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연이 누드로 출연한 영화 <중독>. 대역장면은 모두 편집됐음에도 이미연은 ‘억울한’ 대역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 ||
최근 개봉한 영화 <오! 해피데이>에서는 여성 관객들에게 ‘눈보신’이 되는 장면이 나온다. 주연인 박정철의 올 누드가 나오는 것. 문제의 장면은 박정철이 운동 후 돌아와 샤워를 마친 뒤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치고 온몸으로 스트레칭을 하는 신이다. 그런데 이 멋진 몸매의 주인공은 박정철이 아니라 대역배우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박정철 대신 누드를 선보인 배우는 현직 모델인 김현영. 그는 평소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를 영화에서 아낌없이 드러냈다. “운동하는 장면이라고 해서 간단한 줄 알았고 그래도 팬티는 입겠거니 했는데 극 전개상 그럴 수 없었다. 처음엔 ‘공사’를 했는데 촬영하다보니 그 부분까지 다 보인다고 해서 그것마저 떼고 완전히 알몸으로 찍었다. 장나라에게 발 뻗는 장면에서만 티셔츠와 팬티를 입었다.”
박정철이 몸매에 자신이 없어서 대역을 쓴 것일까? 이에 대해 박정철측은 “첫 영화라 그렇지 않아도 신경이 많이 쓰이는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누드로 촬영한다는 게 몹시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앞모습은 직접 하고 뒷모습은 대역을 써서 번갈아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남자배우가 이처럼 누드 장면에 부담을 가지는데 여배우는 오죽할까. 스타급 여배우들은 누드 장면에서는 대부분 대역배우를 쓰는 것이 사실이다. 배우로서의 이미지나 CF 계약 문제 등 영화를 찍은 이후의 ‘후유증’ 때문이다. 그래서 스타급 여배우들은 대부분 영화 출연을 결정할 때 ‘가슴선 밑으로는 안 된다, 유두도 보일 수 없다, 베드신에는 대역을 쓸 수 있다’ 등의 단서를 달곤 한다.
▲ 위부터 <밀애> <결혼은 미친 짓이다> <미인>의 한 장면. | ||
한국 영화를 좌지우지하는 톱 여배우들 상당수가 막상 누드신 촬영일이 닥치면 ‘대역을 썼으면 좋겠다’, ‘꼭 해야 하냐’, ‘일부만 노출할 수 있다’ 는 등 브레이크를 걸고 나와 스태프를 애먹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밀애>의 김윤진,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엄정화가 대역을 쓰지 않고 직접 온몸으로 연기를 해냈을 때 이들의 대담한 연기에 찬사가 끊이지 않은 것도 그러한 배경에서다.
결국 김윤진은 지난해 제23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엄정화는 지난 제3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아 ‘수고’에 대한 보답을 받았다.
누드 연기는 한편으로는 신인 배우들이나 재기하는 배우들에게 자신을 부각시키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톱클래스로 꼽히는 배우 정선경은 94년 <너에게 나를 보낸다>에서 파격적인 누드 연기를 거리낌없이 해내 ‘엉덩이가 예쁜 배우’란 별명과 함께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드라마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이재은 역시 <노랑머리>에서의 파격적인 누드를 선보이면서 아역 이미지를 말끔히 씻어냈다.
매니저와 동거설 등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연예계를 떠나 있던 진재영도 지난해 <색즉시공>에서 대담한 누드 장면을 소화해내 재기의 발판을 다졌다.
그러나 누드 연기로 주목을 받게 되면 바로 몸을 사리는 것이 여배우들의 일반적인 수순이다. 처음엔 관심의 대상이 되지만 곧 호기심에 가득찬 짓궂은 시선이 함께 따라붙기 때문이다. 영화 <미인>으로 기대주로 떠오른 모델 출신의 이지현과 오지호는 영화 개봉 이후 한동안 ‘누드 모델이 되어달라’는 제안이 쏟아져 곤욕을 치렀다. 성인인터넷사이트에서 백지수표 제안까지 받을 정도였다고 한다.
진재영도 연기보다는 ‘성형이다’, ‘아니다’ 하며 그녀의 가슴에 더 관심을 쏟는 시선에 서운해했다. ‘엉덩이가 예쁜 여자’란 인식 때문인지 정선경도 한동안 ‘밝히는’ 이미지의 역할만 주로 맡게 됐다고 한다.
비난을 받더라도 대역을 써서 고고한 이미지를 유지하느냐, 아니면 과감하게 몸을 던져 연기를 하느냐. 배우들은 옷을 벗기 전 늘 그런 선택의 기로에 선다. 하지만 배우들이 정작 ‘두려워’ 하는 상황은 온몸을 다 드러내고도 혹평에 시달리는 최악의 경우다. 김민정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