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몸 튼튼 면역력 육아법
면역력이란?
면역력은 우리 몸이 지닌 방어 시스템으로 외부에서 침투하는 각종 세균과 병원균에 저항하는 힘을 말한다. 인간은 기초적인 자연 면역을 타고나며, 신생아는 모유를 통해 엄마의 면역력을 전달받기도 한다. 그런데 생후 6개월이 지나면 타고난 면역력이 약해지면서 아이 스스로 면역력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의 발달적 특징은 무엇이든 입으로 물고 빠는 것인데 이는 주변의 많은 세균과 바이러스를 경험하려는 본능이기도 하다. 아이는 이 같은 행동을 통해 스스로 저항력을 키우고 어른으로 성장할 때까지 크고 작은 질병을 경험하면서 면역력을 키워나간다.
면역력에 대해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실체를 백혈구에서 찾을 수 있다. 백혈구는 과립구, 대식세포, 림프구로 구성되는데, 몸속에 들어온 큰 이물질은 과립구가 처리하고 작은 이물질은 대식세포가 판단해 필요할 경우 과립구나 림프구가 처리한다. 백혈구의 비율은 자율신경에 의해 조절되는데 교감신경과 비교감신경이 서로 균형을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감신경과 비교감신경의 균형이 무너지면 질병이 생길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부교감신경이 과도하게
촉진되면 림프구가 지나치게 늘어나 작은 물질에도 과잉 반응하는 알레르기 질환이 생기기 쉽다. 일반적으로 1~4세 아이는 림프구가 어른에 비해 3배나 많으며, 이는 면역력을 높여 스스로 생명을 지키기 위한 현상이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면역력이 떨어지면 신진대사 기능이 저하되어 외부 바이러스의 침입에도 취약해진다. 몸의 면역체계가 세균의 침입을 막지 못해 생기는 대표적 질환이 폐렴, 편도선염, 비염 등. 흔히 피부병이라 생각하는 아토피 피부염이나 알레르기 증상도 실은 면역력 이상이 원인인 질환으로 볼 수 있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불규칙한 음식 섭취, 스트레스, 운동 부족, 수면 부족 등이 대표적이며, 면역력 저하는 신체적인 병뿐 아니라 이로 인한 과민반응, 짜증, 스트레스 등 심리적인 문제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금 면역력이 중요한 이유
면역력은 특히 환절기에 약해지기 쉬운데, 가을에서 겨울,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엔 우리 몸이 매우 큰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특히 봄이 시작될 무렵엔 겨우내 추위에 대항하느라 에너지를 거의 다 써버린 몸이 따뜻해진 날씨에 맞춰 갑자기 활동량을 늘리려다보니 에너지 소모가 더욱 늘어난다. 백혈구에 할당되는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줄고 이로 인해 면역체계가 약해지는 것.
겨울 동안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 햇볕을 충분히 쬐지 못한 것도 원인이다. 일광욕을 통해 체내에서 생성되는 비타민 D는 백혈구의 균형적인 활동을 지원하는 중요한 영양소인데, 긴 겨울을 보내며 비타민 D가 부족해진 탓에 자가면역계가 통제 기능을 상실하기 쉽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에서 새 학기가 시작되는 시기라는 점도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원인 중 하나다. 처음 기관에 가는 아이는 물론, 학년이 올라가 선생님과 친구들이 바뀌는 아이도 환경 변화를 겪으면서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때 스트레스 대처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원활하게 작용하지 않으면 염증이 발생하기 쉽고 면역 관련 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 또한 봄철에 황사, 미세먼지, 꽃가루 등 면역 반응을 유발하는 물질의 공격이 많아지는 것도 문제. 이 같은 물질이 갑자기 다량으로 체내에 유입되면 면역계에서 한 번에 적절히 대처하기 어렵게 된다.
면역력 높이는 생활법
1 적정 체온 유지하기
일정한 체온은 면역력을 높일 뿐 아니라 장내 세균과 효소를 활발히 움직이게 하고 혈액순환에도 중요하다. 백혈구가 활동하기 좋은 온도는 37.2℃인데, 뇌와 내장 등이 있는 심부 체온을 37.2℃로 유지하기 위한 성인의 이상적인 체온은 36.5℃. 그런데 아이는 이보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좀 더 높아야 한다. 체온이 떨어지면 신진대사와 배설 기능, 기초대사와 면역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데, 체온이 1℃ 떨어지면 면역력은 30% 정도 떨어진다. 특히 돌 전 아이들은 체온조절기능이 미숙해 면역력이 떨어지기 더 쉽다. 단, 지나치게 꽁꽁 싸매두면 급작스럽게 체온이 올라갈 수 있으므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2 하루 한 번은 바깥에서 뛰어놀기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근력이 떨어지고 에너지가 부족한 아이들이 많아졌다. 어린아이는 근육을 단련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근육이 에너지를 만들어 체온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체온의 40% 정도가 근육에서 발생하며 근육량을 늘려야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운동은 체온을 높여 면역 기능을 개선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땀이 나면 체온이 1℃ 상승하고, 면역력은 5배 증가한다. 특히 햇빛 아래서 땀을 흘리며 뛰어놀면 질병 억제 효과가 있는 비타민 D 합성도 촉진해 일석이조다.
