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 여긴 어디?”
그가 이렇게 단기 기억상실증을 앓게 된 것은 17세 때 교통사고를 당하면서였다. 중환자실에서 수개월을 보낸 후 몸은 회복됐지만 크게 다쳤던 뇌는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후유증으로 단기 기억상실증이 나타났으며, 현재 짧게는 5분에서 길게는 10분 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짧디짧은 기억을 붙잡기 위해 그가 하고 있는 일은 공책에 모든 일을 꼼꼼히 적어 놓는 것이다. 누구를 만났는지, 무엇을 했는지, 재활용 병을 반납해서 얼마를 받았는지 등등 세세한 것까지 전부 적어 두고 있으며, 이런 습관 덕분에 생활에는 크게 지장을 받지 않고 있다.
이런 아들에게 어머니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너는 열일곱 살이 아니다”라고 일깨워주곤 한다. 그렇지 않으면 17세에 기억이 머물러 있는 아들이 눈을 떴을 때 혼란을 겪기 때문이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