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역술인들이 바라보는 새해 을유년의 경제 전망은 다소 어둡다. 을유년은 지난 갑신년과 마찬가지로 ‘금’(金)의 해인데, 반면 우리 민족은 ‘목’(木)의 기운이 강하다는 것. 따라서 새해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잘 극복하면, ‘화’(火)의 기운이 강한 2006년은 다시 한번 국운 융성의 대반전을 꾀해볼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견해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 역시 지난해에 비해 크게 상승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취임 초기에 비해서는 다소 안정감을 보일 것으로 기대됐다. 또한 국제 정세가 불안정한 관계로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빅 이벤트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새해에는 물밑에서 대권주자로 거론돼오던 이른바 ‘잠룡’들이 더욱 활발히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낳고 있다. 특히 고건 전 총리와 정동영 통일부 장관, 박근혜 대표, 손학규 경기도지사 등이 비교적 향후 기운이 상승세를 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남덕 역학연구원’의 남덕 원장은 “1백20년 전 갑신정변이 일어났던 것처럼 금의 기운을 가진 2004년에는 유난히 전쟁이 많고 피흘리는 일이 많았다. 투신자살, 살인 등이 많이 일어났던 것도 역시 금의 기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5년은 2004년 금의 기운으로부터 2006년 화의 기운으로 옮겨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올해까지 경제는 침체기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새해 말부터는 서서히 회복세를 탈 것이라는 기대감도 빠트리지 않았다.
‘유화정 철학원’의 유화정 원장은 “경제가 어렵기는 하겠지만, 반면에 향후 국운 융성의 기틀이 될 수 있는 기술력이나 과학은 더 발전할 수도 있다”면서 “다만 이러한 것은 국민의 생활에 바로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기 때문에 서민들이 느끼는 경기 불황은 더 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역술인협회 산하 ‘동양 역리 철학원’의 김동규 교수는 “2005년은 대통령과 국민 모두에게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육괘(六卦)에서 대통령의 괘와 국민의 괘가 서로 난동을 부리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경제 역시 우리나라의 동력인 전자, 건설, 자동차 등 제조업 전반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농업의 경우 흉년이 들어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게다가 국지적인 태풍피해와 산사태 등의 자연재해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운세 역시 국운과 그 궤를 비슷하게 하고 있다는 평이다. 2004년부터 2005년까지 운이 그다지 좋지 않아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2006년 정월을 기점으로 살아나기 시작해서 집권 후반기에 가서는 노 대통령의 개혁 드라이브가 힘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노 대통령은 ‘신약’사주를 지녀 포섭력이 약하고 말의 무게가 가볍고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약점이 있는데, 이를 극복하려면 자신의 측근뿐 아니라 적까지도 스스럼없이 만나 포섭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는 충고도 뒤따랐다.
대북 문제는 여전히 안개속을 헤맬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남 원장은 “올해까지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을 것 같고, 내년쯤에 어떤 식으로든 결말이 날 듯 하다”고 전망했다.
주변 여건상 남북정상회담 역시 올해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였다. 대신 남북교류는 새해 더욱 활성화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김 교수는 “2005년 가을쯤 정상회담은 아니더라도 남북관계에서 정상회담급의 큰 진전이 있을 것”이란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참여정부의 집권 중반기에 해당하는 2005년.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히는 여야 잠룡들 중 과연 누가 기지개를 켤까.
우선 여권 내에서 유력한 차기주자 중 한 명인 정동영 장관에 대해 김동규 교수는 “괘로 보면 정 장관의 사주가 여권 차기주자 중 가장 왕성한 모습을 보이지만 재·보궐선거에 출마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당의 전당대회가 4월 이전에 실시된다면 정 장관이 당권을 목표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 장관의 강력한 라이벌인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명석하고 집념이 강한 스타일이지만 2005년에는 큰 힘을 받지 못할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김 교수는 “본인의 의사와 달리 김 장관을 따르는 조직이나 세력들이 앞서나가 오히려 김 장관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도 엿보인다”고 전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성 대통령 후보로 늘 수위를 차지하는 ‘자유로운 영혼’ 강금실 전 법무장관은 2003년부터 20년간 운이 좋아 지금 야인으로 생활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라고. 김 교수는 “강 전 장관의 사주를 보면 과거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그가 스스로 나서는 경우는 없어 보인다. 오히려 주위에서 삼고초려를 하고 적극적으로 강권해야 마침내 나서는 인물이다. 또 그래야 강한 기운을 얻을 것이다. 2005년에는 관운도 깃들어 있어 다시 핵심 요직을 맡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40세부터 운이 들어와 내리 국회의원 5선을 지내고 2004년 기운이 크게 솟아 총리의 자리에까지 오른 케이스로 해석된다. 이 총리에 대해 김 교수는 “2005년에도 좋은 운은 계속 들어오지만 지난해 국회에서의 소신 발언이 문제가 됐던 것처럼 말조심을 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자주 언급되는 고건 전 총리는 억세게 좋은 관운을 타고난 인물이라는 평. 김 교수는 “고 전 총리가 현직에서 물러났지만 그의 대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참으로 좋은 운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평소 고 전 총리의 스타일대로 2005년에도 튀는 행동을 하거나 나서는 일은 없겠지만 주위에서 그를 가만두지 않을 운이라고.
야당 인사들 가운데서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비교적 상승운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대표는 41세에 운을 받아 61세까지 이어지는 운세인데, 올해 54세인 그에게 향후 6~7년간 운이 머물러 있어 그 안에 바람이 분다면 대권도 넘볼 만하다는 것. 또 경제가 어려울수록 아버지의 후광 덕을 더 많이 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59세인 손 지사는 65세까지 운이 살아 있어 바람만 불어준다면 역시 대권의 가능성도 있다는 평. 다만 큰 바람이 불기 위해서는 바닥에 있는 사람들의 민심을 잡기 위한 테크닉이 필요하다는 충고도 뒤따랐다.
반면 이명박 서울시장은 운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평이다. 40세부터 60세까지가 운이 좋았는데 현재는 정상에서 내려오는 중이라는 것. 올해 65세인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69세까지 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향후 4년 내 운이 좋다면 대권주자로도 거론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했다.
올해 55세인 정몽준 의원은 63세까지 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운이 좋은 편이던 지난번 대선 때 대권을 잡지는 못했는데, 당시 운이 끝났다면 지금은 은퇴했어야 했겠지만 아직도 건재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다소 긍정적이라는 평이다.
일부 역술인들은 정 의원에 대해 16대 대선이 유일한 찬스였지만 2006년 월드컵 열기가 이어진다면 2007년에도 새롭게 바람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 지난 연말 새 주미대사로 전격 발탁된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홍 대사가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
일각에서 여전히 대권주자로 거론되기도 하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경우 지난 2002년부터 2004년까지가 개인적으로 최고의 운세였다는 평. 그리고 그 운은 2006년 이후에는 급격히 하향세에 접어들기 때문에 향후 대권주자로 다시 등장하기는 다소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도움말 주신 분들
동양역리철학원
김동규 교수
남덕 역학연구원 남덕 원장
유화정 철학원
유화정 원장
김지훈 기자 rapier@ilyo.co.kr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