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이슈 충돌, 지역 균형 발전 화두…‘선거 임박하면 결국 프레임 싸움’ 관측도

정 후보는 오 후보가 제때 대책을 세우지 않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가격 상승과 전세 매물 잠김 현상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기 공급이 가능한 빌라나 오피스텔 신규 공급을 주거 안정 대안으로 제시했다.
5월 4일 정 후보는 “빌라, 오피스텔, 생활형 숙박시설은 2~3년이면 제공할 수 있다”면서 “5년 임기 동안 뭐하시고, 전월세 지옥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본인 스스로에 대한 비판”이라면서 오 후보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오 후보 측은 “아파트가 부족하면 빌라를 지으면 된다는 인식이냐”면서 “다수 시민이 원하는 주택은 아파트이고, 전월세 폭등과 전세 물량 증발 주요 원인은 아파트 공급 부족에 있다”고 맞섰다. 그러자 정 후보는 5월 6일 “아파트는 시간이 걸렸다고 치면, 이렇게 빨리 할 수 있는 걸 왜 안했냐고 했더니 그것만 가지고 ‘그럼 빌라만 짓냐’ 이렇게 얘기하는 건데 이렇게 네거티브하면 안 된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경기도에선 AI 공약을 둘러싸고 공방이 오갔다. 발단은 추미애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지난 4월 제시한 ‘1탄 공약’이었다. 추 후보는 도지사 직속 ‘AI 수석’을 신설해 정책 추진력을 강화하고, 일부 지역을 AI 특구로 지정해 기술 실증과 인프라 테스트 집중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중소기업과 뿌리산업 인공지능 전환(AX) 차원 ‘AI 전환 바우처’와 저금리 ‘전환금융’ 도입 청사진도 제시했다.
5월 7일 양향자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추 후보 AI 공약에 대해 “도민 기만행위”라면서 “추 후보는 AI와 관련해 아무런 철학도, 실천 의지도 없다”고 비판했다.
양 후보는 “(추 후보 AI 공약은) 선거용 전략이 명백하며, 이 같은 제도를 신설해 도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신성한 행정을 정치화하려는 구태”라면서 “집권세력에 AI는 국가 대계가 아닌 ‘선거용 포장지’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양 후보는 추 후보에게 AI 공약과 관련한 ‘무제한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전 후보는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주요 정책을 공격하며 ‘부산 민생 100일 조치 가동’을 발표했다. 5월 4일 전 후보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수천억 원이 들어가는 전시성 예산, 퐁피두 미술관 분관 건립과 외국 오페라단에 퍼주는 예산부터 멈추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후보는 ‘민생 지원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 후보는 전통시장·소상공인 에너지 바우처 지급, 영세 화물차주와 택배 종사자 유류비 지원, 공공요금과 지방세 부담 완화 검토 등 다양한 민생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박 후보 측은 “반대만 할 줄 아는 사람이 시장이 되면 부산은 아무것도 만들지 못한다”면서 “취임하자마자 (전임시장 정책을) 폐기한다는 것은 부산의 미래를 예산 절감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선언”이라고 반박했다.
박 후보 측 서지연 대변인은 “전 후보가 내세운 공약은 이미 부산시가 시행하는 정책”이라면서 “부산시 추경 예산 보고서를 옮겨 놓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서 대변인은 “부수는 건 쉽고 만드는 건 어렵다”면서 “아무것도 짓지 않으면 아무것도 망가지지 않는다는 논리는 행정이 아니라, 무책임이자 무능”이라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청년 1억 원 만들기’ 공약과 ‘부산 최고시민 패스 도입’ 등을 밝혔다.
전국단위 공약을 살펴보면 양당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읽을 수 있다. 민주당은 5극 3특 균형발전 실현을 필두로 첨단산업 메가특구, 행정통합 추진 등을 전면에 세웠다. 수도권 밀집을 탈피, 지방 균형발전을 통한 새로운 대한민국 미래 동력을 확보하려는 차원 공약이라는 평가다.
국민의힘은 지방자치 권력을 통한 부동산 안정을 띄웠다. 서울시를 필두로 수도권 반값 전세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과 함께 시장 안정 및 내집 마련 지원을 통한 부동산 정상화를 약속했다. 여기엔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 포석도 깔려 있다. 또한 지역 맞춤형 민생 공약을 통해 교통, 복지, 과학기술 연계 등을 다각화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조국혁신당은 ‘국힘 제로’를 지방선거 표어로 내세우면서 청년 주거문제 해결을 주축으로 하는 생활밀착 공약을 곧 제시할 계획이다. 개혁신당은 후보별 지역 밀착형 공약을 통해 존재감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비수도권에선 공공기관 이전 관련 공약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부산에선 전재수 민주당 후보가 동남투자공사 설립을 내걸었고, 박형준 후보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 카드를 제시했다. 대구에선 김부겸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독립기념관 분원을 대구에 유치하겠다는 안을 내놨다.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도 지난 1월 광복회 대구시지부를 방문해 독립기념관 분원 대구 유치 공약에 대해 “반드시 포함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중기 민주당 경북지사 후보는 국가유산청을 경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민형배 민주당 전남광주특별시장 후보는 문체부 광주 이전을 공언했고, 이원택 민주당 전북지사 후보는 농림축산식품부를 전북에 유치하겠다고 했다.

부산과 대구에선 선거철 단골 소재인 신공항과 관련한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여야 후보들 모두 TK(대구·경북)신공항과 부산 가덕도 신공항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를 놓고 유권자들 사이에선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데자뷔 공약’이라며 추진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기류가 팽배하다.
정치권에선 선거가 본격화되면 공약 경쟁보다는 ‘프레임 전쟁’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공약이 지방선거 결과에 미칠 영향력과 관련해 “미미할 것”이라고 점쳤다. 신 교수는 “선거를 결정짓는 3요소는 선거구도, 바람, 후보자 역량”이라면서 “공약은 이 요소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일부 지역에서 생활과 직결되는 주요 공약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유권자들은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지자체장들의 공약 이행 범위가 생각보다 제한적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이는 지방선거 투표율이 대선이나 총선보다 비교적 낮은 수치를 기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신 교수는 “특정 이슈를 해결하겠다는 정당과 과거 이력을 비교했을 때 느껴지는 괴리가 표심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후보자 개인의 공약 자체 파급력은 제한적”이라면서 “모든 선거가 그렇듯 이번 지방선거도 결국 여야의 ‘프레임 싸움’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