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화제가 됐던 <여인천하> 강수연의 목욕장면. | ||
아주 천천히, 천천히 들어올린 손으로 목덜미에 물을 끼얹는 것을 시작으로 언제 끝날지 모를 ‘정화 의식(?)’을 치른다. 몸과 함께 마치 마음까지도 깨끗이 씻어내려는 듯이. 티끌만한 먼지 하나까지도 없애려는 듯이. 그래서 화면 속 목욕장면은 때로 장중한 느낌마저 준다.
영화나 드라마에 종종 등장하는 여배우들의 목욕신에는 이렇듯 일반인들의 그것과는 특별하게 다르지만, 천편일률적이어서 식상하기까지 한 장면이 반복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시청자들의 시선을 끄는 것만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 때문. 속살을 내보이는 여배우들의 급수에 따라 시청률을 좌우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역대 드라마에는 주연 여배우들의 목욕연기가 심심찮게 등장하곤 했다.
지난해 여름 SBS대하사극 <여인천하>에서 강수연의 노출 연기가 화제가 된 바 있다. 정난정을 연기했던 강수연은 당시 꽁꽁 언 한겨울의 얼음물에 들어가 목욕하는 장면을 연출해 찬사를 받았다. 윗도리를 벗고 치마만 입은 채 폭포수 속에서 30분간 버텨낸 강수연의 연기는 비장감마저 감돌게 했다.
이어 목욕통 속에서의 목욕신은 강수연뿐 아니라 당골네 역을 맡은 권은아도 어깨를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윤원형(이덕화 분)과의 첫날밤 장면에서는 사극치고는 꽤나 에로틱해서 여인천하가 아닌 ‘에로천하’라는 눈총도 받았지만 강수연의 노출연기가 <여인천하>에 쏠쏠한 보는 재미를 선사한 것만은 사실.
▲ 왼쪽부터 <장희빈>의 김혜수, <허준>의 황수정, 영화 <억수탕>의 한 장면. | ||
그런데 정작 목욕장면은 본인의 거부로 촬영이 무산돼 전파를 타지 못했다. 한편, 짧은 시간에 승부를 내야 하는 뮤직비디오나 CF에서도 목욕장면은 애용되는 아이템. ‘여자라서 행복해요’라는 광고카피로 인기를 끈 한 냉장고 광고에서도 냉장고와는 별 상관없는 듯한 심은하의 목욕장면이 묘한 연관성을 불러오며 화제를 일으켰다.
그런가 하면, 섹시미를 과시하는 엄정화도 자신의 뮤직비디오에서 목욕장면을 공개해 남성들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표현이 비교적 자유로운 영화 속에서는 강도 높은 장면이 종종 연출된다.
한국영화 사상 최다 목욕장면이 등장한 영화 <억수탕>은 목욕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스토리로 한편의 영화를 탄생시켰다. 코믹영화였던 만큼 에로틱과는 거리가 멀었으나 ‘목욕탕’을 배경으로 장장 80여 분이 넘는 영화를 찍었으니 수많은 사람들의 나체가 화면 속에 정신 없이 왔다갔다한다.
지난 6일 첫방송된 KBS의 야심작 <장희빈>에서도 목욕장면이 화제다. 이미 장희빈의 오빠 장희재(정성모 분)의 처 역을 맡은 하다솜이 목욕장면을 촬영했고, 장희빈 역의 김혜수가 뒤를 이었다. 기존에 만들어진 장희빈 스토리에 일대 전환점을 마련하겠다는 제작진의 의도와도 일부분 맞물렸는지, 숙종(전광렬 분)과의 키스신, 베드신 등 에로틱한 장면이 수차례 준비돼 있다고 한다.
<장희빈>에서 ‘김혜수가 벗었다’는 기사가 보도되자, 모르긴 몰라도 문제의 목욕장면의 방영날짜를 기다리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 장면은 오는 20일, 21일 방영된다). 장희빈 역을 맡은 김혜수가 목욕하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란 어찌 보면 시청자들의 특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 작품성이 우선시 됐을 때 시청자의 반응도 우호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