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7 동정론→자작극 논란 ‘반전’
경남 거제에서 SM7 승용차가 앞서가던 람보르기니를 들이받은 모습. 온라인커뮤니티 사진캡처.
“SM7 차량이 신호 대기 중이던 람보르기니를 들이받았다. 수리비 1억 4000만 원에 하루 렌트 비용만도 200만 원이란다. SM7 운전자 불쌍하다.” 지난 14일 경남 거제에서 발생한 한 건의 교통사고가 순식간에 전국의 ‘핫 이슈’로 떠올랐다. 외제차와 국산차의 사고라는 점도 흥미롭지만 억대에 달하는 수리비 또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SM7 운전자가 조선소 용접공으로 일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의 경제적 어려움을 걱정하는 동정 여론까지 더해져 사람들의 관심이 폭발했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 만에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안타까움이 분노로 변한 것인데 SM7 승용차의 담당 보험사인 동부화재가 조사한 결과 두 운전자가 짜고 벌인 사기극인 것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동부화재는 사고 이튿날 전직 형사가 포함된 보험사기 전담팀과 보상직원들을 직접 현장에 파견했다. 수리비가 대물보험 가입금액(박스기사 참조)인 1억 원을 초과한 데다 사기극에 자주 동원되는 고가의 외제차 사고인 만큼 현장조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그런데 현장에 도착한 보험사 직원들 눈에는 이상한 점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사고 장소는 시내 중심의 커브길인 데다 양쪽은 주차지역이라 통상 시속 20~30㎞로 달릴 수밖에 없는 주행조건이었다. 애초부터 SM7 차량의 보닛이 파손될 정도로 속도를 낼 수 없던 환경이었던 것이다. 또한 보통 신호대기 차량을 추돌할 때는 브레이크를 밟는 형태로 사고가 일어나 바닥에 스키드마크 등이 형성되는데 그런 자국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결정적인 단서는 동승자와 주변 목격자들의 증언이었다. “끽하고 멈추는 소리 없이 쾅 소리만 났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이 이어졌고 동승자와 운전자들의 진술도 사고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등 미심쩍은 부분들이 속속 등장했다. 직감적으로 ‘작업’(보험사기)임을 확신한 동부화재 측은 즉시 심층 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동부화재는 두 운전자가 아는 사이였고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일부러 사고를 낸 것이라는 결론을 냈다. 동부화재 측은 “보험금은 지급되지 않은 상태로 두 운전자로부터 고의 사고임을 시인 받고 확인서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람보르기니 운전자는 절대 사기가 아님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일부 언론에 “사고가 나고 보니 상대 운전자가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이었다. 좁은 지역사회에서 얼굴만 아는 사이일 뿐 서로 연락처도 모르는데 보험사기로 몰리는 건 억울하다”며 “상대 차량의 지인이 적절한 수준에서 잘 마무리해 달라고 부탁하고 사고가 크게 화제가 돼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고의성 여부에 동의하지 않았으나 더 이상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아 서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팽팽하게 맞선 양측은 보험사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은 경찰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야 할 입장이 됐다.
사실 외제차를 이용해 고의로 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타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난 2013년 적발된 보험사기 금액만 해도 5190억 원에 달하는데 이중 외제차를 활용한 사기 적발 금액은 2821억 원으로 전체의 55.4%나 차지한다.
보통 외제차를 이용한 보험사기는 ‘미수선수리비’(차량 수리를 맡기지 않고 부품교체 비용과 수리비 등을 추정해 그 비용을 현금으로 받는 제도)를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통해 현금을 챙긴 뒤 중고 부품 등으로 싸게 수리를 하면 간단히 차액을 차지할 수 있는데 아예 수리를 하지 않고 보험금을 타내려 또 다시 사고를 내는 사례도 있다. 보험사도 수리 기간 동안의 렌트비용을 물어주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미수선수리비를 지급하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만약 미수선수리비 청구가 실패하면 정비업체나 렌트업체와 짜고 거짓으로 수리비 및 렌트비용을 과다 청구해 보험금을 나눠가지는 식으로 사기극을 벌이기도 한다.
한편 이번 사고로 인해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두 운전자의 처벌이 겨우 벌금형에서 끝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분노를 사고 있는 것. 통상적으로 보험사기는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받는데 징역 10년 미만, 2000만 원 미만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사기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이번 사건의 운전자들은 100만~150만 원의 벌금형 정도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두 운전자가 보험금 청구를 포기한다는 각서를 쓰고 미수에 그친 사건이라 동부화재가 형사고발을 하더라고 구속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 내다봤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외제차 사고 ‘공포’ 피하는 방법 보험료 쪼~금만 더 내면 걱정 끝 2012년 11월 한 보험사는 자동차 수리비용으로 무려 4억 6000만 원을 지급했다. 이는 지금까지 보험사에서 지급된 역대 최고 수리비 기록인데 당시 사고 차량은 페라리였다. 이 같은 보험사의 ‘억 소리’ 나는 수리비용 지급은 외제차가 급증하면서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게 됐다. 수리비 1억 원을 초과하는 사고가 매년 30건 이상씩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우리나라 자동차보험 가입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대물배상 가입금액은 1억 원(48.8%)과 2억 원(36.3%)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비록 사기극으로 밝혀지긴 했으나 ‘거제 람보르기니 사고’ 소식이 전해졌을 때 각 보험사에는 대물보험 한도에 관한 문의가 쇄도했다고 한다. 당장 한도를 높였다며 인터넷에 후기를 남긴 네티즌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많은 사람들이 대물보험 한도를 높일 경우 보험료 부담을 걱정하는데 사실 비용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1억 원 한도의 대물보험에 가입돼있을 경우 약 1만 원 정도만 더 부담하면 최대 10억 원까지 한도를 올릴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물보험의 경우 보상 한도 1억 원에서 10억 원 구간 보험료 차이가 1만 원 안팎이다. 최근엔 온라인으로 보험을 가입하는 고객들이 증가하면서 자세한 설명을 읽어보지 못하고 남들이 하는 대로 1억 혹은 2억 원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보험료 차이는 얼마 나지 않지만 혜택은 큰 특약을 놓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