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해외 자산운용사 비중 확대 가능성 제기…국내 증권가 신중, 반도체 이익 증가세가 변수
[일요신문] 외국인 투자자들의 코스피 순매수가 일시적 흐름에 그칠지, 추세적 매수세로 이어질지에 시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 비중을 다시 확대할 시점에 가까워졌다는 진단과 자금 유입으로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신중한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당분간 외국인 수급이 등락을 반복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사자’로 돌아선 외국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개인투자자 제외)은 7월 20일~23일 5조 6145억 원을 순매수했다. 앞서 6월 넷째 주부터 7월 둘째 주(6월 22일~7월 10일) 외국인은 3주 연속 코스피를 순매도하며 누적 약 40조 원을 팔아치웠다. 하지만 7월 셋째 주부터 외국인은 2주 연속 순매수로 전환했다. 외국인들은 그간 팔아치웠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7월 20일~23일 4조 원 넘게 순매수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코스피 순매수가 일시적 흐름에 그칠지, 추세적 매수세로 이어질지에 시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7월 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등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외국인 매수세는 최근 코스피 조정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완화되면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다운 LS증권 수석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코스피가 급등하면서 외국인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재조정)을 위해 대규모 매도에 나섰다”며 “7월 들어 지수가 30% 가까이 조정 받으면서 리밸런싱 부담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말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코스피 6500선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5.7배로 역사적 저평가 구간으로 평가된다.
시장의 관심은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의 추세적인 반등을 이끌 수 있을지에 쏠린다.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하는 만큼 외국인 자금은 코스피 반등 여부를 결정할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직전 1년간 20% 이상 상승한 뒤 고점 대비 25% 가까이 하락한 사례는 2002년 IT버블 1·2차 조정, 2004년 차이나쇼크, 2009년 두바이쇼크 네 차례였다. 하락한 시점으로부터 1년간 코스피 수익률은 외국인 수급에 따라 크게 엇갈렸다.
최근 조정에도 한국 증시를 바라보는 해외 투자자들의 시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인베스코의 데이비드 차오 아시아·태평양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변동성으로 한국 증시에 대한 단기 투자 전략은 다소 신중해졌지만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라며 “최근 코스피 조정은 인공지능(AI) 주도 장세에서 누적된 과도한 투자 쏠림이 해소되는 과정이었다. 기업 실적과 수출, AI 수요가 여전히 견조해 한국 증시를 비관적으로 볼 근거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외국인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7월 20일~23일 4조 원 넘게 순매수했다. 2025년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7회 반도체 대전(SEDEX 2025) SK하이닉스 부스에 HBM 홍보영상이 나오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차오 전략가는 “한국 증시에 구조적인 약세장이 시작됐다고 보지는 않는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 비중을 줄이기보다 다시 확대하기 시작할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다만 투자자들의 포지션 조정이나 AI에 대한 투자 심리가 완전히 안정되지 않은 만큼 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국 증시에 대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JP모건은 코스피에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7월 21일(현지시각) 믹소 다스 JP모건 한국 주식시장 전략 총괄은 보고서를 통해 12개월 목표 지수 1만 2500p(포인트)대를 유지하면서 “외국인 추가 매도 압력이 완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7월 19일 씨티그룹은 ‘신흥시장(EM) 자산배분’ 보고서를 통해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공격적 매수 가능성 크지 않아"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선 외국인 매수의 지속성을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은 “앞으로는 외국인들의 선별적인 매수세가 이어질 것 같다”면서도 “외국인들이 올해 160조 원을 순매도한 뒤 최근 수조 원을 순매수한 것만으로 의미 있는 자금 유입이 시작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정다운 수석연구원은 “최근 조정으로 외국인들의 리밸런싱 여력이 생기긴 했지만 이전처럼 공격적으로 매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 시가총액 비중이 60%를 웃도는 만큼 반도체 종목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돼야 하는데, 하반기 반도체 업황의 개선 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7월 24일 외국인들은 코스피에서 다시 매도세로 돌아섰다. 7월 24일 오후 3시 기준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3조 3340억 원을 순매도했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가격이 두 달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위험회피 심리가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식시장과 밀접한 경기선행지수는 하반기 정점을 지나 둔화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증권가에선 여전히 외국인 과매도 구간에서 벗어났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러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 지표가 악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주식시장과 밀접한 경기선행지수는 하반기 정점을 지나 둔화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고물가·고금리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오는 4분기 수출 증가율도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앞으로 외국인 수급의 핵심 변수는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증가세가 될 전망이다. 차오 전략가는 “기업들의 향후 실적 전망은 대체로 상향 조정됐음에도 최근 지수가 조정됐다는 점은 펀더멘털보다 투자심리가 더 크게 악화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앞으로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증가세가 현재의 높은 기대치를 계속 정당화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투자 논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과거 반도체 연간 영업이익 증가율이 둔화되는 국면에서 외국인 순매도와 주가 하락 위험이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며 “반도체 이익 증가율, 미국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자본지출(CAPEX) 증가율 등이 내년에 둔화된다는 점은 내년까지 투자 시계를 길게 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부담 요인이다. 다만 미국 투자 확대가 확인될 경우 우려는 완화될 가능성이 공존한다”라고 말했다.
알파벳 “AI 투자 확대”…메모리 피크아웃 우려 완화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인공지능(AI) 투자를 더 늘리겠다고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구글 본사. 사진=AP/연합뉴스빅테크 중 2분기 실적발표 첫 주자였던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인공지능(AI) 투자를 더 늘리겠다고 밝혔다. 7월 22일(현지시각) 알파벳은 실적 발표에서 올해 연간 자본지출(CAPEX)을 1950억~2050억 달러(약 298조~301조 원)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분기 제시한 1800억~1900억 달러(265조~279조 원)보다 많은 수준이다.
알파벳은 2분기 매출이 1198억 달러(176조 원), 영업이익은 407억 7000만 달러(60조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분기보다 각각 24%, 30% 증가했다. 알파벳의 올해 2분기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58억 5000만 달러(9조 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101억 2000만 달러, 15조 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하지만 최근 12개월 누적 잉여현금흐름은 533억 달러(78조 원)로 여유가 있다.
알파벳 실적은 메모리 반도체 ‘피크아웃(정점에 이른 뒤 상승세가 둔화하는 것)’ 우려를 완화했다는 평가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메모리 피크아웃 우려는 실제보다 과도하게 제기된 측면이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고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 국내 반도체 기업의 HBM 공급이 엔비디아 외 다른 AI 관련 고객사로 얼마나 확대됐는지를 가늠해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