의 위상과 역할에는 전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경원 의원은 오 시장 1심 선고 이후 자신의 SNS에 “안타까운 결과다. 6년이 지난 지금, 당시 당내 경선 과정에 있던 사건을 문제 삼는 것은 정치재판이 맞다”면서도 “(오 시장은) 남은 항소심 절차에서 철저한 소명을 하기 바란다”고 간략히 적었다.
이어 다음날에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까지 열고 “오 시장 재판은 정치 기소이고 정치재판”이라며 “이재명 정권이 야당의 씨를 말리고 있다. 야당이 무너지면 권력은 폭주한다. 그 폭주의 결과는 국민의 삶을 짓밟는 세금폭탄, 민생파탄, 독재적 권력남용으로 이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서울시장은 나경원 의원의 오랜 꿈이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선 나 의원이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 1년차에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도 높아 국민의힘 후보가 이기기 어렵다 판단했을 것이다. 그런데 오 시장이 승리하며 서울의 보수화된 민심을 어느 정도 확인했다. 재보궐 선거가 열려도 해볼 만하다 판단했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시장 탈환에 총력을 기울였다가 고배를 마신 민주당으로선 보궐선거를 벼른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6월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 성적에 대해 “이길 곳을 졌다, 이겨야 하는 곳을 졌다고 하면 문제가 다르다”며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시장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지난 6·3 지방선거 민주당 경선 출마자들이 다시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경선에 나왔었던 박주민 의원은 7월 23일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보궐선거가 됐든 다음 선거가 됐든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도전하겠다라고 말씀 드렸다”고 강조했다.
여권에선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차출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강 실장은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서울시장 후보군에 거론된 바 있다. 여권 또 다른 관계자는 “서울시장은 인지도가 높은 대선주자급이 나와야 한다. 정원오 후보가 결국 미끄러진 이유도 인지도 영향이 크다”며 “강 실장은 최근 차기 리더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10% 안팎의 수치를 받고 있다. 충분히 고려될 수 있는 유력 후보”라고 설명했다.

앞서의 여권 관계자는 “재판소원이나 법왜곡죄, 가짜뉴스 처벌법 등 민주당이 만든 법안에 국민의힘은 강하게 비판하고 반대해왔다. 하지만 막상 법이 시행되자 보수진영에서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며 “오 시장 입장에서는 최대한 시간을 끌고 싶어서 재판소원까지 갈 수도 있다”고 점쳤다.
하지만 오 시장은 지난 2월 민주당이 주도한 ‘재판소원법’에 대해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헌법재판소에서 사실상 4심 재판을 받을 수 있다”며 “대법원을 최고 법원으로 규정한 우리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