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배격인 심현섭, 황승환 등이 포함된 KBS 제작 캐럴 | ||
올해 가장 인기 있는 코미디 프로그램이라면 단연 KBS <개그 콘서트>. <개그콘서트> 초창기 중심 멤버인 심현섭, 황승환 등이 주축이 되어 만든 ‘KBS 개그콘서트 크리스마스 캐럴’(KBS 영상사업단), 또 여기 출연해 인기가 급상승한 갈갈이 삼총사와, 이들과 같은 소속사 ‘스마일매니아’에 속한 이정수 등이 함께 모여 만든 ‘갈갈이 삼총사와 함께 한 크리스마스캐럴’(스마일매니아/신나라뮤직).
전자가 <개그콘서트> 초창기부터 지금처럼 인기 정상으로 올려놓은 일등공신이라고 하면, 후자는 최근 인기가 부쩍 높아져 <개그콘서트>를 인기 프로그램으로 완전히 정착시킨 멤버라고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양쪽 다 ‘캐럴 앨범은 돈벌자고 낸 것이 아니다’라고 계기를 밝힌 것.
▲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 | ||
반면 ‘갈갈이 삼총사와 함께 한 크리스마스캐럴(이하 갈갈이 삼총사)’음반을 기획•제작한 스마일매니아는 “음반을 냄으로써 개그맨으로서 더욱 성장하는 효과를 기대했다. 뮤직뱅크 등 음악프로에 나가 실력을 보여줄 수 있고, TV 밖의 무대에 설 때도 주제가처럼 노래가 나오니까 개그맨들 스스로 자부심을 갖게 됐다”며 기획의도를 밝혔다.
‘개그콘서트’는 징글벨 등 귀에 익은 16곡의 캐럴이 실제 TV 프로 개그콘서트를 보는 것처럼 각 코너가 떠오르도록 대사와 억양을 넣어 만들었다. ‘바보 3대’ 풍, ‘징글벨’이나 ‘청년백서’풍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등. 반면 ‘갈갈이 삼총사’는 캐럴을 완전히 바꾸는 것을 피하고 반 정도는 ‘놀아줘~’ ‘옥동자야~’ ‘이 노래는 우격다짐이야’ 등 개그적인 요소를 넣었고, 반 정도는 캐럴답게 정겨운 분위기를 살렸다.
개런티와 수익은 어떻게 할까? KBS 영상사업단은 신인과 톱 개그맨의 출연료에 비례하는 개런티를 지불했다고 했지만 자세한 금액은 밝히지 않았다. 가장 선후배 관계가 엄격하다고 하는 개그계, 한편으로는 인기에 따라 액수가 달라지는 연예인이란 점 때문에 개런티 문제는 서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개그콘서트 팀은 처음 출발이 신인 위주였기 때문에 후발투입된 개그맨들은 거의 후배. 인기도와 입문 순서가 거의 같아 얼굴 붉힐 일이 없었다. 그러나 인기도나 인지도 면에서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개런티는 자칫 갈등을 부를까봐 처음부터 “돈보다 뜻을 펼친다고 생각하자”는 점을 강조해왔다고 한다.
좋은 기획을 펼쳐본다는 의미에서 다른 데서 받을 수 있는 수준보다 많지 않고, 앨범이 ‘대박났다’ 고 하면 가수와 제작자 모두 좋은 결과가 되는 쪽으로 약속했다고. 그러나 관계자는 “앨범 제작 자체에 예상 이상으로 많은 돈이 들어갔기 때문에 음반판매가 잘 된다고 해도 생각만큼 많은 수익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스마일매니아측 역시 갈갈이 패밀리들이 음악을 하고 싶어했기 때문에 개런티나 수익은 기대하지 않고 음반을 낸 것이라고 밝혔다. “솔직히 돈을 벌려고 마음먹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웃기면 된다. 하지만 음악 갖고 장난치고 싶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양쪽의 앨범을 배포한 유통업체인 EMI와 신나라레코드가 서로 ‘캐럴 음반 중 우리 게 제일 잘 나간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익을 떠나 서로 자존심 대결이 된 양상이다. 80년대 중반 개그맨 심형래의 ‘영구와 땡칠이’ 캐럴 음반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이후 해마다 나오는 개그맨들의 개그캐럴. 심형래 이후 개그캐럴이 큰 인기를 모은 적도 없고 덕분에 ‘큰 돈 벌었다’는 경우도 거의 없다.
하지만 적어도 본전치기는 한다는 점이 매력이다. 음반업계로서는 다른 가수의 음반에 비해 안정성을 보장하고, 개그맨들 입장에서는 이미지가 상승한다는 효과가 있기 때문. 이런 까닭에 내년 내후년에도 개그 캐럴음반이 계속 나올거란 전망도 섣부른 것은 아니다. 김민정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