3 신선한 공기 마시기
운동으로 혈액순환이 좋아지면 우리 몸은 부족한 산소를 흡수해 몸속 구석구석에 전달한다. 따라서 공기가 좋은 곳, 주변에 나무가 많은 곳에서 아이를 뛰어놀게 하는 것이 좋다. 아이 혼자 뛰어놀기 어려운 어린 연령이라면 외기욕으로 피부를 단련하고 호흡기 점막을 튼튼하게 하는 것도 방법. 피부의 신진대사가 원활해지고 신체 저항력을 높이는 효과가 탁월하다.
4 장 건강 챙기기
장은 몸에 필요한 영양과 수분을 흡수하고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기관으로 면역력의 90%가 장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소 아이에게 절임 음식이나 된장, 요구르트 같은 발효 음식을 많이 먹게 하는 것이 좋은데, 발효식품은 장내 세균의 균형 유지에 도움이 된다. 장 건강에 도움이 되는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도 좋다.
5 규칙적인 수면 습관 유지하기
잠자는 동안에 성장호르몬이 분비되어 세포 생성과 손상된 세포 복구를 돕는다. 즉, 수면은 인체가 스스로 정화하고 면역 시스템을 튼튼히 하는 과정인 셈이다. 따라서 잠이 부족하거나 불규칙하면 면역체계에 혼란이 생기기 쉬우며, 생활리듬은 자율신경과 서로 연결되어 규칙적으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단, 낮잠이 필요한 4세 이전 아이라도 오후 3시 이후에는 낮잠을 재우지 않는 것이 올바른 수면 습관을 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6 샤워 대신 입욕하기
아이를 목욕시킬 때는 샤워보다 따뜻한 물이 담긴 욕조에 들어가 천천히 체온을 올리는 것이 좋다. 입욕을 하면 백혈구의 림프구와 과립구가 균형을 이뤄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또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교감신경이 긴장해 몸이 따뜻해진다. 단, 너무 뜨거운 물로 목욕하면 교감신경을 과도하게 자극할 수 있으니 목욕물은 체온보다 4℃ 정도 높은 것이 적절하다. 족욕도 도움이 되는데 다리의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코 점막의 부기를 가라앉혀 코막힘과 재채기가 잦은 아이나 비염, 알레르기성 질환이 있는 아이에게 효과적이다.
7 스트레스 피하기
마음과 몸은 자율신경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로 정신 건강이 약해지면 몸에도 이상이 생기기 쉽다. 틱 장애나 말더듬, 야뇨증, 과식 등은 아이에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스트레스 증상이므로 아이가 보내는 신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8 실내 온습도 조절하기
에어컨이나 온풍기 등을 활용한 냉난방이 생활화되었지만 실내외 기온차가 커지면 면역력엔 적신호가 켜진다. 어른은 10℃ 이상, 아이는 5℃ 이상 실내외 기온이 차이가 나면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져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고 이는 면역력 저하로 이어진다. 실내 온도는 스스로 몸을 움직여 열을 내기 어려운 신생아라면 22~24℃, 생후 7~8개월 이후엔 22℃ 정도가 적절하다. 습도는 40~50%로 유지할 것. 집 안에 온습도계를 두고 수시로 살피는 것이 좋다.
9 손 자주 씻기
감염성 질환은 공기를 통해 몸속에 침입하기보다는 바이러스가 묻은 손을 눈이나 코, 입에 가져다 대어 감염되는 경우가 더 많다. 따라서 손만 자주 씻어도 감염을 줄이고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 평소 외출 후 귀가하면 엄마와 아이 모두 손부터 깨끗이 씻을 것. 식사 전후, 놀이한 뒤에 꼭 손 씻는 습관을 들인다.
면역력 높이는 식습관
따뜻한 음식 먹기
따뜻한 음식은 위장에서 더 쉽게 분해되고 소화되어 영양 순환을 순조롭게 한다. 반면에 차가운 음식을 먹으면 위장이 음식을 따뜻하게 데워 소화시켜야 하는데, 차가운 음식이 반복해서 들어오면 위장이 점점 힘을 잃어 장 온도까지 낮아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소화 능력이 떨어지고 미처 소화시키지 못한 유해물질까지 모두 장으로 흡수되어 면역체계 이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단 음식 멀리하기
달콤한 음식을 먹으면 그 순간엔 잠시 즐겁지만 혈당이 급격히 상승했다가 순식간에 공복감을 느껴 다시 단 것을 찾는 과정이 반복되기 쉽고, 자율신경이 부교감신경 쪽으로 치우쳐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제철 식품 먹기
제철 먹거리는 맛도 좋지만 건강을 지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봄엔 입맛을 돋우고, 여름엔 수분을 보충하고, 가을엔 다가올 추위를 대비하며, 겨울엔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자연의 흐름에 맞춰 철철이 생산된 신선한 식품을 먹는 습관은 몸의 균형 유지를 돕고 자연스레 면역력도 높여준다.
물 많이 마시기
물은 체내 노폐물을 배출시키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건강의 가장 기본 요소. 몸속에 수분이 부족하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모든 대사가 느려진다. 평소 아이에게 미지근한 물을 충분히 마시게 할 것. 아침에 일어나 한 잔, 식사하기 30분 전에 한 잔을 약 3분에 걸쳐 조금씩 천천히 마시는 것이 좋다.
충분히 씹어 먹기
여러 번 씹을 필요가 없는 부드러운 음식을 많이 먹으면 딱딱한 변을 만들어 변비를 유발한다. 그러니 많이 씹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포함된 식단을 구성할 것. 특히 사과, 당근, 다시마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변비 예방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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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보미 기자/ 사진 이주현/ 일러스트 경소영/ 도움말 김영훈(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참고서적 <첫아이 면역력 육아법>(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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