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워실의 바보
‘시장’의 장기균형을 생명처럼 중시하는 통화주의자들은 경기회복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장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다. 시카고 학파의 대표주자 밀턴 프리드만(Milton Friedman)은 이것을 샤워실의 바보에 빗대어 설명한다. ‘바보가 샤워를 하려고 옷을 벗고 수도꼭지를 왼쪽으로 힘차게 틀었습니다. 그랬더니 뜨거운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옵니다. 바보는 급하게 수도꼭지를 오른쪽으로 힘껏 돌립니다. 이번엔 찬물에 온 몸이 얼어 붙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바보는 바로 ‘정부’를 이야기한다. 1970년대에 불어 닥친 석유파동 이후 이들 통화주의자들은 득세한다. 우리가 익히 아는 대처와 레이건은 이들의 충실한 신봉자였다. 그러나, 그들의 시대 역시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2008년, 시장은 보란 듯이 무너졌고 세계는 다시 혼란에 빠졌으며 그리하여 미국의 ‘양적완화’는 시작되었다.
■ 정답이 없는 시대, 그래도 답을 해야 한다
‘바보’는 샤워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랬다 저랬다 우왕좌왕 하는 우리들 마음 속에도 있다. 분명 아이들을 대치동 학원에 보내는 것이 ‘교육적으로 옳지 않다’는 생각은 있어도, 애들 대학은 보내야 하고, ‘남들 다 하는 데 어쩔 것인가?’ 하는 마음으로 학원을 보낸다. 매일 일에 치이고 술에 찌들어 살면서, ‘이렇게 살면 뭐가 되나’ 하면서도, ‘인생 뭐 있어?’ 하는 마음으로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 우리 삶이다.
우선, 인정할 건 인정하자. 인간은 누구나 부유함을 추구한다. 돈, 편리함, 삶의 여유를 누가 마다하겠는가? 그리고, 따져볼 건 따져 보자. 인간의 탐욕에는 끝이 없다. 누군가 브레이크를 걸어 주지 않으면 인간의 탐욕은 고장 난 자동차처럼 질주하는 무기가 될 것이다. 케인즈가 다시 살아나서 ‘시장 만능’에 브레이크를 걸어 줄 것인지, 아니면 밀턴 프리드만이 다시 ‘시장 자율’을 주창할 것인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지금의 위기는 인간의 ‘탐욕’과 그 탐욕에 대한 반작용, ‘분노’가 온 세상을 뒤덮고 있다. 이 시대에 맞는 ‘답’이 필요하다.
■ 변곡점을 관리하라
혹시 케인즈와 프리드먼이 다시 살아 난다면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 바보가 될 것이다(In the long run, we are all fools).’ 사실, 케인즈가 유명한 경제학자라는 사실을 아는 많은 사람들 중에 그가 ‘블룸즈버리그룹’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블룸즈버리그룹은 어떤 단체인가? 제 1차 세계대전 후, 세계질서가 영국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방향으로급속하게 재편되는 변곡점에 영국의 문학과 예술을 이끌었던 집단이다. 케인즈는 버지니아 울프 같은 희대의 문학가와 같은 그룹의 일원이었다. 케인즈의 경제학적 상상력은 그래서 수학보다 오히려 문학에 가깝다.
사마천(司馬遷)은 말한다. ‘대개 서민들은 상대방의 부(富)가 자기 것의 10배가 되면 그에게 욕을 하게 되고, 100배가 되면 그를 두려워하고, 1000배가 되면 그의 밑에서 일을 하게 되고, 10000배가 되면 그의 노예가 되는데 이것은 만물의 이치다.’ 바야흐로 중국이 G1으로 부상하는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에 수많은 부자들이 탄생하여 만인 대 만인이 투쟁하는 세상이 될런지 아니면 소수의 거부가 세상을 지배하게 될런지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분명한 건 이상을 포기할 수도 없고 현실을 부정할 수도 없다. 언젠가 바보가 되더라도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뭔가를 선택해야 하고 결정하며 살아가야 한다. 국가도 개인도 경제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자신의 변곡점을 관리해야 할 시기가 오고 있다. 우리에게도 ‘블룸즈버리그룹’ 같은 상상력을 가진 집단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글_최경춘 한국능률협회(KMA) 상임교수
► 리더십교육/ 성과향상 코칭/ 감정코칭 등 다수 경영분야 강의
► 대구 성광고등학교/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미국 University of Washington(MBA)/ 국민대학교 일반대학원 경영학 박사(수료)/ LG 인화원 기획팀장(부장)/ 팬택 아카데미 본부장(상무)/ 엑스퍼트컨설팅 본부장(상무)/ LG CAP,Work-out Facilitator/ Hay Group Leadership Facilitator/ KMA Assessment Center Assess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