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배우 권상우는 3월 말부터 교생실습을 할 예정. | ||
이처럼 일찌감치 연예인으로 인생항로를 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직종에서 한껏 땀흘리다가 연예인으로 궤도수정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스타들의 이색 ‘전직’을 뒤쫓아가봤다.
그룹 ‘체리필터’의 보컬 조유진은 권상우가 될 뻔한 ‘선생님’ 출신이다. 상명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조유진은 교생실습을 인천 인성여고에서 마쳤다. 지난 2000년 1집 앨범을 냈을 당시의 일로 아직 대학 4학년의 신분이었다. 때문에 낮에는 ‘교생선생님’으로서 단정한 정장 차림으로 여고에 나가 수업을 하고, 밤에는 홍대 앞 클럽에서 ‘로커’로 종횡무진 무대를 누볐다.
물론 지금처럼 ‘인기그룹’이 되기 전이니까 가능했던 일. 매니저 김민성씨는 “1집 앨범을 냈을 때는 지금처럼 많은 활동을 할 때가 아니라 ‘이중생활’이 가능했다. 대학진학 때는 교사의 꿈도 있었지만 지금은 체리필터 활동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활달한 무대매너를 자랑하는 조유진은 단 한 달의 교생실습에도 많은 ‘제자 팬’을 확보했다. 체리필터가 완전히 뜨기 전에 조유진이 가르쳤던 학생들이 공연에 달려와 플래카드 등에 ‘조유진 선생님, 사랑해요!’ 등의 글귀로 열렬히 응원했던 것.
그렇다면 ‘영어선생님’ 조유진의 영어 실력은? 얼마 전 녹음한 모 카드사의 CM송에서 지나치게 발음이 ‘본토스러워’ 몇 번이나 녹음을 다시 해야 했다고 한다. 나중엔 광고사 직원이 이런 발음으로만 읽어달라고 한글로 종이에 써서 들고 있었다고.
스타들이 지금의 ‘연예인’이라는 직업에 몸담기 전 다른 직업을 가졌던 경우는 거의 두 가지다. 연예인이 되고 싶었지만 선뜻 기회가 오지 않아 가까운 관련 직종에서 일했던 경우와 아예 까마득히 거리가 먼 직종에 있다가 과감하게 도전하거나 발탁된 경우.
전자는 신인이나 젊은 나이의 연예인들 중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개그맨 이휘재, 김한석, 탤런트 박철, 권오중 등은 FD(진행감독)로 일하다 연예계에 데뷔했다. 이휘재는 “그때의 고생이 나중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또 박철은 “FD를 하다가 우연히 탤런트가 됐더니 너무 무시하더라. 분한 마음에 공채 탤런트 시험에 다시 도전해 정식 탤런트로 인정받게 됐다”고 했다.
▲ 조유진(왼쪽), 이태란도 이색적인 ‘과거’를 갖고 있다. | ||
반면 전혀 다른 직종에서 연예계로 뛰어든 스타들 중에는 상대적으로 중견 탤런트들이 많다.
탤런트 전원주는 국어선생님으로 3년이나 학생들을 가르치고도 ‘탤런트 꿈’ 때문에 교단을 떠난 것으로 유명하다.
탤런트 고두심은 20대 초 오빠를 수발한다는 핑계로 서울에 올라와 한동안 한일합작 무역회사를 다녔다. 그러다 MBC 공채 탤런트에 합격했지만 초기에는 생계 유지를 위해 회사원 생활과 병아리 탤런트 생활을 병행했다고 한다.
개그우먼 김미화 역시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여행사에 다니다가 개그맨시험을 치러 데뷔했다.
젊은 연예인들 중에서는 탤런트 김남주, 이태란, 모델 이선진 등이 연예계와는 전혀 무관한 직장에 다니다가 데뷔했다. 김남주는 동사무소에서 일한 공무원 출신이고, 이태란은 대한제분 직원, 모델 이선진은 대한생명 회계 담당이었다. 이들 모두 집안 형편상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취직부터 해야 했지만 외모나 신체 조건 등이 튀어 직장에서조차 늘 ‘넌 탤런트 해라, 모델 해라’ 란 말을 들었다고.
다행히 이들은 데뷔하자마자 금방 주목을 받아 비교적 쉽게 정상에 오르는, 흔치 않은 성공스토리를 일궈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초기 2∼3년간 고생하는 건 보통이고 십수 년 동안 여전히 무명으로 남는 경우도 허다하다. 탤런트 윤다훈도 빛을 못본 수년 동안 정수기세일즈로 생계를 유지한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다.
수입이 불안정한 대부분의 탤런트들이 부업을 가져야 노후대책이 된다고 공공연히 얘기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연예인이란 직업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중견탤런트 전원주는 “그게 이 세계의 마력”이라고 설명했다.
“엄마 몰래 선생님 자릴 내팽개치고 탤런트 됐다니까 욕도 많이 먹었어. 또 자리잡을 때까지 내가 얼마나 고생이 많았어? 그래도 신기한 게, 국어선생님은 엄마한테 맞아가면서도 포기가 쉬웠는데 이 길은 절대 포기가 안되는 거야. 그때 고생이 약이 돼서 돈도 모았고 명예도 얻었잖아? 몇 년 전에 일일교사를 하는데 카메라들이 나만 찍어. 학교나 선생님들이나 날 모시는 거야. 어유, 탤런트 하길 잘했다 싶어. 지금은 선생님 안한 거 후회도 없고 여한도 없어.”
이들이 평범하고 안정된 직장을 마다하고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는 것은 시쳇말로 ‘연예인 팔자니까’ 그런지도 모른다. 하긴 평양감사라도 저 싫으면 그만이랬으니까. 김민정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