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별>에서 ‘알퐁스’ 역으로 출연한 개 ‘루나’는 출연료 로 2천만원을 챙긴 ‘비싼 몸’이다 | ||
비록 주인공은 아니더라도 잠깐씩 비치는 개들의 연기가 깊은 인상을 남기거나 보는 이들을 즐겁게 만들고 있는 것.
견공 배우들의 비중이 높아지다 보니 어려운 장면을 대신할 대역 개들까지 출현한 상황. 점차 주가가 치솟고 있는 개 배우들의 활약상을 들여다보자.
최근 개봉한 영화 <별>에서 주연을 맡은 유오성과 박진희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영화에서 두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 개 ‘알퐁스’였다. 알퐁스는 시사회장에까지 나타나 자리를 끝까지 지키는 ‘배우다운’ 자세를 보여 더욱 화제가 됐다.
알퐁스 역을 맡은 개의 진짜 이름은 ‘루나’. 아무리 똑똑해도 현장에서는 다루기 어려운 것이 아역과 동물 배우. 미리 각오를 다지고 다졌던 제작진은 막상 루나가 까다로운 연기도 척척 해내자 감탄사를 연발해야 했다.
루나가 워낙 연기를 잘하자 상대적으로 연기가 시원찮다는 평을 듣던 아역 배우가 잘리는 상황마저 벌어졌다. 주연인 유오성은 루나를 볼 때마다 “너 때문에 한 사람이 잘렸다”며 농담을 했다고.
▲ 영화 <꼬리치는 남자> | ||
주인인 현광섭씨는 “이미지에 맞는 종류인 보더 콜리 종을 찾아달란 부탁을 받았는데 처음부터 루나를 내보낼 생각은 아니었다. 다른 개를 찾을 수 없어서 데리고 갔는데 현장에 가니 시선 처리도 능숙하고 애드리브(?)도 잘한다며 칭찬이 대단했다. 영화 출연하기 두어 달 전부터 미리 콘티를 받아 연기 연습을 해서 더 잘했던 것 같다”라고 했다.
루나가 더욱 화제였던 것은 ‘대역’까지 쓴 사실 때문이다. 현광섭씨는 “계약 때 이미 얘기를 한 부분이었다. 싸우는 장면과 같이 부상이 우려되는 경우나 스케줄상 직접 촬영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스태프들이 닮은 개들을 데려와 자기들끼리 노는 광경을 싸우는 것처럼 연출했더라”며 대역 쓴 사정을 설명했다.
루나의 출연료는 무려 2천만원. 개들의 출연료가 최저 일일 5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40여 일간의 촬영일자에 비해 그리 큰 액수는 아니라고 한다.
▲ 영화 <플란다스의 개> | ||
지난 95년 <꼬리치는 남자>에 출연한 외국 강아지였다. 출연료만 무려 3천만원으로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여주인공 김지호의 개런티와 맞먹었다고 한다.
이 개는 미국에서도 <빙고>란 영화의 타이틀롤을 맡을 정도로 연기력과 인기가 높았던 까닭에 주연배우 대우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미국에서 공수해온 데다 전담 트레이너가 함께 와서 돌봤고, 비행기삯에 숙식비용까지 합하면 거의 1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귀하신 몸’인지라 부상의 위험이 있는 장면은 대역을 썼고 혹시 몸이 상할까봐 리허설 때는 스태프가 대신 개 역을 맡아 연습하는 촌극도 벌어졌다고 한다.
최근 <살인의 추억>으로 평단과 관객의 지지를 한 몸에 받은 봉준호 감독. 그의 첫 장편 데뷔작은 아파트 단지의 개 실종사건을 둘러싼 코미디 <플란다스의 개>였다. 이 영화에는 개를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뜨리는 장면이 나와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러나 추락장면은 실제 상황이 아닌 CG(컴퓨터그래픽)의 힘이었다. 또 뻣뻣하게 굳은 개 시체 역시 진짜가 아니고 모형으로 제작한 것이었다.
당시 제작사인 싸이더스는 관객들의 오해를 염려해 ‘영화의 상황은 진짜가 아니다’는 홍보를 적극적으로 펼쳤으며 영화 서두에 ‘개를 학대하거나 죽이지 않았으며 수의사가 동행했다’는 내용의 자막까지 넣었다. 그럼에도 오해를 사 동물보호협회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다행히 영화에 출연한 개들의 주인이 협회원이라 곧 오해를 풀었다고 한다.
김민정 프리랜서