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1백여 명의 연예인들이 서울 광화문에 서 SOFA 전면개정을 요구했다. 이날 영화감독 류승완, 박찬욱은 삭발식을 가졌다(위쪽). 아래 쪽은 시민들의 시위장면.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연예인의 움직임에 불을 당긴 주인공은 개그맨 남희석.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세계 경찰 국가를 자임해 온 미국의 만행을 이대로 묵과할 수 없다, 사회적인 공인인 연예인들이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가수 이정현과 ‘낭만고양이’를 부른 록그룹 체리필터 등도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불을 지폈다. 이들은 지난 7일 출범한 ‘사이버 범국민 대책위원회’의 회원으로 가입했다.
▲ 왼쪽부터 윤도현, 신해철, 이정현, 싸이 | ||
혼성 4인조 그룹 체리필터의 베이시스트 연윤근과 드러머 손상혁도 인터넷 홈페이지 ‘From Cherryfilter’를 통해 사이버 투쟁중이다. 연윤근은 ‘양키 고 홈’이란 제목의 글에서 “주한미군, 이태원이나 의정부에 가보면 쉽사리 볼 수 있는 애들이다. 술에 절어 욕이나 해대고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자기들이 대장인 양 까불고 돌아다니는 애들뿐이다. 그렇게 까부는 놈들 치고 혼자 다니는 놈은 또 하나도 없다”라며 적나라하게 일부 몰지각한 미군의 행태를 비난했다.
싸이는 한 음악방송 콘서트 현장에서 미군 모형 장갑차를 내동댕이치는 퍼포먼스를 감행해 역시 싸이라는 말을 들었다. 또 싸이는 지난 11월30일 MBC <섹션TV 연예통신>의 리포터 자격으로 미국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를 인터뷰했는데, 이틀 뒤 이를 방송에서 삭제해 달라고 제작진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싸이의 소속사측은 미리 약속된 인터뷰라 응했지만 국민 정서를 생각할 때 방송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내린 결정이었다는 배경을 밝혔다.
▲ 광화문 촛불시위 | ||
이에 질세라 전국 콘서트 투어중인 윤도현밴드도 각종 무대에서 애도의 뜻과 함께 미군과 부시정권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밝히고 있다. 영화 <색즉시공>의 주인공 임창정도 “미국은 더 이상 아름다운 나라가 아니다. 앞으로 미국의 ‘미’를 한자로 표기할 때 쌀 미(米), 꼬리 미(尾) 등을 쓰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특히 임창정은 영화 홍보만 아니었다면 광화문 미 대사관 앞에서 삭발 시위를 하려고 했다며 못내 아쉬워했다.
임창정 대신 광화문 삭발 시위는 유명 영화 감독 2명이 실현했다. <공동경비구역 JSA> 박찬욱, <피도 눈물도 없이> 류승완 감독은 지난 6일 오후 1시 미국 대사관 옆에서 열린 여중생 압사사건 무죄 판결에 대한 방송문화예술인 선언 기자회견 자리에서 분노의 삭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선언문 낭독을 통해 미국의 공식 사과와 SOFA 전면 개정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화인들의 연대 삭발은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한 삭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해외 촬영중인 연예인들의 반미 감정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중국 드라마 촬영차 상하이에 머물고 있는 차인표는 “기가 막힐 뿐이다. 우리의 주권을 빼앗긴 것과 다르지 않다. 마치 뺨을 맞고도 아무 말을 못하는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며 분노했다. 차인표는 지난해 11월, 007 영화 시리즈인 <007 어나더데이>의 출연 제의를 받았지만 시나리오에 냉전 이데올로기와 한반도에 대한 왜곡된 묘사 등이 담겨있다며 출연을 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같은 중국에서 영화 <천년호>를 촬영중인 정준호도 뜻을 같이 했다. 정준호는 지인들에게 국제전화를 통해 “불평등한 SOFA가 개정돼야 한다. 너무 가슴 아프다. 국내에 있다면 촛불 시위라도 참여할 텐데…”라며 아쉬워 했다. 김범석 일간스포츠 연예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